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대표가 전준위 구성 전 사퇴한다면 현직 대표가 경선 일정과 규칙을 마련하는 과정에 관여한다는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현직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때의 사퇴 시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2024년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하며 전당대회를 약 50일 앞둔 6월 24일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정 대표도 전당대회 준비가 본격화하기 전 거취를 정리하는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지방선거 이후 제기된 책임론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16곳 가운데 12곳에서 당선자를 내며 국민의힘에 앞섰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다. 당내에서는 서울 패배와 공천·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들어 지도부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이 잘했는데 당이 잘못했다면 대표가 물러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 대표에게 연임 도전 자제를 요구했다. 박범계 의원도 연임 도전을 “정 대표의 욕심”이라고 규정하며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주려면 연임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당의 화합과 정부 뒷받침을 위해 정 대표가 불출마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김영진 의원도 정 대표가 출마 여부를 당원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 데 대해 “한가한 얘기”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이 당 대표 적임자인지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연임 포기 요구에 답하기보다 당원들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당원 주권을 내세웠다. 자신이 추진해 도입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도 다시 부각했다. 의원들의 책임론을 당원들의 선택을 통해 돌파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같은 날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옮겨 적었다. 그는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며 글 말미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동의하시면 1번”이라고 썼다.
정 대표가 그동안 딴지일보 게시판을 민심 확인 통로로 평가해온 만큼,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직접 찬반을 물은 것은 지지층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보완수사권 폐지 의제를 선점해 지지 당원층에 선명성을 보이려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 대표의 차별화 행보는 지방선거 평가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지방선거 직후 정 대표는 결과를 “전국적인 큰 승리”로 평가한 반면, 이 대통령은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면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며 여당의 성찰을 주문했다. 정 대표는 이후 대통령의 평가와 인식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해 당의 독자성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지방선거평가위원회의 평가 범위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정 대표는 패배 지역뿐 아니라 승리 지역의 성과와 원인까지 백서에 담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조승래 사무총장은 당의 공천과 선거 전략뿐 아니라 정부 인사들의 메시지와 행보도 평가해야 한다며, 선거 기간 불거진 김 총리의 당권 도전설이 평택과 전북 선거에 미친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집중된 책임론을 수용하기보다 선거 결과를 평가하는 틀을 넓혀 책임의 범위를 다시 설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행보를 정부와의 결별이라기보다 연임 경쟁에서 독자적인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더 가까워지기보다 일정한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친명 주류와 긴장 관계가 형성된 상황에서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연임에 성공한다면 ‘당원들이 내 편’이라는 정치적 자신감을 얻어, 연임 이후로도 청와대와 일정 부분 대립각을 세우며 독자적인 정치 공간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