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이대남’이 처음부터 민주당에 반감을 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남광주특별시에 거주하는 조 아무개 씨(28·남성)는 2017년 19대 대선 때 처음 선거권을 행사했다.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뽑았다. 조 씨는 “최순실 비선실세 문제나 세월호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응징해야겠다는 기류가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씨는 지금의 민주당을 생각하면 ‘위선’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했다.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실린 민주당과 전혀 다른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 씨가 책에서 본 민주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수평적·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정당이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민주당 전신) 후보로 나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회창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은 16·19·21 대선에서 승리했다. 17·20·21·22대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달성했다. 지금 20대(만 나이 기준)인 1996년생이 태어난 이후 7번의 대선에서 4번을, 8번의 총선에서 4번을 이겼다. 현재 20대 일부가 선거권을 갖기 시작한 2016년 이후로 좁히면 민주당은 3번의 대선에서 2번 이겼고, 3번의 총선에서 3번 승리했다. 특히 21·22대 총선에서는 각각 180석·175석을 차지하며 보수 진영을 압도했다.
총선 3연승과 두 차례 정권 창출을 경험한 20대에게 민주당은 더 이상 도전자가 아닌 주류 정치세력으로 인식된다. 청년층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가치 자체보다 집권 이후 무엇을 보여줬는지에 더 주목한다.
2019년 조국 사태는 민주당에 대한 청년의 인식을 변화시킨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힌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자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자녀 입시 비리 등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여파로 청년층에는 민주당 주축인 민주화 세대는 곧 기득권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 씨는 “(청년층이)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민주화 운동을 했고, 정의를 따르는 (집단 같은)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치 집단이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며 “군 가산점같이 남자들에게 민감한 이슈나 국민연금 개혁 같은 것이 젊은 세대를 고려하지 않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진 것 같다. 실제로 청년층이 겪는 것들과 괴리감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대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장윤석 씨(29·남성)는 “민주당은 위선자라는 인식이 있다”며 “박원순·오거돈 성 비위 이후로 (이런 인식이) 굉장히 심해졌다. 조국 사태는 1996년대 생들한테는 한 가지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씨는 “주변 1996년생 남자들은 어쨌든 다른 사람 몫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몫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밈 같은 것으로 줄이면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로 통하는 것이 있다”며 “민주당은 그런 것(정서)에 동의하지 않는 게 더 명징하게 보이니까 반대급부로 국민의힘을 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책, 공감받지 못해
민주당이 선거 때 앞세운 ‘내란 청산론’ 역시 20대 사이에선 공감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대표는 5월 10일 지선 선대위 출범식에서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내란의 싹까지 잘라내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는 “이번 선대위는 국민에게 더 가깝게, 더 신속하게 다가가는 현장 밀착형으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밀착을 강조했지만, 정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메시지는 청년층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선대위가 출범한 5월 10일부터 6월 3일까지의 모두 발언, 정 대표 지원유세 등에서는 ‘내란 청산’ 관련 발언은 많았지만, 청년 관련은 적었다. 내란이라는 단어는 총 236회 언급됐다. 이 외에도 윤석열·국민의힘·박근혜·이명박·국정농단·부정부패 단어는 428회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년 단어는 48회에 불과했다. 관련 단어인 창업·부동산·주거는 12차례에 그쳤다. 주식·코스피·투자·자본시장·주가지수·국민성장펀드 등 주식 관련 단어는 161차례 나왔다. 내란청산, 국민의힘 심판, 이재명 정부 지원 프레임이 반복됐고, 청년 문제는 핵심 메시지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청년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착붙 공약 프로젝트’에서 △결혼 인센티브 YES △행복주택 최소 4년 주거 보장 △소득 공백 없는 창업 활동 지원 △지자체 다자녀 가구 혜택 부여 기준 통일 △청년 예산과 사업 우선순위를 직접 관리하는 청년전담국(가칭) 설치 △은둔·고립 청년 ‘참여 소득’ 지급 및 ‘지역 혁신 커리어 인증’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 청년 예방 접종 비용 전액 지원 등을 공약했다.
그러나 이런 공약들은 청년층에게 와 닿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윤석 씨는 “(민주당이) 큰 의제만 다루고 있는 것 같고, 저희가 체감할 수 있는 생활 정책 같은 것은 잘 모르겠다”며 “최근 선거 국면에서는 ‘내란 청산’이었던 것 같고, 더 옛날로 가면 검찰 개혁이고. 그런 민주당 지지자분들이 원할 만한 큰 담론에만 집중하고, 저희에게 내놓을 수 있는 공약 이야기는 잘 못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코스피 8000’ 구호도 청년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였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박 아무개 씨(27·남성)는 “코스피 8000까지 오를 동안 청년들이 주식을 살 돈이 있었나 싶다. 오르는 것을 바라보기만 한 것 아닌가”라며 “첫 월급 200만 원대에 적금과 생활비, 월세를 내고 나면 삼성전자 한 주 사기도 힘들다. 지금 하이닉스 주가는 월급보다 비싸다”고 토로했다.
#20대 여성 ‘집토끼’ 아냐
민주당이 집토끼로 불리는 여성 유권자를 소홀히 대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모두 발언 등에서도 여성 단어는 17차례에 불과했다. “(추미애 후보는) 민주당의 보기 드문 여성 지도자” “여성 후보가 부족해서 당대표로서 미안한 마음이 있는데, 영종구청장에 손화정 후보가 당선되면 그래도 체면치레는 좀 하는 것 같다” 등 청년 여성에 대한 정책과는 관련 없는 정 대표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장 씨는 “이번에는 선거 승리를 위해서 내세웠지, ‘내란 청산’에 대해 진심이지 않았던 것 같다.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나. 지역구 의제를 잘 낸 것도 아니”라면서 “민주당이 이런 부분을 다시 공략해야 (여성층의) 이탈을 막지 않을까 싶다. 자칫하면 집토끼에게 밥 안 준다는 표현이나 생각이 확산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씨는 “정권을 잡으면 반복적으로 국민의힘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항상 제자리로 돌아가는 정당으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