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LG 트윈스의 임찬규(34)가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었다. 7월 30일 잠실 키움전에서 6이닝 5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시즌 10승(4패)을 달성한 임찬규는 22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되면서 리그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팀도 비로소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를 작성했다.
지난 30일 키움을 상대로 22일 만에 승리를 기록한 임찬규는 팬들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연합뉴스경기 후 임찬규는 수훈 선수로 팬들을 만나기 위해 단상에 올라 “그동안 팬들에게 매우 죄송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반기 선발진과 마무리 투수의 공백에도 1위 자리를 지켰던 LG가 후반기 8연패의 수모를 겪었고, 순위도 3위로 내려앉은 터라 임찬규를 비롯해 선수단 전체가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 그런 점에서 임찬규가 팬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울림이 클 수밖에 없었다.
LG는 지난 7월 24일 한화전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8연패에 빠졌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부터 이어진 부진이 후반기 시작해서도 계속 이어졌고, 팀이 자랑하던 강점들이 빛을 잃으면서 선수단 분위기도 급격히 위축됐다.
마운드를 이끌어간 임찬규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18일 KT전에서는 4이닝 9피안타 5실점(5자책)을, 24일 한화전에서는 4이닝 6피안타 2볼넷 7실점(7자책)으로 연이어 패전투수가 됐다.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스스로 악수를 두게 만들었다. 임찬규도 인정했듯이 무리한 볼 배합과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정면 승부보다는 도망가는 투구를 하다 스스로 무너졌다.
하지만 30일 키움전에서의 임찬규는 1회 3점을 내줬음에도 평균 구속 140.9km/h의 직구 대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여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고, 덕분에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임찬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2회까지는 안 맞기 위해 공을 던졌다면 3회부터는 모든 공을 타자들이 칠 수 있도록 던졌다”라고 경기 운영 방식의 변화를 설명했다.
팀이 높은 순위에 있고,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할 때는 팀의 어려움이 드러나지 않는다. 팀 내 크고 작은 문제들은 좋은 성적에 묻히거나 그냥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고 팀 순위가 떨어지거나 연패의 늪에 빠지면 이전에 묻힌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부상한다. 그럴 때 베테랑 선수들은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는데 LG에서는 임찬규가 그중 한 명이었다.
임찬규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기자를 만나 투수가 오르는 ‘마운드’를 “가장 높은 곳에 혼자 서는 자리”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상대 타자를 이겨야 한다는 부담, 자신의 공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순간,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내 공이 무기력해 보이고 상대 타자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정말 많다. 하지만 그런 순간을 이겨내는 건 결국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임찬규는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2022시즌을 꼽았다. 2021년의 임찬규는 17경기에 등판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점대(3.87)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2시즌에는 평균자책점 5.04로 시즌을 마쳤고, FA 자격을 얻었음에도 FA 재수를 택한다. 2023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임찬규는 3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과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대기만성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임찬규는 가장 힘들었던 2022년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2022년 우리 팀이 최다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가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과정에서 나는 팀을 위해 뭔가를 한 게 없었다. 그게 가장 가슴이 아팠다. 후배들 덕분에 가을야구 무대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던졌다. 시즌을 마치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렇게 가면 야구선수 임찬규의 발전이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멘탈 공부를 했고, 독서하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염경엽 감독을 만나면서 새로운 2023시즌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2023년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 일기장에 적어 놓은 내용이 있다. ‘이 공부를 하고 나면 내 인생이 바뀔 것이다’라고. 2022년의 실패를 통해 2023시즌을 준비했고, 그 덕분에 24년, 25년의 성적이 나오면서 뒤늦게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임찬규는 당시 읽었던 책으로 ‘9회말 2아웃에 시작하는 멘탈 게임’을 꼽았다. 그 책은 마치 바이블처럼 읽든 읽지 않든 늘 가방에 넣어 다닌다고 말한다. 후배들에게도 그 책을 소개했다는 임찬규는 책 내용 관련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이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실천했던 점들을 이야기해준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찬규는 2025시즌을 커리어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27경기에 등판해 160⅓이닝 11승 7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했다. 임찬규는 이 기록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숫자로 160⅓이닝을 꼽는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목표로 잡은 게 정규시즌 150이닝이었는데 그걸 넘지 못하다 2025시즌에서야 마침내 기록 달성을 이뤘다. 서른세 살의 나이에 말이다. 앞으로도 나이와 상관없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임찬규는 신인 시절 최고 구속 150km/h를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그러나 지금 임찬규의 평균 구속은 141km/h에 불과하다. 강속구를 던지지 않아도 뛰어난 완급 조절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지배할 수 있는 실력이 임찬규를 LG의 에이스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나도 구속 증강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러 아카데미나 레슨장을 찾아다니기도 했고, 투수 코치님을 찾아가 구속을 올리는 방법을 물어보고, 실제 훈련도 했는데 염경엽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내가 가야 할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랫동안 공을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감독님은 내가 136이나 137km/h를 던져도 내 변화구와 커맨드를 믿고 인정해주신다. 그 믿음과 인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감독님의 믿음 설정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뒤늦게 야구 인생의 ‘귀인’을 만난 셈이다.”
