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고가 게재된 날은 공교롭게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예선 3차전이 열린 날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졸전 끝에 남아공에 0 대 1로 패배하며, A조 3위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쳤다. 12개 조 3위 팀 중 8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이 도입된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다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입장이 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6월 26일부터 6월 28일까지 대기했다. 다른 조의 경기 결과를 기다렸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6월 29일 오전 4시 30분경 홍명보 전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퇴 이튿날인 6월 30일 새벽 홍 전 감독은 선수 8명과 함께 귀국했다.
홍 전 감독이 돌아온 후부터 대한축구협회 행정은 분주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 전 감독이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인 6월 30일 오후 2시 45분 대한축구협회 팀장급 실무자는 보고서 1건을 기안했다. 기존 공고한 채용공고와 관련, 채용 인원을 1명에서 3명으로 변경하는 보고서였다.

기안된 보고서는 6월 30일 오후 4시 29분 본부장 결재를 거쳐 7월 2일 오후 2시 51분 전무이사 결재를 받았다. 협조자인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현재 회장 직무대행)은 7월 2일 오후 5시 57분 협조자 결재를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사무처 인력 채용공고의 채용 인원은 3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경영본부 인사총무팀 신규 인력이 담당할 ‘선거사무 및 기타 업무 보조’는 시급하게 발생한 중대 업무라고 보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는 평가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월드컵 개막 직전인 5월 29일 이미 사퇴 의사를 표명한 까닭에서다. 선거사무가 급했다면 첫 번째 채용공고 때 관련 직원 채용을 진행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이미 정 전 회장이 월드컵 이후 협회장직 사퇴를 공식화한 상황인데, 32강 탈락 확정과 홍명보 전 감독 사퇴 이후에 신임 회장 선거사무를 ‘시급한 중대 업무’로 봤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채용 인원을 늘린 뒤 국민신문고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은 홍명보호의 32강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된 뒤 갑작스럽게 채용 인원이 변경된 것을 두고 특정 인물 내정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신문고 민원 문서에 따르면, 민원인은 “이번 채용에서 추가로 확대된 인원 (관련 내정자) 2명은 홍명보 감독 경호 및 수행업무(운전기사 등)를 담당했던 인물들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스포츠 현장에서 실무 보조 및 경호 업무를 수행하던 인력들을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처 직원’으로 재채용하려는 시도가 전문성과 직무 연관성을 고려할 때 객관적인 채용 기준을 충족할지가 의문이다. 이번 채용과 관련해 특정 감독의 사적인 수행 인력을 위한 ‘보은성 자리 만들기’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는 견실한 행정 인력을 확보해야 할 대한축구협회의 채용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다수의 지원자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불공정 행위다.”

대한축구협회는 ‘민원 답변’을 통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채용 과정서 특정인을 내정하거나 채용 절차 공정성을 훼손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정해진 절차를 통해 공정하게 평가가 이뤄져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용 인원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것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는 “협회가 직면한 다수의 시급 현안 업무가 계속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원활히 처리할 사무 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축구계 다른 관계자는 “경기장 위에서 빌드업이 잘 이뤄졌어야 하는데, 최악의 성과를 낸 직후 ‘알박기 인사’에 대한 빌드업이 활발히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상당히 참담한 상황”이라면서 “해당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홍명보 전 감독 사퇴 직후 불과 이틀 만에 채용 인원이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과정은 누가 봐도 석연치 않다”며 “특히 ‘시급한 중대업무’라는 추상적 사유로 감독 수행 인력의 보은성 채용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협회는 변경 결재 진위와 평가표, 응시자 및 합격자 관련 내역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사무처 직원 3명을 채용하는 이번 공채에 총 지원자 수는 187명이었다. 경쟁률은 62.3:1 수준이었다. 채용 관련 배점표에 따르면, 서류접수를 통과한 인원은 9명으로 최종합격자의 3배수였다. A 씨는 서류전형에서 8위를 기록해 3배수 안에 들었다.
A 씨는 서류전형에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작성’ 부문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3배수 안에 든 지원자 9명 가운데, 두 부문에서 만점을 기록한 지원자는 총 3명으로 나타났다.
대한축구협회 채용공고문에 따르면, 7월 9일 서류접수가 마무리된 뒤 7월 10일 서류전형이 진행됐고, 1차 합격자가 발표됐다. 면접전형은 7월 13일 진행됐다. 면접에서 A 씨는 상위 3명 안에 들지 못해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전 감독 알박기 채용 시도’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7월 6일 접수했고, 같은 내용의 국민권익위원회 청렴포털 민원 내용은 7월 7일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는 청문위원회 안팎에선 대한축구협회가 홍 전 감독 사퇴 이후 측근 인사에 대한 ‘알박기 채용’을 시도하다 민원 내용을 확인하고 채용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홍명보 전 감독의 운전기사가 채용 인원이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공채에 지원해 서류평가 일부 항목에서 만점을 받고 면접까지 진출한 과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히 ‘알박기 채용’ 민원이 접수된 뒤 최종 탈락한 만큼, 민원이 없었다면 채용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까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축구협회는 채용 인원 변경 경위와 결정권자, 평가위원 구성, 만점 부여 근거, 민원 접수 이후 내부 논의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면서 “협회가 특정인의 측근을 위한 취업 통로로 활용됐는지 청문회에서 명백히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홍 전 감독 수행 인원은 운전하셨던 분 한 명밖에 없는데, 지금 현재는 계약 종료 상태”라면서 “다시 재입사를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긴급한 중대업무 발생’을 근거로 채용 인원이 2명 늘어난 배경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 측은 “채용이 필요했었는데, 여러 가지 사안으로 인해 채용을 진행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필요한 인력이라면 (채용) 절차를 진행할 때 한번에 추가를 해서 진행하자는 취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월드컵 시즌이어서 바쁘기도 했었고, 기존에 각 부서별로 있었던 인력들에 비해 현재 정원이 많이 축소된 상황”이라면서 “정년퇴임이나 출산휴가 등으로 발생한 공석도 많다”고 부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요청한 ‘면접 대상자와 최종합격자의 최근 3년간 대한축구협회 근무·용역 참여 내역’에 대해 “최종합격자 3명 중 2명은 최근 3년간 대한축구협회 근무·용역 참여한 것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서면답변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나머지 1명은 KFA MD사업 운영대행사 소속으로서 해당 프로젝트 경력(소속직원 경력은 없음)은 있으나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스포츠윤리센터 등에 동일하게 민원접수된 내용과 같이 홍명보 전 감독 경호 및 운전기사 분야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면접 대상자에 대한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