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대법원장의 제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과정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관례상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전에 협의를 통해 후보를 추리고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대면으로 제청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협의도 제대로 없었고 제청 형식도 서면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군을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후보 임명 제청을 하지 않았고, 노 전 대법관이 후임 인사 없이 퇴임하며 반년 가까이 대법관 자리를 비워뒀다. 공석 사태 장기화를 두고 대법원과 청와대 사이에 대법관 후보에 대한 의사 불일치 때문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오는 9월 이흥구 대법관까지 임기만료 퇴임을 앞두자 더 이상 임명 제청을 미룰 수 없어 1+1 방식의 ‘끼워넣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성수 판사 관련해서는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전 협의가 있었고, 손봉기 판사는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1일에는 “근본 문제는 사실 국회가 흥분할 일이 아니고 사법부가 흥분할 일”이라며 “대법원의 대법관들과 대한민국의 훌륭하신 대법원·사법부 전체 판사께서 지혜를 집단지성으로 모아서 (조희대 사태 관련해) 국민과 국회와 대통령이 걱정하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조희대 탄핵’ 주장도 나왔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조 대법원장은 일방적인 대법관 제청으로 이 대통령을 패싱했다”며 “탄핵 사유는 이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 사퇴·탄핵 목소리는 수차례 제기돼왔다. 2025년 6·3 대선 직전 조희대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 파기환송 초고속 결론 내린 것을 두고 대선 개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내란 재판을 담당한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교체 요구 거부도 문제 삼았다.
또한 최근 대법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태균 여론조사 수수·통일교 금품수수 혐의 관련 김건희 씨 상고심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별도의 전원합의기일을 잡지 않아 재판지연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때부터 선거법의 ‘6·3·3법’을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신속재판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 초고속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근거도 거기에 있었다”며 “김건희·내란 특검법에도 ‘6·3·3 규정’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김건희 씨 같은 경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며 선고까지 3개월이 지나버렸다. 조 대법원장이 특검법안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시점에 협의 없이 서면으로 제청한 것이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부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그동안 조희대 대법원을 향해 대법관을 빨리 임명하라고 압박해온 것을 생각하면, 임명 부결시키면 대법관 공백 장기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임명 동의하면 ‘대통령 패싱’한 조 대법원장에 동의하는 모습이 된다”며 “결국 조 대법원장이 정치적 부담을 정부여당에 떠넘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월 18~20일 무선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각각 45%로 동률을 기록했다. 전주 조사에서는 긍정 44%, 부정 46%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한국갤럽 기준으로도 데드크로스가 나온 바 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정평가 주된 요인으로는 부동산 정책과 증시 변동성 등이 꼽히고 있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인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개혁 논쟁도 한몫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검찰개혁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또 다시 조 대법원장 탄핵에 나서면, 이재명 정부 지지율 반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가 우선 챙겨야 하는 것은 민생안정”이라며 “사법개혁은 이미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약화 및 법원행정처 폐지 등 법안이 나와 있다. 검찰개혁 때처럼 사법개혁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 없이, 국회에서 이런 사법개혁 법안들을 입법을 통해 단계를 밟아 가면 된다. 오히려 이번 조희대 사태를 통해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에 대해 “협의를 건너뛴 것이자,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지 않은 일방 통보 절차”라며 “전례가 없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협의가 없었던 손봉기 판사에 대해서는 대법관 임명 제청을 반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희대 대법원장은 제청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으나 묵묵부답 입장을 밟히지 않고 있다.
대법관 임명 과정? 청와대-대법원 사전 협의와 대면 제청이 관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명시된 대법관 임명 규정이다. 국가권력의 세 축인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대법관을 세울 수 있다.
대법관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후임자를 선택해야 할 때, 대법원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소집한다. 추천위원회는 법조계 인물들 중 위촉하는데,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추천위원회는 각계에서 천거돼 심사에 동의한 이들 중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대법원장에 추천해야 한다.
대법원장은 추천된 후보자들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전 협의해 의사가 일치하는 후보를 먼저 추리고, 대법원장이 직접 대통령을 찾아가 대면으로 최종 제청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고 전해진다.
그 후 대통령은 국회에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제출한다. 국회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해 적격성을 심사한다. 그리고나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한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대통령이 신임 대법관을 임명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