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명 진영에선 정 후보가 신천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정 후보가 한국근우회 행사에 참석한 장면이 담긴 사진이 근거였다. 한국근우회는 신천지 유관 단체라는 의심을 받는 곳이다. 이희자 한국근우회 회장은 신천지와 정치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를 받고 있다.
‘팀 정청래(최민희·한민수·이성윤)’ 후보들은 근거 없는 모략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7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이 신천지 가짜 뉴스 폭탄을 투척해 놓고 왜 자꾸 숨바꼭질하느냐”며 “김민석 후보는 직접 나서서 신천지 개입 근거를 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후보의 신천지 발언을 근거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수사하라고 선동하고 나섰다”며 “억지 공격의 빌미를 줘 당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정청래 후보는 7월 26일 소셜미디어(SNS)에 “당을 파산시킬지도 모를 의혹 제기는 중징계 조치함으로써 혼란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당을 이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당사자는 당원들께 사과하고, 당은 엄중조치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정 후보는 당대표 토론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신천지 의혹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신천지 의혹을 매개로 ‘이재명 대 정청래’ 프레임이 ‘김민석 대 정청래’ 프레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월 22일 권혁부 한국근우회 자문위원장이 SNS에 올리면서 세간에 공개됐다. 권 위원장은 “(이 회장은) 지난해(2025년) 5월 대선이 한창일 때 마포 거구장에서 이재명 후보와 아래와 같은 사진 한 컷을 찍었고, 한국근우회 사무실에 걸려 있다”며 “이 단체는 신천지교회와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적었다. 다만 촬영 시점은 22대 총선 때인 2024년 3월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8월 8일 이 사진이 편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본 사진에는 이 대통령과 이희자 회장 옆에 정청래 후보도 있었다. 친명계는 친청계가 이 대통령을 신천지 논란으로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유시민 작가의 ‘어물전 썩은 내’ 발언과 이지은 위원장의 ‘이재명 당무개입 의혹’ 발언에 이어 또다시 이 대통령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최고위원으로 도전한 김용 후보는 8월 8일 SNS에 “정청래를 의도적으로 오려내고 대통령만 남긴 명백한 ‘사진 조작’이자 ‘음해공작’”이라며 “사진 속 장소는 정청래 후보의 지역구인 마포이며, 이희자 회장은 그가 행사장에서 90도로 인사했던 인연이다. 그 자리에서 이희자 회장을 대통령께 소개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되물었다.
‘박시영TV’ 측은 사진 조작 의혹 제기는 허위 사실 유포라고 반박했다. 권혁부 위원장 SNS 게시글을 그대로 소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지은 위원장도 SNS에 “정청래 후보와 신천지를 엮으려는 악의적인 공격이 거세지던 시점에 ‘사진 한 장으로 특정 후보를 신천지와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는 권 위원장의 SNS 글을 사실 그대로 소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신천지 논란과 관련해 “결국 합수본 수사 결과가 나와야 이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당 정치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이 문제를 도려내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정치인들을 퇴출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7월 28일 “수사 과정에서 신천지에서 탈퇴한 일부 신도가 ‘2022년 말경 지파 간부가 신도들에게 국민의힘 정당에 가입하라고 했고, 신도들이 거부감을 표시하면 민주당에도 가입하라고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합수본은 “국민의힘과 관련해서는 신천지 총회 차원에서 당원 가입을 지시하고, 지파별로 가입 인원을 할당하고, 가입 현황을 취합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직적으로 당원 가입을 강요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민주당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경우와 같이 총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당원 가입을 강요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부에선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국민의힘을 향해 제기했던 신천지 프레임의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 씨는 신천지 신도가 민주당에 입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신천지에서 전화로 가입을 권유하면 신도 개인이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B 씨는 “(5만 명이 가입한) 국민의힘 사이즈에 비하면 극소수”라고 덧붙였다.
C 씨는 신천지의 조직이 움직이려면 권력과 자금줄을 쥐고 있는 교주 이만희 씨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필라테스 작전’ 같은 지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라테스 작전은 신천지에서 비밀리에 이뤄진 당원 가입을 일컫는 말이다.
C 씨는 “신천지는 이만희라는 사람을 통해 모인 집단이다. 여전히 이만희가 신천지를 컨트롤한다. 2인자 같은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 신앙 공동체”라며 “총선 같은 선거에 (개입) 하려면 기획해야 하는데, 기획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도) 개인으로는 입당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적으로 몇백 명이 들어갔다는 것은 없다”며 “최고위급에서 나온 문건 같은 것들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실체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신천지 개입 의혹이 허무맹랑한 것은 아닐 것이란 데에 무게가 실린다.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 ‘윤석열 계엄설’을 꺼냈던 김민석 후보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8월 6일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합동수사본부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제가 계엄도 (예상) 했던 사람인데 생짜로 아무 얘기도 없이 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