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서울시 집계상 지난 6월 말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692가구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돌아보니 수년간 미분양으로 남았던 아파트 상당수는 이미 완판됐거나 몇 가구만 남긴 채 분양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반값 할인과 반복적인 재공급을 거쳐 상품성이 떨어지는 주택까지 물량이 빠지는 모습이다. 반면 현재까지 잔여세대가 남은 곳은 전용면적이 작은 초소형 아파트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수요층이 제한된 상품에 집중돼 있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화곡 더리브 스카이’ 인근에 설치된 할인분양 안내 현수막. 잔여세대를 2억~4억 원대에 분양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진=김정민 기자#수년 묵은 미분양도 막바지…반값 할인에 재고 소진
9월 1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화곡 더리브 스카이’ 분양사무소. 140가구 규모의 이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은 이제 몇 가구만 남겨둔 상황이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이제 거의 끝났다. 영업사원도 다 철수했다”며 주택형에 따라 3~4가구 정도만 남았다고 말했다. 별도 광고도 사실상 중단한 상태였다.
화곡 더리브 스카이는 2022년 첫 분양부터 고전했다. 75가구를 모집한 일반청약은 평균 3.52 대 1을 기록했지만 실제 계약 단계에서 대거 이탈했다. 2022년 12월 말에는 전체 140가구 중 131가구가 미분양으로 잡혔다. 이후 무순위·임의공급을 반복했고 2024년 18차 임의공급까지 진행한 후 2025년에는 74가구가 공매에 부쳐졌다. 현재 현장에서는 잔여세대를 최초 분양가의 절반 수준에 판매하고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분양 부진의 배경으로 입지와 상품성, 분양 시기를 꼽았다. 단지는 화곡역에서 걸어서 15분가량 떨어진 주택가에 있고 전용 30~59㎡ 소형으로 구성됐다. 그는 “분양 당시 화곡동 전세사기 문제가 크게 불거진 데다 부동산시장까지 꺾이면서 시기가 좋지 않았다”며 “아파트이긴 하지만 구조나 평수가 빌라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위치도 아니다. 역세권이었다면 진작에 다 분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값 수준까지 낮아진 가격에 서울의 신축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잔여물량이 소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반 신축 아파트는 높은 가격에 대출 한도까지 제한되면서 매수자가 마련해야 할 자기자금 부담이 커진 반면 가격을 크게 낮춘 미분양 주택은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입주 물량이 워낙 적은 데다 일반 아파트는 대출이 많이 나오지 않으니 물건을 찾는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 ‘다우아트리체’ 전경. 사진=김정민 기자강서구의 또 다른 장기 미분양 단지였던 우장산동문디이스트는 이미 분양을 마쳤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처음에는 미분양이 있었고 한 2년 정도 걸렸지만 지난해쯤 다 분양됐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 다우아트리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현장을 찾았을 때 분양 인력은 이미 철수한 뒤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끝나서 철수했다”고 짧게 답했다.
다우아트리체 역시 처음부터 잘 팔린 집은 아니었다. 2022년 5월 최초 청약에서는 평균 12 대 1로 마감했지만 89가구 중 63가구가 계약을 포기했고 첫 무순위 청약에서도 63가구 가운데 60가구가 미분양됐다. 주변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와 소규모 비브랜드 단지라는 약점이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장기간 미분양으로 남았던 단지들이 최근 잇달아 물량을 털어내면서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재고가 실제 통계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은 미분양은 초소형·비아파트…역세권도 예외 없어
서울 강동구 길동 ‘에스아이팰리스 강동 센텀Ⅱ’는 지하철 5호선 길동역에서 도보 약 2분 거리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다. 아파트 96가구와 오피스텔 12실로 구성됐으며 아파트는 전용 27~42㎡의 초소형 위주다. 2023년 12월 사용승인을 받은 후분양 단지지만 준공 뒤에도 잔여공급이 이어졌다. 2025년 5월 25가구, 같은 해 7월 15가구에 이어 올해 8월 27일에도 7가구를 대상으로 다시 모집공고가 나왔다.
