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명계(친이재명)’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앞서 유 작가는 이른바 ABC론을 꺼내 들었다. 민주당 지지층을 핵심 가치와 진영을 지키는 A 그룹, 권력과 이익을 따라 움직이며 ‘반명몰이’를 하는 B 그룹, 진영 전체 이익을 고려해 타협하는 C 그룹으로 구분했다. 유 작가는 이익과 생존을 추구하는 B 그룹이 민주당 가치를 지켜온 친여 스피커 김어준 씨와 정청래 전 대표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유시민발 ‘ABC론’에 여권 집안싸움 확전…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의 보수 인사 기용, 검찰개혁 속도 조절, 당내 인사 개입 등으로 인해 민주당의 정통성과 자율성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핵심 구상인 ‘구조적 다수’ 전략도 지속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대통령에게 종속될 경우 당 정체성을 잃고 해체의 길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관련기사 “이재명, 실패로 끝날 것” 유시민 쓴소리와 노림수 사이 여권 발칵).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유 작가를 겨냥해 “이 정권이 필패할 것이라고 악담을 한, 김대중 대통령 때도 그렇게 악담을 한 분”이라고 했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인디언 기우제식”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남준 의원은 “적대와 낙인은 책임 있는 논객이 보일 태도도, 오늘의 집권 여당이 따를 정치 문법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친명 인사들이 일제히 유 작가를 상대로 반격에 나선 형국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은 7월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내란세력한테 득이 되는 그런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제 그만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습관적인 것 같다. 그분은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필패론’을, 당선되자 실패, 하야, 정신 이상설까지 얘기하면서 흔들었다”며 “DJ 때 하던 그 습성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유 작가가) 자기 말을 안 들어준다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분의 특징이 자기 말을 안 들어주면 세상이 뒤집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민석 후보에 대한 원한 감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도 있다. (노무현 후보 단일화 사태 이후) 한 번도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유 작가는 ‘뉴이재명’ 진영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친문재인계)’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작가는 “이병태 씨 같은 사람, ‘뉴라이트’다. 극언을 서슴지 않았던 아주 극단적으로 치우친 이념을 전파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언주 의원 같은 사람이 중심이 돼 국회 대회의장에서 무슨 토론회(뉴이재명을 논하다)를 열면서 대놓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금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정신병을 앓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토론장에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중진들을 포함해서 여러 명 와 있었는데, 누구도 그것에 대해 이의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 작가는 ‘뉴이재명’ 진영의 ‘문재인 악마화’ 배후에는 이 대통령 의중이 담겨 있다고 봤다. 여기엔 이 대통령의 민주당 재건축 노림수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되려는 지향을 가지고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거다. 저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추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해온 방식으로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구해주고 검찰 독재에서 정치인 이재명을 구해줬던 국민의 요구, 지지층의 소망, 이런 것들에 어긋나면서 자기의 정치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진영을 혼돈에 몰아넣고. 그리고 (본인도) 성공하지 못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통합의 정치, 좌우의 통합, 이런 거를 이루지 못한 채 시도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유 작가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을 지켜온 지지자들의 분노와 실망감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개혁이 20년 넘었다. 노무현 때 강금실 장관을 임명하니 검사들이 반발했고, 지금까지 온 거다. 지난 총선 때 보완수사권 폐지하면 안 된다고 말한 민주당 의원은 없었다. 대안 제시 없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청와대가 이병태 같은 사람을 쓰고 있다. (뉴이재명은) ‘문조털래유’ 멸칭을 쓴다.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까지 건드리니 폭발해 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유 작가는 이른바 ‘민주·진보 연합’이라는 ‘집토끼’를 토대로 점진적인 확장을 꾀해야 한다는 스탠스다. 유 작가는 1997년 DJP 연합을 두고 승률이 0에 가까운 치명적인 정치적 자해행위라고 혹평한 바 있다. 1999년 12월 동아일보 칼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혁 의지를 포기하고 제풀에 무너졌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다고 했다. 여당이 총재의 뜻만 받드는 ‘DJ당’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노선은 유 작가가 정청래 후보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친명계’ 의심으로 이어진다. 정 후보는 7월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산토끼를 아무리 잡아 온들 집토끼가 집을 나가면 총선·대선이 무망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 심하게 말하면 공포감이 당원들에게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이분들이 굳건하게 민주당을 지키고 있어야 되는데 균열 조짐이 좀 보인다”고 진단했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7월 24일 소셜미디어(SNS)에 “마치 특정 후보가 반드시 민주당권을 잡아야만 한다는 강박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누군가의 사주라도 받은 것인가. 아니면 어떤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유 작가의 ‘쓴소리’가 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정 후보는 ‘언더도그’ 전략을 구사하며 동정표 모으기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외치며 ‘이재명 대 정청래’에서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유 작가가 연일 이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정 후보 역시 관련 입장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7월 2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는 유 작가 발언에 대해 “너무 여러 마디 말을 하는 것도 문제다. 그것이 더 소란을 일으키고 노이즈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저라고 왜 말이 없겠나. 그렇지만 저는 ‘노코멘트’ 한다”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집권 1년 차다. 강력한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유시민 작가를 좋아하는 지지자라도 집권 1년 차 대통령이냐, 정청래 전 대표냐는 두 가지 선택지를 받으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