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는 ‘참가자 숙박 등 용역 입찰 제안요청서’를 통해 숙소 기준을 명시했다. 1인 1실로 50객실 이상을 확보한 4성급 호텔이 주요 조건이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내 거리면서 서울에 있는 호텔로 참관단을 위한 쇼핑몰이나 식당가 등 생활편의시설이 소재지 인근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숙소 기준으로 설정됐다.
개회식엔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노 전 위원장은 각국 선거관리기관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날 노 전 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먼길을 마다치 않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방문해주신 여러분의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대한민국 선거관리위원회는 1963년 창설 이래 선거 공정성을 생명으로 삼아 국가 민주주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고 밝혔다.
노 전 위원장은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핵심인 지역 사회 일꾼을 뽑는 축제이자, 투명한 선거 관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확인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여러분은 앞으로 7일간 대한민국의 선거 현장 곳곳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투·개표소의 정밀한 운영방식부터 역동적인 가두 선거운동 현장까지 참관하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쌓아온 선거 행정의 자산이 여러분 국가의 선거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주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실질적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면서 “일정 중간에 마련된 한국의 주요 기관 방문과 문화탐방 일정 역시 대한민국을 더 깊이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달청 입찰계약포털 ‘나라장터’에 게재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제선거참관 프로그램 운영 용역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개회식 이후 국제선거참관단은 숙소 호텔 인근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 과정을 직접 참관했다.
5월 31일엔 서울에서 문화탐방을 진행했다. 문화탐방 대상지 선정 기준은 ‘고궁 등 명소 위주’였다. 6월 1일엔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수원 선거연수원을 방문했다. 6월 2일엔 국회의사당 방문 및 선거운동 참관 일정을 소화했다. 6월 3일 지방선거 당일엔 투·개표 진행상황을 숙소 인근 투·개표소에서 참관했다.
선거 이튿날인 6월 4일 국제선거참관단은 환송 오찬이 포함된 참관 프로그램 평가회에 참석했다. 6월 5일엔 참관단이 출국하는 일정이 명시돼 있었다. 다만 참가자별 입출국 시기는 각국 참관단 일정에 따라 조정 여지가 있었다.
국제선거참관단 일정은 공교롭게도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국민사과와 사퇴를 발표한 날 마무리됐다. ‘대한민국의 공정선거 노하우 체험’이라는 행사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국제선거참관단에겐 지방선거 과정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일요신문 질의에 6월 11일 중앙선관위 측은 “국제선거참관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11개국은 앙골라, 방글라데시, 몽골,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부탄, 라오스, 자메이카, 태국, 에콰도르, 우크라이나”라고 답변했다.
취재 결과 해당 11개국 중 8개 이상 나라는 부정선거 논란 당사국이거나 지금도 선거 공정성 이슈로 문제를 겪는 나라인 것으로 파악됐다. 앙골라는 집권당의 장기집권과 개표 투명성 관련 만성 공정성 논란을 빚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글라데시는 야당이 투표에 보이콧을 할 정도로 투표 조작·탄압 의혹이 반복 제기되는 정치 상황에 처해 있다.
짐바브웨는 국제감시단과 현지 야당이 반복적으로 불공정 선거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국가다. 나이지리아는 개표 지연, 전산시스템 문제, 개표 결과 신뢰성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라오스는 사실상 일당체제 국가로 경쟁선거 자체가 제한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태국은 2019년 총선에서 개표 과정 혼선, 선거관리 기관의 잦은 수치 수정,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 변경,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 막대한 영향력 등으로 선거 공정성 시비를 겪은 바 있다. 2023년엔 총선에서 개혁성향 전진당이 최다의석을 차지했지만, 군부 임명 상원의원들이 총리 선출을 막아 정권교체가 무산됐다. 총선 최다의석 정당이 된 전진당은 태국 헌법재판기관에 의해 해산되기도 했다,
에콰도르는 정치 양극화가 심한 상태에서 개표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해 주요 선거마다 부정선거 논란을 겪어 왔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부정선거가 입증된 적은 없다.
자메이카와 우크라이나의 경우 과거 선거 공정성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선거 공정성을 확보한 국가로 꼽힌다. 자메이카는 과거 폭력선거와 금권선거 논란이 불거진 바 있고, 우크라이나는 2004년 부정선거 의혹이 오렌지혁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격랑을 맞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한 국제선거참관단 구성 국가 중 부탄과 몽골 등이 비교적 안정적인 선거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중앙선관위 측은 “국제참관단 마지막 공식일정이었던 참관 프로그램 평가회엔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이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국제선거참관단 환송 과정에서 노 전 위원장은 특별한 일정이 없었고, 마지막 일정이었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국제선거참관단 초청을 위해 세 가지 용역 사업을 진행하며 공을 들였다. 국제선거참관 프로그램 운영 용역 계약금액은 8835만 원이었고, 국제선거참관단 참가자 숙박 등 용역 계약금액은 1억 2825만 원이었다. 국제선거참관 프로그램 외부종료평가 연구 용역은 1000만 원 규모 수의계약으로 진행 중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