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엔 ‘압록강을 바라보는 두 시선’이라는 문구와 함께 두 남성이 서 있다. 교복 차림의 남성 위 말풍선엔 태극기를 배경으로 6·25 전쟁이란 검은 글씨가 쓰여 있다.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성의 말풍선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위에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단어가 흰색으로 쓰여 있다.
두 학생 사이에 그려진 탱크의 포신은 태극기 방향으로 향해 있었다. 탱크 뒤로는 구불구불한 강을 사이에 두고 산봉우리들이 그려졌다. 압록강과 전쟁을 형상화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는 분석이다.
포스터만 봤을 때 6·25 전쟁과 항미원조가 마치 가치중립적인 사안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950년 10월 25일 참전한 중국은 6·25 전쟁을 항미원조라고 표현한다.
중국은 항미원조의 의미를 ‘미 제국주의 침략을 억제하고 신중국을 지켰다’고 설명해왔다. 내부 정치 선전 목적도 담겨 있는 셈이다. 중국은 항미원조를 부각하며 6·25 전쟁 참전 정당성과 애국 사례를 강조해 왔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엔 ‘항미원조기념관’이라는 박물관도 있다. 중국 현지 조선족 단체 및 학교에서도 항미원조 기념행사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한 안보단체 관계자는 “헌법과 역사를 살펴보면, 6·25 전쟁은 괴뢰국 북한이 대한민국을 침략해 발생한 전쟁”이라면서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대한민국을 도왔고, 그 과정에서 동족상잔이 발생한 역사적 비극”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 제국주의 침략을 막기 위해 참전했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중국 측 ‘항미원조’라는 키워드는 우리나라로선 절대 용납하기 어려운 침략 합리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항미원조라는 단어 자체가 중국의 내부적인 정치선전용 단어이자 정치적 메시지인데, 여기에 맞대응하는 한국 쪽 단어는 6·25 전쟁이다. 최소한 자유수호나 동족상잔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갔어야 한다. ‘서로 다른 해석’이라는 단어에도 문제가 있다. 중국 측의 틀린 해석과 맞서는 방법을 가르쳐도 모자란 상황에 이런 프로그램을 가족 대상으로 기획한 것엔 분명하고도 심각한 문제 소지가 있다.”
그는 “‘독도와 다케시마’를 서로 다른 해석이라고 하면 사람들 반응이 어떻겠느냐”면서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자면서 틀림을 다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국가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면서 “이런 표현들이 용인되기 시작하면 훗날엔 누가 전쟁을 시작했느냐를 가지고 팩트와 전혀 다른 논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안보단체 관계자는 “얼마 전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 강력한 분노를 표출했다”면서 “해당 사건을 기획한 스타벅스코리아는 물론 모회사인 신세계 정용진 회장도 대국민사과로 고개를 숙였다”고 했다.

전쟁기념사업회 전쟁기념관은 국방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현재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자리는 공석이다. 백승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4월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으로 취임했고, 지난 3월 5일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직을 내려놨다. 이번 특화 해설 프로그램은 회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기획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기념사업회 측은 6월 9일 일요신문에 “지금 보도되고 있는 사실과는 내용이 다르다”면서 “(특화 해설 프로그램은) 불법 남침을 명확한 전제로 하고, 중국이 항상 항미원조라는 이름으로 중복된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역사 인식에 맞춰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해명했다.
전쟁기념사업회 측은 “보통 전쟁에 대해 역사를 공부할 때엔 적을 알자라는 취지로 많이 배우기도 한다”면서 “이 사람(중국)들이 어떤 선전 논리로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어떤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조금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프로그램 취지”라고 했다.
6월 13일로 예정된 특화해설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여부와 관련해 전쟁기념사업회는 “해당 상황에 대해 면밀하게 파악을 하고,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