청약 당시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최초 일반공급 49가구에 289명이 몰려 평균 5.9 대 1을 기록했지만 정당계약에서는 전체 일반분양 80가구의 절반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역과 가까운 신축이라는 장점보다 작은 면적과 가격 부담이 실제 계약 단계에서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빌리브 디 에이블’ 전경. 도시형생활주택 299가구와 오피스텔 34실로 구성됐다. 사진=김정민 기자마포구 노고산동 ‘빌리브 디 에이블’은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경의중앙선 서강대역을 모두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다. 그러나 아파트가 아니라 전용 38~49㎡ 도시형생활주택 299가구와 오피스텔 34실로 구성됐다. 2025년 7월 준공됐지만 1년이 지난 9월 1일 현장에서도 잔여세대를 분양하고 있었다.
현장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이 주택수에 포함되면서 수요층이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래도 아파트가 아니면서 주택수에는 들어가는 게 부담”이라며 “아파트처럼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잔금 대출에도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비아파트의 높은 가격도 미분양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서구 화곡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빌라 가격도 많이 올랐다. 땅값과 대출 이자가 오르면서 건축주도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 10평형 정도의 작은 빌라도 4억 원 가까이 나오니 잘 팔리기 어렵다”며 “금리도 높고 대출 규제도 있어 수요층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은 갈아타기하기도 어려워졌고 주택 수요도 실거주 중심이라 한 번 집을 살 때 최소 전용 59㎡ 정도를 희망하는 수요가 많다”며 “초소형이거나 아파트라는 상품까지 충족하지 못한다면 가격이나 거주 만족도가 높은 지역이 아닌 이상 분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 팔린 집도 ‘미분양’…서울시 통계 왜 현장과 달랐나
서울시가 공개한 미분양 주택 통계와 실제 현장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6년 2월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토대로 한 업체별 미분양 현황을 보면 강서구 준공 후 미분양은 107가구로 화곡 더리브 스카이 56가구, 우장산동문디이스트 45가구, 등촌지와인 5가구 등이다. 도봉구에서는 창동 다우아트리체 63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으로 잡혔다.
4개월이 지난 6월 말에도 강서구의 준공 후 미분양은 107가구로 2월과 동일했다. 5월과 6월에는 전용면적별 물량까지 40㎡ 이하 7가구, 40~60㎡ 99가구, 60~85㎡ 1가구로 한 가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도봉구에도 준공 후 미분양 60가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데이터가 실제 분양 상황과 맞지 않았다. 2023년 9월 준공된 우장산동문디이스트는 약 2년에 걸쳐 미분양을 모두 소진했지만 2026년 2월에도 준공 후 미분양 45가구로 잡혀 있었다. 2024년 11월 준공된 창동 다우아트리체도 이미 분양을 마치고 판매 인력이 철수한 상태였고, 56가구가 미분양으로 집계된 화곡 더리브 스카이는 9월 1일 현재 주택형별로 3~4가구만 남아 있었다.
2026년 6월 서울 자치구별 민간 미분양 주택 현황. 이미지=서울부동산정보광장 캡처원인은 집계 방식에 있다. 미분양 통계는 사업주체가 신고한 현황을 자치구가 취합해 서울시에 보내고 서울시는 이를 다시 국토교통부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사업주체가 미분양 발생이나 해소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하거나 제재할 규정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정확하게 신고하면 문제가 없는데 신고하지 않아도 제재 수단이 없다”며 “실제로 미분양이 누락되거나 해소됐는데도 여전히 명단에 남아 있는 경우들이 왕왕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3년 국토부에 미분양 신고 의무화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사업주체 신고에 의존하는 방식은 이어지고 있다. 앞서의 서울시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국토부도 내용을 알고 있고 법령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많을 경우에는 사업장 이미지가 나빠지고 추가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시행사로서 적극적으로 공개할 이유가 크지 않다. 분양을 마친 경우에는 신경 쓸 이유가 없기 때문에 굳이 정정하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분양 통계는 주택시장의 수요와 침체 정도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이자 정부 주택정책의 기초자료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시장 가격이 과열되거나 하락하는 변곡점에 도달했을 때 실제 현장과 데이터가 다르면 이를 근거로 판단하는 수요자나 정책 당국 모두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통계에는 집계 과정에서 일정한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현장과의 괴리를 줄이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