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단장 “이호민, 장타력·성실함 장점”…롯데 박근서 지명 “제구·경기운영 높이 평가”
[일요신문] 야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2027 KBO 신인 드래프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9월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KBO 신인드래프트는 드래프트장에 초청된 선수들과 가족들, 현장을 찾은 팬들의 응원 속에 110명의 야구 유망주들이 KBO리그 유니폼을 입었다.
2027 KBO 신인 드래프트가 마무리됐다. 11라운드까지 110명의 신인 선수가 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진=임준선 기자예상대로 1라운드 전체 1순위의 키움 히어로즈는 투수와 야수를 겸하는 부산고 하현승을 지명했다. 전체 2순위의 두산 베어스도 서울고 내야수 김지우를 선택하면서 예상 시나리오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전체 3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KIA 타이거즈가 경남고 내야수 이호민을 지명하면서 드래프트장이 술렁거렸다. 이후 4순위 롯데 자이언츠는 서울디자인고 좌완 투수 박근서를, 5순위 KT 위즈는 유신고 좌완 투수 이승원을, 6순위 NC 다이노스와 7순위 삼성 라이온즈는 각각 경남고 외야수 박보승과 광주진흥고 김민훈을 지명했다.
8순위 SSG 랜더스의 선택은 마산고 좌완투수 이윤성이었다. 9순위 한화 이글스와 10순위 LG 트윈스는 각각 설악고 우완 투수 민주홍과 인창고 우완 투수 윤예성을 호명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의 전체 흐름을 쥐고 있었던 KIA 심재학 단장은 좌완 박근서와 내야수 이호민을 두고 이호민을 지명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가 전체 3순위를 뽑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명을 앞두고 고민이 컸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쳤고, 마지막에는 이호민을 뽑는데 만장일치였기 때문에 기분 좋게 이호민을 호명할 수 있었다. 이호민은 고교 유망주들 사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타력을 갖고 있고, 성실함이 장점이라 KIA 내야에서 키울 만한 재목이라고 본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는 주로 투수를 뽑는 추세다. 전체 3순위의 KIA가 야수 이호민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했는지 궁금했다. 심 단장은 “가능성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면서 “이호민은 고교 선수들 사이에서 흔치 않은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고, 콘택트 능력까지 겸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예상이 어려웠던 KIA의 선택은 경남고 내야수 이호민이었다. 사진=임준선 기자KIA가 이호민을 지명하면서 롯데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호민과 박근서 중 KIA와 롯데가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터라 이후 롯데가 박근서를 지명할지 궁금했던 것. 롯데 박준혁 단장은 마이크를 들고 침착한 목소리로 박근서를 호명했다. 롯데 스카우트 김풍철 팀장은 박근서를 1라운드에 뽑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물론 우리도 거포가 필요한 터라 이호민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경남고 이대호 선수 후배이기도 했고,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보인 타격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앞 순위에 지명된 터라 고민할 필요 없이 박근서를 선택할 수 있었다. 박근서는 올 초부터 계속 상위권 지명 대상이었고, 박근서도 이호민만큼 매력적인 선수라 박근서 지명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박근서의 뛰어난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롯데가 1라운드에서 최지만을 뽑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김 팀장은 “우리 팀 내야에 한동희, 고승민, 나승엽 등 더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최지만 지명을) 생각하기 어려웠다”라고 답했다.
KT는 1, 2라운드에서 1라운드로 후보로 꼽혔던 선수 두 명을 확보했다. 바로 유신고 이승원과 울산 웨일즈에서 활약한 최지만이다. 나도현 단장은 전체 5순위로 이승원을 지명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승원이 MCL(팔꿈치) 수술을 받았는데 보통 수술 받고 16개월 정도되면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오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은 그 과정 중이라고 생각한다. KT 입단 후 잘 관리하고 몸을 만든다면 내년에 경기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단장은 1라운드 지명에 앞서 최지만을 놓고 고민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말해 우린 이승원만 기다렸다”면서 “2라운드 순서에 최지만이 있었고, 최지만 관련해서 수비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지만 선수가 부담 갖지 않고 잘 적응해 가도록 구단도 적극 도와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N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라운드에서 야수 박보승을 지명했다. 임선남 단장은 “우리 순번이 됐을 때 남은 선수들 중 포지션 고려하지 않고 가장 좋은 선수를 뽑겠다는 원칙대로 박보승을 지명한 것”이라고 구단이 세운 드래프트 기준을 소개했다.
박보승은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일본전에서 환상의 다이빙 캐치를 선보이며 대표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던 주인공이다.
“청소년대표팀에서 보인 박보승의 활약이 이번 지명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그만큼 인상적인 플레이였다. 박보승은 고교 2학년 때 최다 안타 신기록(51개)도 세웠을 만큼 콘택트 능력을 입증했고, 대표팀에서 활약한 것처럼 수비 실력이 지금 당장 프로에서 뛰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공·수·주에서 골고루 좋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 팀의 주전 중견수로 성장해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SSG의 1라운드 지명은 마산고 좌완 투수 이윤성이었다. 2024년 개성고 야구부에서 활약하다 2025년 마산고로 전학한 이윤성의 장점은 최고 구속이 152km/h가 넘는 왼손 투수라는 것. 김재현 단장은 “이윤성이 우리 순번까지 오기만을 바랐는데 1라운드에 지명할 수 있어 상당히 만족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투수를 생각하고 있었고, 이윤성과 곽도현(부산공업고)을 뽑고 싶었는데 1, 2라운드에서 두 선수를 다 지명할 수 있었다. 왼손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좌투수는 항상 귀하지 않나. 그만큼 괜찮은 선수를 지명한 것 같다.”
