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5일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입단이 공식 발표된 이후 그의 이적을 둘러싸고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아틀레티코 구단은 4년 전부터 이강인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부터 몸담았던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에서 한 단계 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받던 시절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2023년 여름 방한 당시에도 이강인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이적을 위한 시도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강인의 이적에 아틀레티코가 쏟아부은 금액은 4000만 유로(약 653억 원)였다. 3년 전 파리 생제르맹으로 향할 당시 발생한 2200만 유로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구단의 기대감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4000만 유로는 아틀레티코 역사상 여덟 번째로 많은 이적료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강인이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파리에서 활약하는 동안 이강인은 우측면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도 뛰었고 세컨드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등 중원에서도 활약했다. 때로는 최전방 공격수 위치에도 섰다. 이적 협상이 진행되던 당시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시메오네 감독이 중앙과 양측면에서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강인의 이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또 다른 인물은 마테우 알레마니 구단 스포츠 디렉터다. 과거 발렌시아 CEO를 맡아 이강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사다. 당시 17세이던 이강인에게 장기 계약을 안겼다. 아틀레티코 부임 이후 빠르게 이강인 영입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한 이강인은 등번호 7번을 받는 등 팀 내 높은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입단 발표와 동시에 공개된 이강인의 등번호는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강인 이전 등번호 7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구단 레전드 앙투안 그리즈만(프랑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힌다. 중위권을 오가던 이들이 매 시즌 우승 경쟁에 나서는 팀으로 성장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구단 통산 최다 득점 기록(212골)도 보유하고 있다. 2025-2026시즌을 마치고 올랜도 시티(미국)로 이적하며 팀과 작별했다. 아틀레티코는 마침 비어있는 7번의 자리를 이강인에게 건넸다.
일부 팬 사이에서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팀에서 가장 사랑받던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리즈만은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등 팀을 넘어 당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던 자원이다.
이강인을 그리즈만과 같은 팀을 대표하는 스타로 전면에 내세우려는 구단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강인의 입단 발표 방식은 특별했다.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오후 5시에 맞춰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스페인 언론은 '한국인들이 완벽하게 깨어 있었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 인근 대형 전광판에 입단 기념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열린 친선전 이후에는 구단 레전드 다비드 비야가 나선 가운데 팬들 앞에서 입단식을 열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그리즈만과 다소 다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격 2선에서 주로 활약하고 왼발잡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둘은 분명 다른 특성을 가진 선수들이다. 그리즈만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에 장점을 보이는 유형이다. 이강인은 본인이 공을 소유하며 플레이하기를 즐겨 차이점을 보인다. 그리즈만은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이 탁월하다는 강점도 있다. 아틀레티코 팬들이 그를 떠나보낸 아쉬움을 달래려면 이강인이 기존보다 공격 포인트 생산성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시메오네 감독은 이강인의 활용에 대해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어디에서 가장 좋은 플레이를 할지 판단할 것"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아직까지 이강인이 소화할 포지션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서는 무대였던 맨시티와의 친선전에서 이강인은 공격 2선 오른쪽에 다소 치우쳐 경기를 풀어갔다. 특유의 공 컨트롤과 패스로 공격진을 지원했고 직접 슈팅으로 골을 노리기도 했다.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의 공격진 우측면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가져간 자원은 줄리아노 시메오네다. 감독인 아버지와 한 팀에서 뛰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오른발잡이 오른쪽 윙어로서 주로 터치라인을 따라 활동하며 돌파 이후 컷백과 크로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유형이다.
반면 이강인은 왼발잡이이기에 좀 더 안쪽에서 활약하며 패스나 슈팅을 노릴 수 있다. 팀은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이강인의 플레이 스타일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주로 나서는 마르코스 요렌테와의 조합을 기대케 한다. 이강인이 안쪽으로 좁혀서 활동하면서 측면의 요렌테에게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중앙 지역에서도 활약하는 요렌테이기에 순간적으로 둘이 위치를 바꿔 상대 수비에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첫 시즌 넘어야 할 변수들
많은 이적료를 발생시켰고 상징적인 등번호를 받은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적응 기간에 있어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팀과 환경에서 선수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축구계에서 드물지 않다.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입단은 7월 25일 발표됐으나 선수단 합류는 8월 8일에서야 이뤄졌다. 병역 관련 행정 절차 문제 탓에 출국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2023년 병역 특례 자격을 얻었으나 기초군사훈련이나 봉사활동과 같은 병역 의무 이행 절차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틀레티코의 리그 첫 경기(8월 20일)까지 이강인이 팀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시일은 10일 남짓이다. 그간 국내에서 꾸준히 별도의 훈련을 진행해 왔지만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2027년 1월에는 국가대항전인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이 열리는 점도 변수다. 이강인은 부상이 아니라면 대회 참가 확률이 100%에 가까운 자원이다. 대표팀이 대회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다면 소속팀에서 자리를 비우는 기간은 길어진다. 이적생으로서 첫 시즌, 1개월 이상의 공백은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럼에도 이강인의 적응에 어려움만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이강인은 10세를 전후로 스페인에 이주했다. 스페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하다. 새 팀의 연고지가 수도 마드리드라는 점 또한 이점이 있다. 이강인은 과거 스페인 내 섬 지역에 자리 잡은 마요르카 소속 당시 국가대표팀을 오가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