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지지층과 어긋나는 노선을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를 거론했다. 유 작가는 “국무총리실에서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1년 동안 돈을 17억인가 쓰고 정부 안도 안 내고 접었다”며 “저는 대통령이 못 내게 한 거라고 본다. 그리고 일부 의원들이 (보완수사권) 일부를 검찰에 남겨 놓는 법 개정안도 냈다. 이 모든 일들이 다 대통령의 생각을 알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국민들한테 양해를 구해야 한다”면서도 “마키아벨리적으로 이 문제를 처리했다. 욕먹을 일은 밑에 사람을 시켜라. 이것이 군주론에 나오는 얘기다. 그 다음에 인기를 얻을 일은 내가 해라. 그런 게 (군주론에) 다 나온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나름대로 모든 것을 본인의 수준에서 검토해서 어떤 길을 선택했다. 저는 그 선택이 실패로 끝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 작가는 ‘당무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원오 당시 성동구청장 구정 칭찬, 경기지사 후보였던 한준호 의원 1호 감사패 전달, 조정식 의원 정무특보 임명, 정청래 전 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불출마 압박 시도 등을 그 사례로 꼽았다. 유 작가는 “당과 국회의 주요 포스트에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집어넣기 위해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면 안 되는 것”이라며 “이것이 자신의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작가는 ‘구조적 다수’의 사례로 3당 합당 사태를 꼽았다. 1990년 민주정의당(노태우)·신민주공화당(김종필)·통일민주당(김영삼)은 합당을 통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자당을 만든 바 있다. 유 작가는 “TK(대구)·PK(경남)·충청을 합쳐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다음 총선에서 바로 깨졌다”며 “(구조적 다수는) 불가능한 발상”이라고 했다.
유 작가는 “‘대통령이 안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하게 만들 수 있지’ 이거를 생각해야 된다. 민주주의는 정당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일 때 대통령도 강하고 민주당도 강한 것”이라며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지배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 당은 해체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민주당이 정체성을 잃고 해체되면 그 다음부터는 내일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유 작가를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7월 16일 박지원 의원은 “(유 작가는) 1997년 대선 때 그의 은사이신 보수정당 조순 후보를 지지하며 그 유명한 DJ 필패론을 역설했지만, 국민은 DJ 대통령을 선택했다”며 “(김대중 정부) 5년 내내 흔들고 괴롭혔다. 그의 패악질 훼방에도 불구하고 DJ는 역사적 국민적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었고 지금도 세계와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우상호 강원도지사는 같은 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보수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재건축, 재설계가 아니라 외연 확장, 증축으로 본다”고 했다. 검찰개혁 관련 비판에 대해서는 “그동안 대통령은 굉장히 많은 기자회견 등에서 공개적으로 수사·기소 분리를 확실하게 결정했고 검찰조직도 분리한다는 점을 여과 없이 밝혔다”고 말했다. ‘마키아벨리식’ 정치를 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유시민은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도 했다. 정치적 문법에 대단히 익숙한 사람이다. 어떤 정치적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말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 효과는 결국 여론을 형성하고 싶어 하는 것이고, 여론의 핵심은 소위 ‘친문’ 또는 구주류라고 부르는 쪽을 버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작가가 정청래 전 대표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취지다.
정 전 대표는 7월 16일 ‘검사 권력 오남용 사례로 본 형사소송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깃발이 찢어지고 상징이 얼룩진다면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전통적 지지층들에게는 엄청난 실망과 민주당에 대한 외면, 서운함 등이 엄청나게 밀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의 주장과 비슷한 스탠스의 발언이었다.
친명 진영에서는 유 작가가 ‘친청계’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어렵다. 앞서 정 전 대표는 ‘국민은 영원, 정권은 짧다’ 발언으로 궁지에 몰린 바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친청계’와 그 지지층 불만을 유 작가가 대신 표출한 셈이다.
또한 국민의힘에 이 대통령을 공격할 요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평소에는 시시콜콜한 국정 현안까지 간섭하고 호통치면서 정작 보완수사권 같은 중대 현안에는 철저히 입을 닫고 있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강성 지지층 눈치만 살살 보며 침묵하고 애매한 태도를 보일수록 이재명 정부의 운명은 유시민 작가 말처럼 필연적 실패의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한 친명계 재선 의원은 “언제까지 진영 논리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 대통령은 진영 논리로 세상을 보면 안 된다. 모두의 대통령”이라며 “오히려 전당대회에 (정 전 대표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정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면, 김민석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복선으로 깔고 이야기했다면 (유 작가가)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