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구시장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에 지난 6일 항고장을 낸 주호영 의원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뒤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의원직 사퇴 시한인 다음 달 4일까지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채 거취를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 의원이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그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져 대구 정치권 판세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주 의원과 함께 컷오프된 이진숙 전 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의지를 강조하며 대구시장 예비후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타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간접적으로 제안받았으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 시민의 뜻에 따라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쓰고 대구시장 출마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후보, 주호영 의원, 이진숙 전 위원장 등 ‘다자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자, 당 지도부는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에게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컷오프 수용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6선 중진 주호영 국회부의장(의원)이 지금까지 당에 기여한 공로는 국민의힘을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다. 저를 비롯한 많은 당원은 고비 때마다 당을 위해 몸을 던진 주 부의장의 선택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무소속 출마 의사를 접어줄 것을 공개 호소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 중인 유영하 의원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을 위해, 대구를 위해, 평소 존경했던 정치 선배이면서 우리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주호영 부의장께 고언을 드린다. 우리가 분열해서 지방선거마저 여당에 패배한다면 우리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 죄인이 될 것”이라며 컷오프 수용을 호소했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진숙 전 위원장에 대해 “여의도로 오셔서 대여 투쟁을 이끌어주십사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장 대표도 이 전 위원장이 입장을 바꾼다면 (보선 공천은) 최우선 순위라는 점을 은연중에 표현하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9일 대구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계기로 중앙당 차원의 지원 의지를 드러내며 이번 대구시장 선거를 상징성이 큰 승부처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 막판에 보수층 재결집이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의 무소속 출마를 만류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경선 파동이 길어지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공천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보수표 결집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회 관계자는 “중앙당에서는 선거일이 다가오면 결국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심정으로 보수의 결집이 이뤄져 민주당과 겨뤄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지역 민심은 전혀 다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역시 대구 출신으로,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기에 거부감이 없다는 시민들을 자주 만났다. 이전 선거처럼 여론조사를 뒤집는 일은 벌어지기 어려운데 중앙당에서는 아무런 대비를 않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정치여론 분석가인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구지역 현장 여론을 살펴보면 민주당 정청래 대표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표시는 여전히 있지만,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민주당 후보인 김부겸 전 총리에게 표를 던져 국민의힘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포착된다”고 말했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은 “대구 시민들은 장동혁 지도부가 현재 사태를 키운 책임자로 보고 있다”며 “이들은 2024년 총선(제22대) 참패부터 그해 12·3 비상계엄에 이어 이번 대구시장 공천 파동까지 이어진 혼란으로 보수의 심장인 지역(대구)을 버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야당 의원들이 화려한 공약을 내걸어도, 결국 예산과 권한을 쥔 거대 여당이나 대통령 임기와 맞물린 굵직한 국책 사업을 견인하려면 힘 있는 여권 인사가 낫다는 실용주의적 판단이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구지역 유권자들이) 이전의 선거 사례처럼 보수 정당 간판을 보고 투표하기보다 향후 10~20년 지역의 미래를 바라보고 투표하려는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