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는 현시대 최고를 넘어 마이클 조던과 함께 역대 최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다. 그의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마지막이 될 이적에 많은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적 발표 이전부터 그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기존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에서 FA를 선언한 이후 새 팀을 고르기까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걸리면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유롭게 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공개하며 결정을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팬들의 애를 태웠다.
NBA 30개 구단 중 다수가 그를 영입하길 원한다는 소식이 이어지며 흥미를 더했다. 마이애미 히트 구단은 자체 유튜브 채널에서 제임스 입단 기자회견 링크를 올려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는 구단 마케팅 담당자가 실수를 범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입단 발표 직후 '르브론 이펙트'는 이어졌다. 필라델피아가 위치한 펜실베니아주의 조시 샤피로 주지사는 그의 입단 발표일(7월 24일)을 '르브론 제임스 데이'로 지정하기도 했다.
제임스가 필라델피아행을 발표한 이후 티켓 재판매 플랫폼 'StubHub'에서는 필라델피아 구단 관련 검색량이 수 시간 만에 470배로 뛰었다. 티켓 수요 또한 약 200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라델피아는 도시 규모, 팬 충성도 면에서 NBA 내 '빅마켓'으로 통하는 구단이다. 좋은 성적을 낼 때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고 그렇지 못할 때는 거친 야유를 퍼붓는 필라델피아 관중들을 보고 국내 스포츠팬들은 훌리건이라는 단어를 합성해 '필리건'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이전부터 충분히 뜨거웠던 필라델피아였음에도 제임스의 합류는 더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티켓 수요가 많아지자 자연스레 가격도 올랐다. 제임스가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첫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프리시즌 경기의 티켓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인기 선수의 상징, 유니폼 판매량도 기록적이다. 정확한 판매량과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제임스의 필라델피아 유니폼은 이적 발표 이후 48시간 기준, 이적생 유니폼 중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2023년 LA 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 쇼헤이였다.

제임스는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이유로 '우승'을 이야기했다. 제임스 합류 이전 이들은 이미 강한 전력을 구축한 팀이다. 이들은 지난 시즌 동부 콘퍼런스 정규리그 7위를 기록했고 이어진 플레이오프에서 콘퍼런스 세미파이널에 올랐다.
빅맨 조엘 엠비드가 중심을 잡고 있는 팀이다. 리그 MVP(2023), 득점왕(2022·2023), 올림픽 금메달(2024)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자원이다. 가드진에서는 올스타 타이리스 맥시, 유망주 V.J. 엣지컴 등이 활약한다.
이에 더해 필라델피아는 제임스 합류 이전 트레이드로 제일런 브라운을 품었다. 전 소속팀 보스턴 셀틱스를 2024년 NBA 파이널 우승으로 이끌었고 본인은 파이널 MVP를 수상한 바 있다. 이 같은 화려한 선수진에 제임스는 우승이 가능하다고 판단, 필라델피아와 계약을 맺었다.
당초 다양한 구단이 제임스의 행선지 후보로 거론됐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또한 언급이 되며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와의 만남으로 팬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고향팀이자 NBA 커리어를 시작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복귀 또한 이적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 '우승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후보에서 지워졌다.
뉴욕 닉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등은 이미 우승권 전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최근 1~2년간 우승 또는 우승에 가까운 실적을 내기도 했다. 이에 제임스는 완성에 가까운 전력을 갖춘 팀이 아닌 자신이 '마지막 조각'으로서 활용될 수 있는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돈이나 가족의 상황 또한 그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임스는 2년 약 800만 달러(약 114억 원)를 받는 작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직전 시즌 5300만 달러(758억 원)의 연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가 금전적인 부분에서 물러나면서 필라델피아는 더욱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전 이적에서 제임스는 자녀 교육을 우선순위로 두고 로스앤젤레스를 선택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자녀 3남매 중 장남과 차남은 이미 각각 NBA 선수와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수천 km가 떨어진 대륙 반대편 팀으로 비교적 홀연히 떠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같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 십 대 초반인 막내딸에게는 LA를 떠날 수 있음을 사전에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치열해진 동부 콘퍼런스…팀 내 불안요소는
단숨에 필라델피아가 우승 후보급 전력을 갖추면서 NBA 동부 콘퍼런스 판도 또한 크게 흔들린다. 그간 동부가 서부에 비해 난이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과 달리 차기 시즌에는 동부 역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제임스가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으면서 이들이 속한 동부 애틀랜틱 디비전은 더 많은 눈길을 끌게 됐다. 같은 디비전끼리는 더 잦은 정규시즌 맞대결을 펼치는 탓이다. 디펜딩 챔피언 뉴욕, 전통의 강호 보스턴 셀틱스 등과는 이전부터 라이벌 구도가 존재했다.
이에 더해 같은 디비전 내 토론토 랩터스는 대형 전력 보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우승 청부사' 카와이 레너드 영입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너드 이적이 성사된다면 필라델피아, 뉴욕, 보스턴, 토론토가 속한 애틀랜틱 디비전의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외에도 지난 시즌 준수한 성적을 냈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전 시즌 동부 1위)와 클리블랜드(4위),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영입한 마이애미 히트, 타이리스 할리버튼이 부상에서 돌아오는 인디애나 페이서스 등이 상위권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가 자신들의 최근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음에도 우승을 섣불리 단언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필라델피아 팀 내부에 불안 요소는 있다. 제임스는 오는 12월 42세가 된다. 과거처럼 풀타임에 가깝게 코트를 뛰어다닐 수는 없다. 실제 최근 시즌을 거듭하면서 출전 시간이 점차 줄어들었다. 다만 여전히 출전에 대한 욕심 또한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닉 널스 감독의 현명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전부터 이어지던 이들의 아킬레스건은 엠비드의 건강이다. 2023년 MVP를 수상하며 리그를 평정했으나 이후 몸 상태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MVP 수상 이후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정규리그 40경기를 채우지 못했다. 부상을 떨쳐내고 코트로 돌아온 상황에서도 과거와 같은 몸놀림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제임스를 필라델피아로 '유혹'하는 과정에서 엠비드는 자신의 건강 문제에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NBA 등장부터 '선택받은 아이(Chosen One)'으로 불리던 르브론 제임스의 마지막 장이 시작된다. 전성기와 같은 몸놀림은 아닐지라도 경기 운영 능력, 시장을 움직이는 이름값은 여전하다. 자신이 뛰는 네 번째 팀에서 다섯 번째 우승에 성공한다면 평가는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제임스의 마지막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