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양국은 최근 수년간 여름 평가전을 지속해왔다. 2024년 7월에는 일본 도쿄, 2025년 7월에는 안양에서 경기가 열렸다. 2년 전에는 1승씩을 나눠 가졌다. 홈에서 열린 2025년 경기에서는 한국이 2연승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2연전 승리로 국내 분위기는 고무됐다. 해외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현중과 여준석 등이 모두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농구협회가 목표로 천명한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진출에 한 발 다가간 듯 보였다. 이어진 FIBA 아시아컵에서는 카타르, 레바논 등 난적을 잡으며 8강에 진출해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기대감은 1년 만에 다시 무너지는 모양새다. 이번 일본과의 2연전에서 대표팀은 유독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열린 첫 경기부터 한일전 역대 최다 점수차로 패배 기록을 썼다. 이날 스코어는 68-88로 20점 차가 벌어졌다. 종전 기록은 1962년의 17점 차였다.
이튿날 경기에서는 격차가 29점으로 더 벌어졌다. 일본은 핵심 전력에게 휴식을 줬음에도 한국을 95-66으로 꺾었다. 한국으로선 굴욕적인 패배였다.
격차가 벌어진 배경 중 하나는 선수단 구성에 있었다. 일본은 이번 평가전에서 하치무라 루이(LA 클리퍼스), 카와무라 유키(LA 클리퍼스) 등 NBA 무대에서 활약하는 핵심 자원이 합류했다. 특히 하치무라의 경우 이전 감독과 불화로 국가대표팀에서 멀어진 상태였으나 감독이 교체되면서 약 2년 만에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한국은 전력 공백이 컸다. 이현중은 NBA 구단들의 캠프 초청으로 자리를 비웠다. 이현중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던 이정현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핵심 포워드 자원들인 송교창, 안영준, 최준용 등이 모두 각각 부상과 해외 무대 도전 등 사정으로 팀에서 빠졌다. 주전 빅맨 하윤기 역시 부상으로 장기간 대표팀을 이탈해 있는 상태다.

평가전 승리, 아시아컵 활약 등으로 성과를 내던 대표팀의 상승세가 꺾인 시점은 지난 2월부터다. 아시아컵 종료 이후 대표팀은 기존 안준호 감독과 계약기간이 끝났고 결별을 결정했다. 이어진 일정에서 전희철 감독(SK), 조상현 감독(LG)을 각각 임시 감독과 코치로 내세웠다. 이들은 '만리장성' 중국에 2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후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그 주인공은 라트비아 출신의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었다. 라트비아와 러시아, 조지아, 리투아니아 리그 소속팀, 라트비아 연령대 대표팀 등을 맡은 경험이 있는 지도자다. 부임 당시 NBA 스타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를 어린 시절 지도한 경험으로 관심을 모았다.
마줄스호 출범 이후 첫 일정은 월드컵 예선전인 대만과 일본 원정이었다. 대표팀은 2월 말과 3월 초 열린 원정 일정에서 2연패를 기록했다. 이어진 7월 홈경기 대만전까지 패하며 월드컵 2차 예선에 진출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마지막 기회였던 한일전에서 2점 차 신승을 거두면서 한숨을 돌렸다. 마줄스호는 월드컵 예선 4경기에서 1승 3패를 기록하게 됐다.
어렵게 위기를 넘긴 직후 벌어진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2연패를 기록한 것이다. 향후 대표팀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경기 내용이었다. 이번 2연전 중계를 맡았던 이상윤 IB스포츠 해설위원은 "최근 결과나 내용이 안 좋다고 해서 마줄스 감독의 농구가 대표팀과 맞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마줄스 감독은 세트 오펜스를 선호하는 성향으로 보이는데, 가끔은 한국 스타일의 빠른 농구를 섞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중 공격 리바운드를 빼앗기거나 노마크 찬스를 내주는 등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 1차전 패배에도 2차전에서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여자 대표팀은 1차전 대패 이후 2차전은 선전했다"고 덧붙였다. 남자 대표팀에 앞서 두 차례 한일전을 치른 여자 대표팀은 1차전을 59-77, 큰 격차로 졌으나 2차전은 77-78(패배)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이번 평가전에서 소득도 있었다고 평했다. 그는 "마줄스 감독이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지난 시즌 신인이었던 강성욱, 문유현, 에디 다니엘 등이 활약했다. 어린 선수들이 국가대표 경기에 뛰면 자신감도 올라가고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분위기가 침체됐으나 대표팀에게는 숨 돌릴 틈이 없다. 8월 말에는 레바논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는 월드컵 2차 예선 일정이 각각 레바논 주크 미카엘(27일)과 수원(31일)에서 열린다. 9월 초에는 필리핀과 평가전 두 경기가 열린다.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최종 모의고사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일은 9월 19일이다. 조별 예선부터 토너먼트까지 긴 일정을 치러야 하는 농구 종목은 개막일 이전부터 경기를 시작한다. 대표팀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개최국 일본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다. 다만 아시안게임에서는 '광복절 참사'를 만든 하치무라, 카와무라 등은 참가하지 않는다. 반면 이현중 등이 돌아올 한국으로선 목표인 금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일본을 넘어서야 한다.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패하며 대회를 어렵게 치러야 했다. 일본 외에 중국, 요르단, 필리핀 등이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아시아컵 등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하며 호성적을 내는 호주, 뉴질랜드는 아시안게임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대표팀의 과제로 '정예멤버 소집'을 첫 손에 꼽았다. 그는 "평가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강한 선수단을 꾸리지 못했다. 선수를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농구협회도, 대표팀 밖 농구인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마줄스 감독도 좀 더 스킨십을 하면서 선수들 마음을 움직였으면 한다.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은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현중 등 해외파의 약진, 유망주들의 성장 등으로 근래 보기 드문 강한 선수단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한농구협회는 최근 "2032 브리즈번 올림픽 8강"을 목표로 언급했다. 장기 목표로 가는 과정, 중간 평가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농구 대표팀이 한일전 참패를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