1라운드 후보로 꼽혔던 최지만이 NC와 KT를 지나 SSG 순서까지 내려왔을 때 김 단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 단장의 대답은 명확했다.
“정말 탐이 나는 선수지만 중복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지금 팀 내야에 고명준, 전의산도 있고, 최정도 1루를 볼 수 있어 중복 포지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최지만을 지명할 수 없었다.”
한화의 손혁 단장은 1라운드 지명 선수를 발표하기에 앞서 “이 선수가 지명될까 조마조마했다”라고 소개했다. 손 단장이 호명한 선수는 설악고 민주홍이었다. 드래프트 직후 만난 손 단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민주홍은 150km/h 가까이 던지는 공격적인 성향의 투수다. 탈삼진율이 고등학교 최고 수준에 가까운 터라 즉시 전력이 가능하다고 본다. 던지는 투구폼도 시원시원하고,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투수다. 팔꿈치 수술 후 설악고로 전학가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걸로 알고 있다. 정신력이 대단한 선수라 기대가 크다.”
드래프트 무대 휘어잡은 박근서 아버지 박자식 씨
2027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고의 히트 상품은 롯데 자이언츠 1라운드에 지명된 박근서(서울디자인고)의 아버지였다. 드래프트장에서는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만 부모 중 한 명과 같이 무대에 오른다. 1라운드 전체 4순위에 지명된 박근서는 아버지와 함께 무대로 향했고, 롯데 박준혁 단장으로부터 모자와 유니폼을 전달받아 입은 후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박 단장이 무대에서 내려간 다음 마이크를 잡은 박근서 아버지는 소감을 전하는 순서에 갑자기 사회자에게 “노래 한 소절해도 되겠느냐”고 물은 후 “내 아들이 이 노래처럼 롯데 구단의 ‘선원이 아니라 선장’으로 활약하길 바란다”며 ‘라밤바(La Bamba)’라는 노래를 불렀다. 순간 드래프트장은 폭소의 도가니였고, 아버지 옆에 있던 박근서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신인 드래프트 때마다 ‘어록’을 탄생시켰던 LG 차명석 단장이 윤예성 지명에 앞서 “오늘은 아무리 얘기해 봤자 박근서 선수 아버지의 라밤바를 잡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롯데 김풍철 스카우트 팀장도 “정말 대박이었다”면서 “1군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기질이 있어야 하는데 박근서 선수가 아버지 기질을 잘 물려받았기를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드래프트 종료 직후 박근서 아버지를 만나 무대에서 ‘라밤바’를 부른 사연을 들었다.
“술 한잔 마신 후 노래방 가면 라밤바를 자주 불렀다.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에 친구가 있어 스페인어를 조금 할 수 있다 보니 ‘라밤바’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라밤바가 우리나라 말로 지화자, 좋다! 이런 내용 아닌가. 마침 롯데에서 아들을 지명해줬고, 라밤바의 가사처럼 항구 도시 부산에서 선원이 아니라 팀을 이끄는 선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신나게 불렀던 것 같다.”
박근서는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아버지에게 만약 1라운드에 지명된다면 단상에 올라 무슨 내용의 소감을 전할 거냐고 여러 차례 물어봤다. 아버지는 일부러 이야기를 안 했다고 한다.
“근서가 오늘도 드래프트장에 오면서 “아빠 무대에서 오버하면 난 내려와 버릴 거야. 프로 안 가고 대학으로 갈 거야”라는 이야기까지 했는데 살아 보니까 사고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결과로 수습이 됐다. 근서가 내 노래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단상에서 내려와 휴대폰을 보더니 유튜브나 지인들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표정이 밝더라.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박근서는 충암고 1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재활에 집중하고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서울디자인고로 진학했다. 박근서 아버지는 당시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그때 일을 떠올리면 눈물도 나지만 근서가 워낙 강한 근성의 소유자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공을 던지지 못하는 동안 근서랑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가서 LA 다저스 구장도 가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구장, 토론토 블루제이스 구장을 돌며 야구하는 근서의 시각을 넓혀주려 애썼다. 지금까지는 아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지출이 많았는데 근서를 위한 지출은 더 없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기쁘다. 프로에 가면 근서가 돈을 벌어다 주겠다고 해서 기특해하는 중이다.”
박근서 아버지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야구팀은 삼성 라이온즈였다. 삼성은 잊고 앞으로는 롯데 자이언츠의 열혈 팬으로 아들과 롯데 팀을 응원하겠다고 말한다.
박근서 아버지는 작년에 ‘박진호’라는 이름에서 개명을 했다고 밝혔다. 개명한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며 이렇게 답한다. “‘박자식’으로 바꿨다. 진짜로 개명한 이름이 박자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