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의장은 3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3월 17일까지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4월 7일까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 달라고 말했다. 개헌안에는 5·18 정신, 지역 균형발전 등을 담자고 제안했다. 권력구조 개편 등 논쟁적인 사안은 추후 개헌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합의된 사안부터 단계적으로 개헌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우 의장은 “제 정당 대표들, 원내대표들과 논의해 왔다”며 “국민의힘 안에서 이 의제를 갖고 충분히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인 걸림돌은 사라진 상태다. ‘국민투표법’이 3월 1일 개정됐기 때문이다. 재석 의원 176명에 찬성 176명으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 법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투표법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재외국민 투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11년 6개월 넘게 국회는 법 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법 개정 시한은 2015년 12월 31일이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국민투표 시스템이 6·3 지방선거 전까지 정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월 20일 발간한 ‘국민투표법 개정과 국회의 책임’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투표일 약 네 달 전까지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6·3 지선 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2월 초까지는 법안이 개정됐어야 하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대비해서 국민투표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국민주권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헌정 체계 실현을 위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월 2일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전 열린 사전간담회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이나 계엄 요건 엄격화 문제는 누구도 이론이 없는 만큼 충분히 합의할 수 있다고 보인다”며 “부분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면 좋겠다”며 ‘단계적 개헌론’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내란 청산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과 다른 스탠스를 보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인 2025년 4월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우 의장의 제안에 대해 “민주주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게 더 긴급하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4년 중임제) 등 논쟁의 여지가 커서 결과는 못 내고 논쟁만 하는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개헌 논의는 수그러들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DJP 연합’을 성사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과 레임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론을 띄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근혜 대세론’ 등 당내 차기 권력 견제와 임기 말 정권 안정을 위해 개헌을 시도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줄곧 60%대 지지율을 얻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침공으로 인한 ‘오일 쇼크’ 상황에서도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10%대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견제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국면 전환용 개헌 카드로 보기엔 어려운 셈이다.
#국힘에서 이탈표 9~10표 나와야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의힘 협조가 필수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나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60일 이내 본회의 의결→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기명투표)→30일 이내 국민투표→즉시 공포(대통령 거부권 행사 불가)’ 등의 절차를 거친다. 현재 재적의원 295명 중 197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9~10표의 이탈 표가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번 개헌 시도를 두고 이 대통령 연임 포석, 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시도, 우 의장의 업적 쌓기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월 31일 우 의장과의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혹시나 헌법 부칙을 개정해 이재명 대통령 연임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심도 갖게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4월 2일 “우리 당은 개헌에 반대하지 않는다. 선거 개헌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한 관계자는 우 의장이 언급한 ‘국민의힘과의 상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의장 측이 통보를 했고, 송 원내대표는 거부했다는 것이다. 임기가 끝나가는 우 의장이 ‘개헌을 성사시킨 국회의장’이라는 명예를 얻기 위해 개헌론을 띄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중임제를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이 대통령이) 결국 연임하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당권파에서도 개헌에 대해선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개헌안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여권 중심의 개헌 추진에는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 안다. (여권의 정치적 의도를) 모르는 사람이나 (찬성하는 것)”이라며 개헌 반대 기류가 중론임을 강조했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5·18이나 부마항쟁을 넣으면 나라가 달라지나. (단계적 개헌안은) 생색만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헌법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민의힘 주장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철 미국헌법학회 이사장은 “헌법 조항에 개헌할 경우 임기·대통령 권력 구조에 관련된 것은 현직 대통령한테 적용되지 않는다고 못이 박혀 있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연임 시도는) 정치적으로 불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민도도 그렇고 법도 그렇고 대통령에게 남는 게 없다”며 “대통령에게 가장 좋은 것은 5년 동안 잘 국정을 이끌어가고, 최초로 개헌을 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이유에서는 “내용을 떠나 반대하면 (선거를 앞두고) 야당도 결집이 된다. 결국 정치적인 차원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