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분열과 고통의 시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와 법치, 시장 질서까지 흔들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 대표는 “이번 6·3 지방선거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거대한 전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외교 관례상 비공식 면담 대상을 일일이 밝힐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장 대표와 김 최고위원 SNS에는 대럴 아이사 공화당 하원의원 면담(4월 14일), 조셉 그루터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면담(4월 14일),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 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 간담회(4월 15일), 한국전쟁기념비 참배(4월 15일) 등 일정 일부가 올라왔다.
4월 14일 김성수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스레드에 올라온 사진에는 장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세를 취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이 올라오자 장 대표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당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탈영’했다는 날 선 발언까지 나올 정도였다.
4월 17일 장 대표는 돌연 귀국을 연기했다. 미국 현지에는 김민수 최고위원만 남았고, 김대식 조정훈 김장겸 의원은 귀국했다. 장 대표는 4월 20일 귀국했다. 당초 2박 4일이었던 일정은 8박 10일까지 연장됐다. 추가된 기간에 장 대표가 만난 미국 측 인사는 이름과 직책을 밝힐 수 없는 한 차관보뿐이었다.

정 대표는 전국을 돌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있다. 정 대표는 1월부터 ‘국민 곁으로! 현장속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경남 거제, 충남 등 격전지를 순회하면서 지원 사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장 대표가 미국에 있던 4월 15일엔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을 찾아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를 지원했다. 정 대표는 “전국 현장을 돌고 있는데 강원도에도 높새바람 이외에 파란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에도 파란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4월 20일에는 장 대표의 지역구인 충남 보령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민주당·공화당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인사를 만나지 못한 장 대표와 달리 김민석 국무총리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났다고 비꼬았다. 4월 19일에는 광역단체장 공천을 모두 마쳤고, 재보궐 선거 공천 작업에 착수했다.
전국을 순회하는 정 대표의 ‘강행군’은 당대표 연임과 선거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수록 정 대표는 당대표 연임에 유리하다.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광역지자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던 7회 지방선거 때와 성적을 낼 경우 정 대표 연임 가도에는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상황은 정 대표에게 유리하다. 한국갤럽 기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줄곧 60%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조차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 4월 18~19일 조사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한 100% ARS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김 후보가 49~52%대로 추경호 유영하 이진숙 주호영 등 보수 진영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 대표의 전국순회는 당심을 얻는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대선 당시 정 대표는 ‘골목골목 선대위 광주전남위원장’을 맡아 호남권 유권자들과 호흡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3박 4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순회했다. 20대 대선 때 운영됐던 이 대통령의 ‘매주 타는 민생버스(매타버스)’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변수는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당원들의 규모다. ‘전 당원 1인 1표제’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논란’ ‘당정 엇박자’ 등의 사태를 거치며 ‘뉴이재명’ 당원들 사이에선 정 대표 비토 분위기가 강하다. 당내 일각에서는 당원들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도 이를 이 대통령의 공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 대표는 귀국 직후 비당권파를 향한 공세를 펼치며 당 장악에 나섰다. ‘이의 신청이 많다’는 이유로 서울시당 공천안을 보류하기로 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장 대표와 ‘견원지간’이다(관련기사 [단독] “장동혁 어떻게 생각?” 배현진 서울시당의 수상한 후보 면접). 장 대표는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 지원을 공언한 ‘친한계(친한동훈계)’ 진종오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시·도당은 ‘자체 선대위’를 꾸리겠다고 선언했다. TK에서조차 자체 선대위 구성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 등 대부분 지역에서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반기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진 의원들조차 장 대표에게 등을 돌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미 국회의사당 사진’이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고립무원에 빠진 장 대표로선 ‘윤 어게인’ 강성 당원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방미도 ‘윤 어게인’ 세력 결집 의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장 대표가 만난 그루터스 의장은 대표적인 우편투표 부정선거론자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그루터스 의장이 ‘투표 참여는 더 많이, 부정투표는 더 적게’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알렸다.
‘윤 어게인’ 이슈가 부각될수록 국민의힘 선거 승리 가능성은 낮아진다. 윤 어게인 세력과 지방선거 결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장 대표로선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윤 어게인’ 세력이 결집하더라도 지방선거 후 장동혁 지도부는 무너질 것이라고 본다. ‘윤 어게인’ 세력이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보여줬던 영향력은 없는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윤 어게인 세력’은 결집할 필요도 없다. 이미 결집돼 있다. 그리고 이 세력은 과대 평가돼 있다”며 “지금 장동혁 대표가 방미를 하는 등 행보를 하고 있지만 힘이 없다. 예전 같았으면 독자 선대위라는 말도 못 한다. 당대표 리더십이 이제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