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전 국회부의장과 박덕흠 현 국회부의장, 윤재옥·송언석 전 원내대표 등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소속 조정식 국회의장도 참석했다. 7월 초에는 김태호 의원 등이 포함된 여야 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했다. 신성범·최형두 의원도 청와대의 골프 제안을 받았지만 실제 회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민의힘이 주목하는 대목은 이들 가운데 개헌 논의에 참여했거나 개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의원들이 있다는 점이다. 주호영 의원은 지난해 국민의힘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위원장을 맡았고 신성범·최형두 의원도 특위에 참여했다. 김태호 의원 역시 대통령 권한 분산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해 온 인사다.
골프 회동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 문제가 다시 부상한 상황과 맞물려 확대됐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 7월 2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협의를 통해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선거가 없는 내년(2027년)에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에 대해서도 개헌 논의 과정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은 조 의장의 발언을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하며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의 민감한 반응에는 현재 국회 의석 구조가 엮여 있다.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299명 가운데 최소 200명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현재 109석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무소속 의원은 모두 합쳐 190석이다. 이들이 모두 찬성한다고 가정해도 국민의힘에서 최소 10명이 찬성해야 개헌 통과가 가능하다. 실제로는 민주당을 제외한 친여 성향 야당 의원들이 개헌안에 모두 찬성 입장을 낼 것으로 전제하기 어려워, ‘10표’는 어디까지나 개헌 성립을 위한 산술적 최소치에 가깝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같은 의석 구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야당 중진 접촉에 정치적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골프 회동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 중 개헌에 찬성하는 일부 의원들을 포섭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펜앤마이크TV ‘허현준의 굿모닝 대한민국’에 “야당 중진 의원들을 불러 몰래 골프 회동을 한 것을 어느 순간 그 의원들의 입을 빌려 꺼내 놨는데 이는 대통령이 보여야 할 모습이 아니다”라며 “결국 야당을 분열시키고 갈라치기해 본인이 원하는 연임 개헌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공세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개헌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정이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당 개헌특위를 가동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과 권한 분산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재도 개헌 필요성 자체보다 개헌 시기와 내용, 현직 대통령에 적용될 가능성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가진 골프 회동이 모두 개헌파 포섭 목적이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한 상태다.
개헌 관련 대화가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인사는 김태호 의원이다. 김 의원은 자신이 회동에서 먼저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면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추진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밝혔다. 대화 과정에서 개헌안의 국회 의결정족수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주호영 의원은 이 대통령과 골프 회동에서 개헌 관련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개헌 이야기가 나왔으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밝혔다.
골프 제안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은 최형두 의원은 당시에는 개헌 논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연락을 받았을 당시 한미 현안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외교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개헌특위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헌 골프’가 추진됐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윤재옥·송언석 의원도 골프 회동 사실이 알려진 뒤 이 대통령의 개헌 구상과 거리를 두고 있다. 윤 의원은 여야 합의 없는 개헌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송 의원은 개헌이 필요하다면 다음 총선 이후 차기 대선 일정과 연계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두 의원은 실제 골프 회동 자리에서 개헌이 논의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야당 중진 접촉에 향후 개헌 추진을 위한 야권의 협조 기반을 넓히려는 의도가 일정 부분 깔렸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개헌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민주당 내부나 다른 진보정당, 무소속 등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어 이 대통령이 산술적으로 필요한 ‘10표’ 확보에 서둘러 나섰다는 식의 해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정부가 개헌을 주요 국정과제로 두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꼭 필요하고, 빠른 정리를 위해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천명한다면 국민의힘도 개헌을 거부할 명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개헌을 하려면 우선 내용에 공감해야 하고 여야가 기본적으로 같이 공론의 장에 나와야 한다, 1 대 1로 만나서 포섭하고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의원이라고 과연 모두 찬성할까. 10명만 더 확보한다고 될 일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