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현장에서 만난 ‘청래당’ 소속 지지자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저 사람들(친명계), 저렇게 이익이 걸려버린 사람들은 전라도 말로 ‘배래브렀다’고 한다”며 “우리(친청계)는 못 간다. 우리가 도와주고 싶어도 저쪽(친명계) 분들이 못 들어오게 한다. 그들은 ‘내 자리(이익)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저 사람들한테 가서 (도와준다고)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관련기사 [현장] ‘슈퍼위크’에서 갈린 승부…엎치락뒤치락 민주당 당권 전쟁 톺아보기).
정청래 의원 지지자들의 불만은 2025년 8월 전당대회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의심(의원들의 마음)’의 박찬대 대 ‘당심(당원들의 마음)’의 정청래 구도가 만들어졌다. 박찬대 후보는 ‘명심’ 마케팅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에 정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명심’ 마케팅으로 당심과 명심을 갈라치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정청래표 전 당원 1인 1표제 한 차례 무산과 보완수사권 존치 논란 등 ‘명청갈등’ 사태는 두 지지층의 갈등을 분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비당권파 일각에서는 정청래 당시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선수가 경기 규칙을 만드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정 의원 지지층에서는 1인 1표제 무산을 두고 의원·중앙위원 중심의 당내 기득권이 당원주권 확대를 가로막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보완수사권 존치 논란은 검찰청 폐지 후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에게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직접 추가 수사할 권한을 남길 것이냐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었다. 이 대통령과 친명계는 원칙적인 수사·기소 분리에 동의하면서도 예외적인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열어뒀다. 반면 정 의원을 비롯한 당내 강경파는 전면 폐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정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검찰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른바 ‘뉴이재명’ 세력의 문 전 대통령을 향한 공격은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유시민 작가는 7월 23일 MBC라디오 ‘조승원의 뉴스하이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금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정신병을 앓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토론장에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중진들을 포함해서 여러 명 와 있었는데,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이의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 작가는 이른바 ‘문재인 악마화’ 현상의 배후에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재건축론’을 제기했다(관련기사 이번엔 “어물전 썩은 내” 이재명 저격…유시민발 민주당 내홍 본격화하나).

반면 친청 진영은 유 작가의 ‘ABC론’으로 맞섰다. 김 대표의 2002년 민주당 탈당 사태를 ‘파묘’하며 ‘김민석은 노무현을 배신했다’고 공격했다.
한 ‘노사모’ 출신 인사는 “봉합은 어렵다. 너무 많이 갔다. 스프링도 임계점 이상을 당기면 복원력을 잃는다”며 “뉴이재명은 소수고, 문재인 지지하던 사람들이 다 이재명을 지지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문재인 지우기에 들어갔다. 가장 안 좋았던 것은 ‘유시민을 비난하지 않으면 반명’이라고 한 것이다. 유시민과 문재인은 노무현의 적자로 인식돼 있는데, 그 둘을 공격하니 노무현에 대한 공격으로 감정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유시민 작가 등이 총출동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잘못된 정계 개편을 할 거라는 등의 대안 서사를 만들었다. 지지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그 정서가 남아 있어서 쉽게 봉합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순리대로라면 소위 강경파 이런 사람들도 통합으로 가야 된다. 당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것이 낫다. 그런데 일부 유튜브를 통해 조직화된 강성 지지층이 여전히 전당대회 (갈등) 구도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서 하는 요구를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거부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작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대법관 서면 제청 사태’가 갈등 봉합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 18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임명 제청했다. 조율을 거친 뒤 대통령을 찾아가 ‘대면 제청’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8월 19일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20일에는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친청계 최고위원들도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한 친명계 인사는 “지지층 갈등이 계속되려면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친청 세력이 어떤 대권주자급을 내세우면서 계파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정 의원 지지자 중에는 정청래만 좋다가 아니라, 검찰개혁이라든지 내란 극복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3분의 2 정도 될 것이다. 조희대 사태 국면에서, (친청계가) 분란을 조장하는 것은 어렵다. 이 상황에서 분란을 일으키면 지지자들이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세종에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묘역과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의장 묘역을 참배했다. 민주당의 정통성과 역사를 계승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김 대표는 “정청래 전 대표 표현에 따르면 4통(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을 다 뵀다”고 했다. 이어 “민주 진영의 큰 어른이기도 하고 내게는 특별한 역사적 인연이 있는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긴장은 계속됐다. 김 대표가 20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전용기 의원과 권미경 한국노총 전국공공연대노조연맹 위원장을 임명하자 친청계 최고위원들이 반발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청년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하겠다는 것, 선출방식을 축제 즉 경선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약속하셨다”며 “2030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2030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비판했다.
이른바 ‘조희대 사태’를 두고 양측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내부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다음 날인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의원과 권 위원장 임명 안건 의결 때 친청계 최고위원 3명은 모두 불참했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대표는 2명 이내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
최 최고위원은 “가급적이면 2030이 참여한 경선을 하려 했는데 당내 미비 때문에 경선은 못 하지만 좋은 청년 최고위원을 임명할 것 같다”면서도 “이 당헌·당규를 고쳐서, 다음에는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 의무할당이 되는 부분을 대표께서 약속하셨기 때문에 꼭 지키시도록 이 또한 내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시간이 지나면 중요한 이슈가 나온다. 예를 들면 조희대 탄핵이다. 지지자 중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런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해서 통합을 해 나가야 한다”며 “물론 김민석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싫어할 것이다. (그것을 해소하는 것도) 본인의 리더십 나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