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본준 회장은 지난 10일 보유하고 있던 LX홀딩스 주식 610만 주를 구 사장에게 증여했다. LX홀딩스 전체 발행주식의 7.8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구 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11.92%에서 19.77%로 높아졌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19.99%에서 12.14%로 낮아지면서 LX홀딩스 최대주주도 구 회장에서 구 사장으로 변경됐다.
지분 이전은 한 차례 더 예정돼 있다. 구 회장은 오는 9월 11일 LX홀딩스 주식 381만 5000주를 구 사장에게 추가로 증여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증여분까지 더하면 두 차례에 걸쳐 구 사장에게 넘어가는 주식은 991만 5000주. LX홀딩스 전체 발행주식의 12.75%에 해당한다.
추가 증여까지 마무리되면 구 사장의 보유 주식은 1918만 4748주, 지분율은 약 24.68%로 높아진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7.24%로 낮아진다.
2021년과 비교하면 승계 구도도 한층 선명해졌다. 구 회장은 LX홀딩스 출범 첫해인 2021년 말 구 사장에게 850만 주, 딸 구연제 씨에게 650만 주를 각각 증여했다. 당시에는 두 자녀에게 지분을 나눠줬지만 올해 증여 대상은 구 사장으로 한정됐다.
구 사장은 1987년생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외국계 컨설팅업체를 거친 뒤 2014년 LG전자에 입사해 신사업개발과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2021년 LX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시점에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2022년 전무로 승진한 뒤 같은 해 설립된 LX MDI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다. 2024년 11월에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LX MDI는 LX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다. 그룹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 컨설팅과 IT·업무 인프라 개선, 미래 인재 육성 등을 담당한다.
최근 실적은 개선됐다. LX MDI는 2023년 매출 85억 4400만 원, 영업이익 2억 7100만 원을 기록했다. 2024년 매출은 76억 2200만 원으로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억 13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98억 5300만 원, 영업이익 7억 49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9.3%, 46.0% 늘었다.
LX MDI 실적만으로 구 사장의 경영 능력을 온전히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LX MDI 매출 가운데 LX인터내셔널과 LX하우시스, LX판토스, LX세미콘, LX MMA 등 계열사에서 발생한 금액은 90억 9400만 원이다. 전체 매출의 92.3%에 달한다.
구 사장은 LX인터내셔널과 LX판토스, LX세미콘, LX하우시스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은 경험도 없다. LX MMA 기타비상무이사로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주력 사업회사를 직접 이끈 이력과는 차이가 있다.
재계에서는 최대주주 변경을 계기로 구 사장이 LX홀딩스로 복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의 LX홀딩스 대표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또 다른 각자대표인 노진서 사장은 지난해 3월 재선임돼 2028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구 사장의 LX홀딩스 복귀나 대표이사 선임 일정은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주가 1만 4300원→8000원…기업가치도 올려야
구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다면 LX홀딩스 기업가치 제고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LX홀딩스 주가는 2021년 상장 이후 한때 1만 43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5월에는 9950원까지 올라 1만 원 선에 근접했으나 지난 10일 종가는 8000원으로 내려왔다. 올해 고점과 비교하면 약 20% 낮은 수준이다.
지주회사인 LX홀딩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면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올해 1분기 LX홀딩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143억 8200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16억 원으로 4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375억 8200만 원으로 47% 줄었다. 지분법손익은 전년 동기 689억 원에서 377억 원으로 45% 감소했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서는 LX세미콘과 LX인터내셔널의 수익성이 둔화됐다. LX세미콘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537억 원에서 291억 원으로 46% 줄었고, LX인터내셔널도 1667억 원에서 1522억 원으로 8.7% 감소했다. LX판토스의 1분기 연결 매출도 2조 326억 원에서 1조 9527억 원으로 낮아졌다. LX하우시스는 같은 기간 상반기 당기순이익 77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 새 먹거리 찾아야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다양화하는 것도 과제다. LX그룹은 상사·물류와 반도체, 화학소재, 건자재 등을 핵심 사업으로 두고 있다. 일부 사업은 원자재 가격과 운임, 전방산업 경기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이 출렁일 수 있는 구조다. LX인터내셔널과 LX판토스는 자원 가격과 물류 시황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LX세미콘과 LX MMA 역시 각각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황 변화에 민감하다.
LX인터내셔널은 사업을 자원, 트레이딩·신성장, 물류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누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원 부문 매출은 3238억 원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했다. 트레이딩·신성장 부문은 1조 9627억 원으로 46.6%, 물류 부문은 1조 9249억 원으로 45.7%에 달했다. 변동성이 큰 자원과 트레이딩, 물류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LX판토스는 포워딩과 계약물류(CL)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LX판토스의 매출처 집중화는 풀어야 할 과제다. LX판토스의 올해 1분기 매출 가운데 LG전자와 그 종속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8.9%다. 특정 고객군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화주를 확보하는 것도 외형 확대와 함께 살펴볼 대목이다.
#M&A로 외형 키웠지만 수익성은 '글쎄'
LX그룹은 계열분리 이후 M&A와 지분 투자를 성장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LX인터내셔널은 2022년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4%를 947억 원에 인수했다. 2023년에는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25억 원에 인수했고 이후 사명을 LX글라스로 변경했다.
차량용 반도체 설계회사 텔레칩스 지분 10.9%도 확보했다. 북미 물류회사 트래픽스에 투자했고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 지분 60%를 1330억 원에 취득했다. 최근에는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전문업체 BSG파트너스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그룹 외형은 빠르게 커졌다. 2025년 말 LX그룹의 자산총액은 13조 3500억 원으로 계열분리 이전인 2020년 7조 1799억 원보다 85.9% 증가했다.
문제는 인수한 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는지 여부다.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 M&A였던 LX글라스의 실적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LX글라스는 인수 첫해인 2023년 매출 3549억 원, 순이익 127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74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순손실은 1064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724억 원, 순손실 56억 원을 기록했다.
포승그린파워도 안정적인 실적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업이익은 2022년 120억 원에서 2023년 14억 원으로 감소했다가 2024년 91억 원으로 회복했다. 지난해에는 3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손익 역시 2022년 44억 원, 2023년 마이너스(-) 35억 원, 2024년 30억 원, 지난해 -77억 원으로 흑자와 적자를 반복했다.
향후 새로운 M&A에 나서더라도 기존 인수기업의 실적 정상화를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그룹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한 만큼 이제는 인수한 자산을 실제 이익 창출원으로 만드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LX홀딩스 자체의 자금 운용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그룹의 총자산 규모는 13조 3500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지주사 장부에 찍힌 올해 1분기 말 연결 자산은 2조 4293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장부상 격차’는 핵심 상장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력 한계에서 비롯된다. LX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LX인터내셔널, LX세미콘, LX하우시스의 지분율이 모두 20~30%대다. 이로 인해 지배력이 인정되는 종속회사가 아닌 회계상 ‘관계기업’으로 묶이면서, 자회사들의 자산과 부채가 지주사 연결 재무제표에서 대거 제외되는 착시가 발생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형모 사장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경영 전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면서도 “현재까지 경영 성과로 내세울 만한 뚜렷한 부분이 없어 이를 증명해내는 것이 남겨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X 관계자는 “승계와 관련된 내용이라 따로 설명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