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확정된 기준은 ‘전액 현금 지급’을 전제로 했다. 산정된 PS 총액 가운데 80%는 해당 연도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향후 2년에 걸쳐 매년 10%씩 분할해 현금으로 지급하는 이연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에서 지급 방식이 1년 만에 변경됐다. 지난 6월 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26년도 임단협 교섭에 들어간 사측이 영업이익의 10%라는 재원 기준은 유지하되,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대체해 지급하는 안을 제시하면서다. 노조는 사측이 10년 유지 합의를 1년 만에 번복한 데다 주가 하락에 따른 실질 보상 감소 우려 등을 이유로 교섭 초기부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약 2개월간 7차례에 걸친 릴레이 교섭 끝에 노사는 합의점을 찾았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 전임직(생산직) 노조, 민주노총 소속 기술사무직 노조 등 기존 3개 노조가 사측과 협의한 결과다.
노사는 문구 조율을 마치고 지난 20일 경기 이천캠퍼스 연구개발(R&D)센터에서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잠정합의안 설명회를 진행했다. 노조는 조합원 공지를 통해 “주요 안건에 대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루며 교섭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잠정합의안에 명시된 새로운 지급 방식은 성과급 재원의 40%를 당해 현금으로 즉시 정산하고,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배정하는 구조다. 주식으로 배정된 물량 중 40%는 당해 매도할 수 있도록 하되, 20%는 2년간 분할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다만 제도 도입 첫해에는 자금 운영 계획 등 사유가 있는 직원에 한해 주식 40% 대신 현금 수령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이 경우 첫해 현금 수령 비율은 최대 80%까지 늘어난다.
주식 가치 산정 방식과 차액 정산 기준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주식 환산 기준가는 1월(경영성과 발표일), 2월(현금 지급일), 4월(주식 지급일) 등 3개 시점의 종가 중 최저가를 적용해 배정 주식 수를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주식 입고 첫날 종가 기준 총액이 당초 산정된 성과급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발생한 차액 전액을 회사가 현금으로 추가 보전해 최종 수령액의 실질 가치를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이번 주말까지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이어가며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다음 주 대의원 투표에 부칠 계획이다. 대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잠정합의안이 최종 가결된다.
하지만 노사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새 성과급 제도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제도적 관문인 주주총회 승인 절차가 필수적이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으로 활용하려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주총 부결 시 적용할 대체 조항이 담기지 않아 혼선의 여지를 남겼다.

잠정합의안 도출 이전부터 이어진 주주들의 법적 대응도 여전한 변수로 꼽힌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측은 잠정합의 하루 전인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고정해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협약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바 있어, 이번 합의안에 영업이익 10% 기준이 유지된 만큼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성과급 지급 규모와 방식 등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단계”라며 “성과급이 공식 결정된 이후 해당 사안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으로,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