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지사는 “취임 직후에야 이 중대한 사실과 구체적인 재정 실상을 보고 받았다”면서 “1420만 도민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재정 상황이 공직사회 내부서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으며, 그 심각성마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의 비상선언 이후 주목받은 건 전임 도지사들이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 동안 경기도지사 선거에선 보수정당 후보가 3연승을 거뒀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그 뒤를 남경필 전 지사가 도정 지휘봉을 잡았다.
보수진영 출신 지사들은 12년 동안 ‘부채 다이어트’를 했다. 2006년 김문수 전 후보가 지사로 취임할 당시 경기도 채무는 약 5조 9000억 원 수준이었다. 2014년 김 전 지사가 경기도청을 떠날 때 채무는 약 3조 6305억 원 규모로 줄어 있었다. 남경필 전 지사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부채를 1조 원 정도 줄였고, 이 무렵 경기도 부채 총량은 2조 6283억 원가량이었다.
2018년 이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2018년 이재명 대통령이 민선 8기 지사로 취임했고, 2022년 지방선거에선 김동연 전 지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교롭게도 민주진영 지사들이 도정의 키를 잡고 있던 시기 경기도 부채는 증가했다.

경기도 공공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김한슬 경기도의원이 분석한 ‘경기도 채무 지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경기도 채무 잔액은 6조 1357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 비해 5년 사이 채무가 4조 3664억 원 증가했다.

추 지사는 “공장시설이 거의 없는 서울은 법인 지방소득세가 1위지만 공장과 산단 배후인력과 연구시설이 밀집한 경기도는 법인 지방소득세를 단 한푼도 걷지 못한다”면서 “경기도는 산업을 유치하고 키우기 위해 부지, 도로, 철도, 용수, 전력공급 등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희생을 감당하는데, 기업이 성장해 만들어내는 세수는 경기도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추 지사는 8월 6일 주형철 경제부지사를 필두로 한 ‘재정위기 극복 전략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비상재정 대응체계 구축을 지시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도지사 시절 청년기본소득, 무상교복, 산후조리비 등 수많은 ‘무상정책’들이 도입됐다”면서 “결과적으로 2021년 이재명 도지사 임기 마지막 해 경기도 부채가 1년 동안 무려 64.5%나 증가했다”고 했다. 그는 “그때 만들어놓은 고정성 복지 지출이 지금까지 경기도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 잘못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에서도 추미애 지사가 경기도 재정 부실 책임을 김동연 전 지사와 이재명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새어 나온다. 특히 친명계에선 이 대통령에게 번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추 지사가 전당대회 기간 의도적으로 비상선언을 했다는 의심도 뒤를 잇는다.
8월 9일 민주당 전당대회 레이스를 펼치는 중인 정청래 후보가 SNS를 통해 “어머니, 정청래입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린 데에 추 지사가 화답하자 친명계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추 지사는 정 후보 글에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개혁 과제들이 많다”면서 “(정 후보의) 개혁의 일관성과 진심을 믿는다”고 댓글을 달았다. 경기도 재정에 비상을 선언한 추 지사가 정 후보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됐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이 공개 지지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잘못됐다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했다. 추 지사의 선언에 대해 박 의원은 “(재정 비상선언) 이유가 어디 있는지도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이 대통령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지급 유예를 선언한 것이고, 추미애 지사의 재정 비상선언은 긴축 재정을 강조한 것이라 성격은 다르지만 향후 진영 및 지역 내 정치적 지분 쌓기 측면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재정과 관련된 숙제를 해결하는 지자체장은 행정가 이미지를 장착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 빼고 다 해봤다는 소리를 듣는 추 지사가 이런 이미지를 강조하며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단체장이 전당대회에 관여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기고, 느닷없이 비상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 곱게 보이진 않는다”면서 “중앙 정치권에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성급한 판단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추미애 지사의 경기도 재정 비상선언이 정치적인 맥락에서 의도한 것인지 의도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는 선언임에는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 교수는 “추 지사의 비상선언을 듣고 재정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게 한 전임자를 떠올렸을 때 김문수, 남경필 등 전직 지사들을 떠올리긴 어렵다”면서 “누구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연 전 지사 이름이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커진 셈”이라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