LG 팬들은 임찬규를 향해 ‘낭만’을 좇는 투수라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2023년 12월 말 4년 총액 50억 원에 LG와 FA 계약을 맺은 내용이 절대적이었다.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FA 재수를 통해 FA 자격을 얻은 임찬규였지만 그는 에이전트에게 다른 구단과 FA 협상을 하지 말고 LG와의 협상에만 주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LG 단독 협상 끝에 보장 금액(계약금 6억 원•연봉 총 20억 원)과 인센티브(24억 원) 총액이 비슷한, 매우 독특한 구조의 FA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임찬규는 유명한 ‘엘린이(LG 어린이 팬)’ 출신이다. ‘엘린이’ 임찬규가 LG 유니폼을 입은 후 13년 만에 FA 계약을 이룬 서사는 당시 LG 팬들에게 적잖은 감동을 선사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돈만 앞세우지 말고 낭만을 좇는 선수가 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이후 LG와 FA 계약을 맺었고, 팬들의 소중함, 공 하나에 울고 웃으면서 16년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이분들과 함께 은퇴할 때까지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다 내려올 것이다. 그렇게 마침표를 찍는 게 진정한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경험한 선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7월 30일 잠실에서 임찬규는 그걸 다시 증명했다. 마운드 위 가장 높은 곳에서 혼자 싸워야 하는 투수지만, 그 뒤에는 함께 걸어온 팬들이 있다. 임찬규의 ‘낭만 야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심준석, 메츠서 방출…"제구 안 되면 생존 못해" "6월 성적은 좋아, 시간 있었다면"…짐 챙겨 한국행, 진로 고민
2023년 KBO 신인 드래프트는 2022년 내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덕수고 3학년 투수 중 최고 구속 160km/h를 던지는 심준석과 함께 1순위 지명 대상 후보로 꼽혔던 서울고 김서현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마이애미 말린스에 이어 뉴욕 메츠에서도 방출된 심준석이 미국에서 짐을 쌌다. 사진=이영미 기자심준석은 예상대로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건 심준석의 미국행을 의미하는 메시지였다. 심준석이 빠지면서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한화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서현을, 2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KIA는 윤영철을 뽑았다. 그리고 심준석은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75만 달러(약 10억 8300만 원)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첫해인 2023년 심준석은 루키리그에서 4경기 8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부상 등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2024시즌에도 오른 어깨 부상 여파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고, 결국 피츠버그는 2024년 7월 31일 심준석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한다.
마이애미 루키리그에서 심준석은 또다시 제구 불안을 보였다. 2025년 13경기에서 13⅓이닝을 던졌고, 평균자책점 10.80을 기록했다. 2025년 8월, 마이애미는 심준석을 방출했고, 이후 뉴욕 메츠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심준석은 올 시즌 루키리그 플로리다 콤플렉스 리그(FCL)에서 활약했지만 이번에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올 시즌 메츠 FCL에서 심준석은 16경기 20이닝 평균자책점 8.55를 올렸고, 피홈런 1개, 탈삼진 17개, 사4구 35개를 기록하며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심준석의 FCL 마지막 등판은 7월 24일로 FCL 카디널스전에서 ⅔이닝 1피안타(1피홈런) 3볼넷 4실점으로 부진했다.
뉴욕 메츠의 한 관계자는 심준석의 방출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7월 3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인데 제구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준석이 메츠 합류 후 자신의 고질적인 문제인 제구를 잡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심준석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6(154.49km/h)마일, 97마일(156.1km/h) 정도 나온다. 피지컬도 좋고, 부상도 없는 상태라 메츠의 우완 투수 육성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면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올지 궁금해했고, 기대도 컸다. 그런데 팀 내부적으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심준석은 올 시즌을 마치면 나이 때문에 더 이상 루키리그에 머물면 안 된다. 싱글A로 올라가거나 방출돼야 한다. 그런 데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뽑힌 어린 선수들이 합류한다. 선수단 재정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심준석을 내보내야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심준석은 지난 6월 성적이 아주 좋았다. 7경기 평균자책점은 3.24를 기록했는데 7월 들어 다시 제구 불안을 노출했다. 결국 그 제구 불안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만약 심준석에게 시간이 좀 더 주어졌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심준석을 오랫동안 지켜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 씨는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심준석이 97마일을 찍으면 뭐 하나. 제구 안 되는 강속구는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물론 선수도 제구를 잡으려고 노력 많이 했겠지만 결국에는 실패로 끝난 것 아닌가. 제구가 안 된다는 건 선수의 멘탈 문제다. 빠른 공에만 의존하지 말고 변화구 구사에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어렵게 미국 진출을 감행했고,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이렇게 소모된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심준석은 메츠의 방출 통보를 받고 짐을 챙겨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진로 문제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