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대법원은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뒤 5개월 넘게 한 자리가 비어 있다. 조 대법원장이 아직 후임을 제청하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이흥구 대법관도 퇴임을 약 한 달 앞두면서 후임 후보 4명까지 추려졌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이 그때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대법관 두 자리가 동시에 공석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조 대법원장 압박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기존 공석조차 해소하지 않은 채 또 다른 대법관 인선까지 진행되는 상황이 조 대법원장의 '직무 방기'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이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송영길 당대표 후보가 앞장섰다. 그는 지난 8월 8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합동 연설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이 완료됐고, 마지막 한 고비로 사법 개혁이 남았다"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제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청래 후보를 향해 "그동안 (조 대법원장 탄핵)안 하고 뭐 했나"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지난 7월 30일 자신의 SNS에 "검찰개혁 다음은 사법개혁"이라고 예고했다.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을 마냥 미루고,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진행하는 등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김 후보는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과 관련해 기소된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 사례를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지연 역시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탄핵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 같은 기류는 당 지도부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8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 전 대법관 후임을 제청하지 않는 상황을 두고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고, 대법원장 스스로 사법 불신을 키운다"며 "이제라도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을 제청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소속 법사위원들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직무 방기로 사법부가 멈췄다"며 후임 대법관의 즉각 제청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대법원이 최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혐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내란특검법이 정한 신속 재판 원칙에 방해를 줄 수 있다며 "조 대법원장을 법사위 전체회의나 국정감사 등에 출석시켜 관련 경위를 직접 따져 묻겠다"고 경고했다.
장외압박도 잇따른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지난 8월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오는 8월 13일 국회 본회의에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에게 조 대법원장 탄핵 관련 입장을 밝히고, 이를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했다고 한다.

'탄핵 공세'에 직면한 조 대법원장은 사태를 조속히 해소할 출구 전략이 절실해졌다. 실제 이번과 같은 대법관 공석 사태는 이례적이다. 8월 9일 기준 노 전 대법관 후임 공석은 159일째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이어졌던 약 140일보다도 길다.
대법관 인선은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군을 추려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국회 임명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 추천은 이미 올 1월 마무리됐다. 당시 후보추천위는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 등 4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6개월 넘도록 아무도 제청하지 않아 인선 절차가 멈춘 것이다.
그 사이 이흥구 대법관 퇴임도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법관은 오는 9월 7일 퇴임한다. 후보추천위는 지난 8월 4일 김문관 부산지법원장과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정중 광주지법 부장판사,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임 후보로 추천했다.
단연 가장 큰 의문은 조 대법원장이 이토록 결정을 미루는 배경이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더라도 국회 동의와 대통령 임명을 거쳐야 해, 대법원과 청와대의 사전 조율이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인선 장기화 배경이 양측의 이견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남은 관심은 조 대법원장이 후보 2명을 한꺼번에 제청할지에 쏠린다.
일각에선 인선 대상이 2명으로 늘어난 게 오히려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도 바라본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한 자리만 놓고 조율하면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하지만, 두 자리를 한꺼번에 정하면 양측의 입장을 골고루 반영해 '주고받기식' 절충안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이유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후보추천위원들과 만나 인선 지연을 놓고 "너무 죄송하다"며 "앞으로 합쳐서 다 열심히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두 자리를 함께 처리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