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공무원으로 알려진 B 씨는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나 양육비 등 전반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이혼 소장을 받은 뒤 A 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25년 3월부터 최근까지 남편 B 씨로부터 수차례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B 씨로부터 욕설과 폭행 등을 당했다는 내용의 상담을 요청한 기록이 확인됐으나, A 씨는 정식 신고를 주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선 B 씨의 협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경찰에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A 씨를 위협했고, 공무원인 B 씨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경우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 신고하지 않았다. 수사관의 거듭된 설득에도 A 씨는 스마트워치만 받아 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신고·상담 가운데 올해 4월에는 B 씨가 A 씨에게 흉기를 들고 협박한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지난 5월 또다시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B 씨가 폭행하면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때 A 씨는 경찰관에게 B 씨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 B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하고 특수협박 등 가정폭력 관련 혐의는 제외했다. 이후 검찰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특수협박 혐의를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소극적인 대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특수협박죄는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공무집행방해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워 B 씨에 대한 구속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특수협박 혐의를 적용하진 않았으나, 구속영장 신청 당시 B 씨의 가정폭력 정황을 상세히 기술했다"고 해명했다.
유가족은 SBS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경찰의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유가족은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조치의 실효성에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위급한 순간 신고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피해자의 생명을 온전히 지킬 수 없었다"고 했다.

유가족은 "고인(A 씨)은 자신과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면서 "자신의 흔적을 감추며 조심했던 고인의 주소가 이혼 소송 과정에서 소장을 통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제도 공백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2022년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결국 소송 당사자가 주소 등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2023년 통과됐고, 관련 제도는 2025년 7월부터 시행됐다.
법원은 소송 당사자에게 개인정보 비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어 통상적으로 안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유가족은 "별도의 절차가 있다고 하지만, 이혼 소송을 처음 겪는 평범한 사람이 이러한 제도를 미리 알고 필요한 절차를 찾아 신청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고인은 자신의 주소가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너무 무섭다'고 울며 전화했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전자소송 포털에 개인정보 공개 동의 절차를 추가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민사소송이 전자소송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인정보 비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등 제도 홍보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B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의 의사, A 씨의 자녀가 성장했을 때 예상되는 2차 피해 등을 고려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