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연방법원에 따르면 플러스벤처스(PLUS Ventures)는 지난 6월 22일(현지시각) 한화생명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와 상표권 우선순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플러스벤처스는 한화생명의 PLUS 상표등록을 취소하고 금융·투자 등 관련 서비스에서 해당 표장(상표의 문자·도형 표현)이나 혼동될 정도로 유사한 표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손해배상액은 최소 100만 달러를 청구했으며 고의 침해가 인정될 경우 한화 측 이익 또는 실제 손해액을 기준으로 한 3배 배상도 요구하고 있다.
원고 플러스벤처스는 투자자문사 플러스캐피탈(PLUS Capital)과 증권사 플러스벤처파트너스(PLUS Venture Partners)를 지배하는 미국 금융회사다. 플러스캐피탈의 운용자산은 지난 3월 기준 약 2억 9420만 달러다. 한화금융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미국 현지에서 투자자문과 벤처투자 등 금융서비스를 영위해왔다.
이번 사건에서 한화에 부담이 되는 부분은 원고가 특정 글꼴이나 색깔에 한정되지 않는 ‘PLUS’ 표준문자상표를 2015년 출원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표는 2021년 미국 상표법상 불가쟁성(Incontestability) 지위도 확보했다. 등록 후 5년 이상 계속 사용하고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한 상표에 인정되는 제도다. 이 지위를 얻으면 이후 분쟁이 생겨도 상대방이 상표 등록 자체의 효력을 쉽게 뒤집기 어렵고, 등록된 서비스 범위에서 해당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도 보장된다.
김동현 마일스톤 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미국에서는 일정 기간 분쟁 없이 계속 사용된 등록상표에 대해 권리자의 고유한 권리라는 강한 추정을 해주는 제도가 있다”며 “후발주자가 이를 다투려면 그만큼 더 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영문 ‘PLUS’와 플러스(+) 기호를 함께 사용한 로고 형태의 상표를 2023년 12월 출원한 뒤 마드리드 의정서를 통해 미국에도 출원했고 올해 4월 최종 등록을 마쳤다. 플러스벤처스가 먼저 등록한 PLUS 상표보다 약 10년 늦다. 두 상표의 등록 범위도 일부 겹친다. 사업·금융 컨설팅과 금융자문·자산관리·보험·투자 관련 서비스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관련 서비스까지 중첩된다.
한화금융이 PLUS를 공동 브랜드로 키우고 해외 마케팅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 정식 상표출원 절차를 밟았는데도 선행상표 문제가 등록 이후 불거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현 대표 변리사는 “글로벌 브랜딩을 하면서 상표까지 출원했다면 텍스트와 로고 양쪽의 선행상표 검색은 당연히 이뤄졌어야 한다”며 “PLUS와 금융 관련 서비스를 검색해도 선행상표가 확인된다. 왜 이런 상태에서 출원과 브랜딩이 진행됐는지는 일반적인 실무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문”이라고 말했다.
플러스벤처스는 한화의 침해가 고의적이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미국에서 PLUS 상표를 장기간 공개적으로 사용했고 USPTO에서도 선행 등록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한화가 권리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는 논리다. 원고 측은 소송에 앞서 지난 6월 한화 측 미국 상표대리인에게 PLUS 사용 중단과 등록 취소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플러스벤처스는 지난 7월 9일 USPTO 상표심판원(TTAB)에 한화생명이 등록한 PLUS 상표를 취소해달라는 상표등록 취소심판도 별도로 제기했다.
분쟁이 불거진 배경에는 한화금융이 PLUS의 해외 노출을 확대해온 점도 있다. 한화금융은 올해 LIV 골프(글로벌 프로골프 리그)의 코리안 골프 클럽(KGC)과 파트너십을 맺고 선수 유니폼 등에 PLUS 로고를 노출해왔다. 이준석 로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LIV 골프 후원을 통해 PLUS 로고가 해외에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혼동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내에서 만든 브랜드를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현지 선행상표와의 충돌이 실제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쟁이 진행되는 사이 한화금융은 국내에서 PLUS를 그룹 금융사업의 대표 간판으로 전면에 내걸었다. 한화자산운용은 2024년 기존 ETF 브랜드 ‘ARIRANG’을 PLUS로 바꿨고 한화금융은 지난 8월 21일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화자산운용 등 5개사의 대표 브랜드를 PLUS로 통합·재편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9월 4~5일 서울 여의도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와 연동한 대규모 브랜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한화금융은 PLUS를 금융뿐 아니라 문화·건강까지 포괄하는 공동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미국 상표분쟁은 한화생명이 현지 금융사업을 본격 확대하는 시점과 맞물렸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클리어링의 모회사 지분 75%를 인수하며 북미 자본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향후 미국 사업에서도 국내와 같은 PLUS 브랜드를 전면적으로 사용하려면 현지 상표분쟁을 먼저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미국에서 PLUS 등록이 취소되거나 사용금지 범위가 넓게 인정될 경우 현지 사업에서 국내와 똑같은 통합브랜드를 사용하는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한화금융이 PLUS를 해외에서도 알리기 시작한 만큼 미국에서 별도 표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 브랜드 확장 전략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경우에는 처음 상표를 정할 때부터 각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쓸 수 있는지를 테스트한 뒤 이름을 정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상표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면 브랜드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에서는 PLUS가 금융권 등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인 만큼 선행권리의 보호범위를 넓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분쟁이 곧바로 PLUS 브랜드 폐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상표분쟁에서는 지정 서비스 범위를 좁히거나 출처가 더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표기방식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합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준석 변리사는 “한화생명 입장에서 유리한 싸움은 아니다. 이런 사건은 끝까지 가면 2~3년이 걸리지만 대부분 합의로 마무리된다”며 “현실적으로는 미국에서 등록해둔 사업 범위를 조정하거나 ‘Hanwha PLUS’처럼 표기 방식을 달리하는 선에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현재 형태의 PLUS 사용이 제한되더라도 한화생명은 다른 이름이나 표기방식으로 현지 금융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한화금융의 미국 사업은 아직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새로 쌓는 단계여서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아직 한화금융 브랜드가 강하게 자리 잡은 단계는 아니어서 지금 이름을 바꾼다고 사업 자체에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그룹을 목표로 한다면 여러 시장에서 함께 쓸 수 있는 브랜드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한화생명 관계자는 “PLUS 브랜드는 특허법인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상표권 등록을 완료했다”며 “소송 관련 공식 문서는 아직 수령 전이며 향후 법적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