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8월)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형일 재경부 1차관, 법무부 장관에 김승원 의원, 국방부 장관에 강신철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명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는 홍지선 국토부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평등가족부 장관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발탁했다. 이에 더해, 이해민 전 조국혁신당 의원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내정했고, 김경수 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전 경남지사)을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으로 위촉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전 사회적 대전환을 선도하기 위한 인사”라며 “역동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리더십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고,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역시 민생과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미래 산업 혁신을 앞당겨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1년 전 첫 내각은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고 보수 정치인 출신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기업·노동계 출신 인사들을 두루 기용하는 등 진영을 가리지 않는 인사로 구성됐다. 19명의 장관 가운데 현역 의원이 8명에 달했지만 정치권·관료·기업·노동계 인사를 폭넓게 섞어 인재 풀을 확장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발탁해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고, 외교부에는 직업 외교관 출신 조현 장관을 기용해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했다. 이처럼 1기 내각은 다양한 진영과 분야의 인사를 두루 기용한 ‘실용·통합’ 인사로 평가됐다.
이번 부처별 인선에서는 현 정부 정책을 이미 다뤄본 인물을 전진 배치한 사례가 두드러진다. 이형일 후보자는 재경부 1차관으로 현 정부 경제 정책을 집행해왔고 홍지선 후보자 역시 국토부 2차관으로 주택 공급 정책을 담당했다. 경제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비판 속에서도 노선이 다른 외부 인사보다 현직 차관을 각각 장관 후보자로 올린 것이다.
경제·부동산 인선에 대해 청와대는 정책 전환보다 실행 경험을 강조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형일 후보자에 대해 경제 정책 요직을 두루 거친 정책통으로 석유최고가격제 도입 등을 통해 “실행 역량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홍지선 후보자에 대해서는 주택 공급 정책의 “설계부터 현장 집행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 경험을 내세우며 “국민이 원하는 곳에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홍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지냈다.
법무부 인선 역시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직접 다뤄본 인물에게 마무리를 맡긴 형태다. 김승원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관련 입법을 주도해왔다. 청와대도 김 후보자가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취지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새로운 체계를 빠르게 안착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제도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기보다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청와대는 정책 연속성을 강조한 인선 기조를 두었지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로 변수가 생겼다. 정부는 경제·부동산 분야에서 현직 차관을 장관 후보자로 승진시키는 한편 지난달 30일 개각 당시 김 실장도 유임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이튿날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1일 사표를 수리했다. 기존 정책을 잘 아는 인물을 중심으로 경제 라인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던 인사 구도가 하루 만에 일부 수정된 셈이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개각 직후 핵심 참모가 교체됐다며 이번 인사가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범여권 인사들도 각자가 다뤄온 정책 분야와 연결해 배치됐다. IT 기업 출신인 이해민 전 의원은 국회에서 AI·플랫폼 정책을 다뤘고 용혜인 후보자는 기본소득·사회복지·성평등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소영 후보자 역시 국회에서 산업·에너지 분야에 전문성을 쌓아왔다.
국방부 인선에서는 1기의 ‘문민화’와 다른 방식으로 개혁 실행력을 확보하려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이었던 안규백 장관의 후임에는 육사 46기 출신 4성 장군인 강신철 주사우디아라비아 특명전권대사가 지명됐다. 강 후보자는 합참 작전본부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을 거쳤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사관학교 통합 등 국방 혁신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선의 성격을 두고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역량과 젊음, 진보·개혁 연대의 강화로 상징될 개각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이용우 대변인은 “전문성과 현장 경험, 실행력을 두루 갖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실용 인사이자 실력 중심 인사”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존 정책과 지지층을 지키기 위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국민이 요구하는 국정 쇄신을 전면 거부하기로 선언했다”며 “민생 경제 살리기보다는 지지율 살리기, 이재명 살리기를 위한 ‘함량 미달 좌파 연합 개각’”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공세는 김승원·용혜인 후보자에게 집중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를 주장해온 김 후보자를 ‘사법 방탄용 인사’라고 비판했다.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두 차례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력과 장관 임명 뒤에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문제 삼았다.
이번 개각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만이 아닌 주변 범여권 정당까지 적극 국정 운영에 끌어들이면서, 주요 정책에서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고 실행 속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특임교수는 이번 개각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뜻”이라며 “동시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이해민 전 조국혁신당 의원 등을 기용하면서 범여권 통합도 중도 보수에 그치지 않고 폭넓게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