
9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김 전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정가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 강행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김 전 후보자 임명까지 실패하면 국정동력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도 무게를 실었다.
이 대통령은 9월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김승원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나름 최선의 인선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했다. 임명 여부를 두고 상황이 바뀐 듯한 스탠스를 보였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30% 초반까지 떨어진 지지율 반등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어 ‘언제나 국민은 옳다’ ‘내가 부족했다’고 몸을 한껏 낮췄다. 이렇게 말하고 김 전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겠느냐. 그럼 기자회견 효과는 소멸됐을 것이다. 이를 읽고 김 전 후보자도 자진사퇴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후보자 사퇴 직후 예상치 못한 폭탄이 터졌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청와대가 김 전 후보자 임명을 망설이고, 김 전 후보자가 물러난 것 역시 이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나왔다.
KBS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전직 보좌관들 탄원서가 17일 오전 홍익표 정무수석 등 청와대 측에 보내졌다. 탄원서에는 김 전 후보자의 과거 성추행 의혹과 이를 무마하는 과정, 추가 음주운전 의혹, 음주 뒤 보좌진에 대한 상습적인 욕설과 폭언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탄원서에는 김 전 후보자가 위원장을 맡았던 경기도당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한 문제가 담겼다. 여기엔 “김 전 후보자의 알려지지 않은 흠결들이 조국 때처럼 끊임없이 나올 것”이라며 청와대의 지명 철회를 호소하는 내용도 적혔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 전 후보자 사퇴가 대통령 국정 운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아니라, 추가 의혹 제기를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며 공세를 가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 22일 “어제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이 김 전 후보자 탄원서와 관련해 ‘가십에 대해 답할 의무가 없다’고 언급했다”며 “민주당에서 여성운동 경력을 내세웠던 의원들은 왜 침묵하느냐. 성추행을 한낱 가십으로 치부하는데 왜 항의하지 않느냐”고 직격했다. 이어 “이제 김 전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를 사퇴했고, 공은 청와대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지저분한 의혹에 거짓말까지 늘어놓은 김승원 감싸기를 그만두고 김 전 후보자를 당에서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0일 김민석 대표를 향해 “김승원 전직 보좌진의 ‘김승원의 성추행, 음주운전, 갑질폭언’ 제보를 민주당은 ‘언제’ 받았느냐”며 “청와대보다 먼저 제보 받고도 뭉갠 것 맞느냐”고 물었다. 이어 “그 제보를 받고도 ‘김승원은 보면 볼수록 잘한 인사이니 반드시 지키겠다’는 입장은 그대로였던 것이냐”고 덧붙였다.
탄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전직 보좌관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 대표나 최고위원 등 지도부에는 탄원서는 물론 그 내용을 구두로든 문서로든 한마디도 전한 적 없다. 한 의원에게 편지를 제보한 적도 없다. 김 대표가 사전에 알았다는 근거가 있다면 공개해 달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수차례 언급하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강 실장 사의 표명에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9월 2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 실장을 향해 “비서실장께서 오늘 드디어 졸업을 한번 해보시겠다고 하신 것 같다”며 “아직은 내가 어떻게 할지는 결정을 못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9월 27일까지 미국·멕시코 순방을 떠나있는 만큼 그 이후 강 실장 거취가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사 참사 배후로 ‘경성(경기·성남) 라인’을 지목하며 화력을 퍼부었다.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청와대 소속이 아닌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비선 실세들이 인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추천하는 전횡을 벌이고 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부터 강훈식 실장과 김현지 실장이 인사를 포함한 주도권을 두고 알력 다툼을 해왔다는 말까지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소셜미디어(SNS)에 “이번 사태가 비서실장 한 사람 책임으로 끝날 일이냐”며 “정말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청와대를 좌지우지한다는 ‘경기-성남 라인’ 아니냐. 역시 ‘훈식이 형’보다 ‘현지 누나’가 더 센 것이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발끈했다. ‘친명’ 김영진 의원은 9월 21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이슈타파’에 출연해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자기 업무에 맞게 일하는 것이 본인과 대통령, 청와대와 민주당에 더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렇게까지 인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강훈식 실장은 3선 의원에 당의 중책을 두루 거친 정치인이다. 김현지 실장 등과 파워게임을 했겠느냐”며 “두 세력이 맞붙어 갈등이 일어났다면, 현재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을 때 어떤 식으로든 관련 내용이 흘러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야권에서는 근거도 없이 소설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재정비 필요성은 거론된다. 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차제에 인사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여의도 안팎에서 김 후보자와 관련한 추가 의혹 소문이 없지 않았다. 그걸 청와대가 파악하지 못했고, 검증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라며 “이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9월 14~18일 무선 ARS 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4.8%를 기록했다. 9주 연속 하락이 멈추고, 전주 대비 1.0%포인트(p) 상승했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 상승폭은 여권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 전 후보자 논란,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 갈등 소문 등이 기자회견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분석이다.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도 이 대통령의 고민거리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청 폐지 및 중수청·공소청 출범에 따른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안착을 이끌어야 하는데, 공백이 생기면 큰 혼선이 생길 것이란 우려다. 신중해야 하지만 후임자 찾기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부 장관 자리가 야권의 ‘제1표적’으로 지목 당하고 있는 만큼 적합한 후보자를 찾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 들어 ‘현역 (의원) 불패’ 기록이 깨질 만큼 검증이 심해졌다. 장관 후보자에 올랐다가 일가족이 도륙 당하는 모습을 봤다. 누가 감히 장관으로 가겠다고 손들고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다음 법무부 장관의 최대 과제는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정성호 장관도 그걸 하기 싫으니 나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서 “하지만 누가 그걸 하겠다고 손을 들겠느냐. 나중에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 검증이 무서워서 그 자리를 마다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