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선 선관위 개혁을 위한 법안이 10여 개 발의됐다. 다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기에 입법을 통한 견제와 감시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심판에서 ‘감사원은 선관위를 직무 감찰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결정을 내렸다. 사회적 공감대가 모아진 선관위의 대수술을 위해선 헌법 개정이 필요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꺼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대통령은 유럽순방을 다녀온 다음 날인 6월 19일 청와대에서 가진 대국민 브리핑에서 “(선관위는) 헌법이 너무 명징하게 독립기관으로 해놔 감시·통제·견제 법 제도를 만드는 게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야 간 의견 일치가 된다면 선관위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발의하는 한이 있더라도 (할 수 있다)”라며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을 봐가면서 정부도 입장을 정하겠다. 어쨌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선제적으로 정부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호응했다. 김 총리는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대다수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국회와 당에 돌아가면 선관위 개혁과 관련한 원포인트 개헌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여당이 원포인트 개헌 추진에 힘을 싣는 이유는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투표용지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보인다. 6·3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6월 15~19일 무선 ARS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4.8%포인트(p) 하락한 46.7%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5.5%p 상승한 49.7%였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18~19일 실시된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0.1%과 42.3%를 기록했다. 역시 오차범위 내지만 2주 연속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섰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 원포인트 개헌 의제를 선점해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누구보다 먼저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하며 치고 나갔다. 개헌 논의가 진행되면 의석수 때문이라도 민주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럼 국민의힘은 자연스럽게 정국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이 민주당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떠나기 전에 여당에 선관위 사태와 그로 인해 촉발된 올림픽공원 집회 해결을 위해 힘 써달라 요청했다. 순방 중에도 화상으로 수보회의를 주재하며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정조사 추진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에 이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직접 원포인트 개헌을 말한 것이다. 민주당도 대통령의 현 상황인식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선관위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은 윤상현 의원 역시 6월 22일 “한번 개헌으로 가면 완전히 블랙홀처럼 빠지게 된다. 원포인트 개헌 이전에 법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개헌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6월 23일 이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대해 “(선관위 논란에) 숟가락 얹고 빌미로 삼아서 자기가 원하는 원포인트 개헌의 흐름을 만들어갈 것이 아니라, 이 사태에 대해 가장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며 “왜 사과하지 않고 마치 피해자인 양 제3자 흉내 내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투표용지 사태를 최대한 활용해 여권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모처럼 찾아온 호재가 개헌 논의에 밀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선관위 원포인트 개헌이 일단 성사돼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 여권이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헌법 전문 명시’ 개헌안과 ‘대통령 4년 중임제’ 권력구조 개편 개헌안 등을 수시로 시도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협조 없이 개헌은 불가능하다. 개헌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앞서 지난 5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헌법 전문 명시’ 개헌은 국민의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원포인트 개헌을 마냥 반대만 하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앞서 여권 관계자는 “선관위의 비위·부실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 국조가 진행될수록 선관위 문제는 계속 드러날 것이다. 결국 지금의 선관위는 해체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 개헌을 해야 하고, 개헌 요구 목소리가 높아질 텐데,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