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 도쿄지방법원은 가정연합에 해산을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확인된 헌금 피해자가 1500명을 넘고, 피해액은 204억 엔(약 1950억 원)에 이른다”고 인정했다. 올해 3월에는 도쿄고등법원이 1심 판단을 유지했고, 교단은 이에 불복해 특별항고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고재판소의 판단도 같았다. 최고재판소는 6월 22일 교단 측 특별항고를 기각하며 “해산 명령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일본에서 법령 위반을 이유로 종교법인 해산 명령이 확정된 것은 ‘옴진리교’와 ‘명각사(明覚寺)’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선 두 사례는 교단 간부들이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였지만, 가정연합은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해산이 확정된 첫 사례다. 다만 법인격이 사라지는 것일 뿐 신도들은 임의 종교단체 형태로 신앙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눈길을 끈 것은 최고재판소의 속도였다. 2심 판결이 나온 지 불과 3개월 만에 매듭지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빨랐을까. 아사히신문은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피해는 오랜 기간 이어졌고 규모도 매우 컸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방대한 재판 기록과 피해자 진술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해 1심과 2심은 심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고재판소는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곳이 아니라 법률 해석을 담당하는 ‘법률심’이다. 이미 1심과 2심에서 사실관계가 충분히 심리된 만큼, 법률적으로 해산 명령이 타당한지만 판단하면 됐다. 법률적 쟁점도 대부분 기존 판례로 정리된 상태였다. 일례로 1996년 옴진리교 해산 사건에서 최고재판소는 “해산 명령은 법인격만 상실하게 할 뿐 신도들의 종교 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번 사건도 같은 법리를 적용해 2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제 관심은 가정연합이 보유한 자산의 향방으로 쏠린다. 지난 3월, 2심 판결 직후 청산 절차가 시작되면서 교단 자산은 법원이 선임한 청산인의 관리 아래 들어갔다. 앞으로 자산을 처분해 채무를 정리하고, 고액 헌금 피해자 등 채권자들에게 배상하게 된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가정연합은 종교법인 자격을 잃고 법적으로 소멸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말 기준 가정연합의 총자산은 약 1040억 엔이다. 이 가운데 현금과 예금은 668억 엔(약 63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청산인 이토 히사시 변호사는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교단이 계좌를 보유한 거의 모든 금융기관의 거래를 중지시키고 최소 400억 엔(약 3820억 원)의 예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교단이 소유한 약 200건의 부동산 역시 순차적으로 매각될 예정이다.
피해자 구제도 본격화됐다. 지난 5월부터 고액 헌금 피해 등에 대한 채권 신고를 받고 있으며, 신고 기간은 1년이다. 현재 신도와 전 신도는 물론 종교에 과도하게 몰입한 부모 아래에서 성장한 자녀, 이른바 ‘종교 2세’도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관건은 ‘실제 얼마나 배상받을 수 있느냐’다. 옛 통일교 피해 문제를 지원해 온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전국변련)’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23년까지 접수된 피해 상담은 3만 5000여 건, 피해 총액은 약 1340억 엔으로 집계됐다. 현재 알려진 교단의 총자산을 웃도는 규모다.
다만 이 수치는 상담을 바탕으로 집계한 누적 피해액이다. 실제 배상액은 청산 절차에서 인정되는 채권 규모와 자산 매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도쿄신문은 “피해자 가운데는 신고 사실이 교단이나 신도인 가족에게 알려질 것을 우려해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최종 배상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고재판소의 해산 결정에 일부 ‘종교 2세’들은 안도감을 나타냈다. 동시에 “피해자 구제는 이제부터”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부모가 교단 신도인 30대 남성은 어린 시절부터 교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부모가 거액을 헌금하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고,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연애를 금지당하고 극단적인 절약을 강요받기도 했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종교 2세를 보호하는 제도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신고 사실이 교단이나 신도인 부모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고, 어떤 피해가 배상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종교 2세인 30대 여성도 남은 과제를 강조한다. 그는 “앞으로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신앙을 둘러싼 종교 2세의 고통은 가정연합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우려도 남아 있다. 전국변련 측은 “교단이 산하 법인 등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종교 활동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움직임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가정연합 전직 간부들은 지난 4월 ‘가정연합 전 홍보·대외협력국’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해산 명령이 확정된 뒤에도 신앙 공동체는 계속된다”는 글을 게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새 단체 설립을 위해 기존 교단 관련 일반재단법인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연합을 떠난 신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한 전 신자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교단을 떠나는 신자도 있겠지만, 반대로 신앙을 더욱 강화하며 과격한 활동이나 자금 모금에 나서는 신자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옛 통일교 주요 일본 연혁
1954년 : 문선명 총재가 서울에서 교단 창립
1964년 : 일본에서 종교법인으로 공식 인가
2015년 : 명칭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변경
2022년 7월 :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망 이후 통일교와 정치권의 관계, 고액 헌금 피해 문제가 공론화
2022년 9월 : 자민당이 소속 국회의원 379명 가운데 179명(이후 180명)이 교단과 접점이 있었다고 발표
2023년 10월 : 일본 문부과학성이 도쿄지방법원에 교단 해산 명령을 청구
2025년 3월 : 도쿄지방법원이 교단 해산 명령
2026년 3월 : 도쿄고등법원이 1심 해산 명령 유지
2026년 5월 : 청산인이 피해 신고 및 채권 접수 절차 개시
2026년 6월 : 최고재판소가 교단 측 특별항고 기각, 해산 명령 확정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