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은 시가총액 2000억 원대의 코스피 상장사다. 고령화 흐름에 맞춰 실버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워 왔다. 실버프리는 이 기업이 직접 경영하는 요양시설이다. 방림은 재계에서 이른바 '땅 부자'로도 꼽힌다. 2030년 들어설 서울 영등포 예술의전당 부지와 맞닿은 문래역 일대 4700평 상권 역시 방림 소유다. 투자 업계에서는 방림 보유 부동산 가치만 봐도 시가총액을 웃도는 33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있는 실버프리는 고급형 빌라 구조의 요양원으로,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방림이 지분 74.04%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는 서재희 방림 회장(90) 부인의 동생, 즉 처남인 조교제 씨(62)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요양사업 진출은 재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도 신한라이프케어, KB골든라이프케어,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 등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요양사업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 확대는 물론, 공공성 덕분에 국민이 낸 보험료와 국가·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주요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방림이 운영하는 실버프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 약 12억 3800만 원을 환수당할 처지에 놓였다. 각종 부당청구 사실이 적발된 결과다. 이 환수액은 실버프리의 2025년 총매출 60억 원의 약 20%에 해당한다.
환수 사유는 크게 두 갈래다. 먼저 실버프리 시설장 A 씨가 근무시간을 허위로 부풀려 급여를 받아 온 사실이 적발됐다. 해당 금액은 약 9085만 원이다. 또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직원을 재직 중인 것처럼 꾸며 급여를 수령한 사실까지 확인돼 약 11억 4700만 원이 추가 환수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런 위법 행위에 조교제 실버프리 대표도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적발된 A 시설장의 근무지 이탈과 결근 등에 조 대표가 동행하거나 관여했다는 게 핵심이다. 공단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A 시설장의 근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실버프리에는 근무일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공단은 A 시설장의 통신 관련 정보까지 직접 확인했고, 직원 조사도 병행했다.
A 시설장의 일탈은 통신자료와 직원 진술에서 동시에 드러났다. 한 직원은 "점심 먹고 집에 가고, 하도 그래서 제가 A 시설장 퇴근 시간을 따로 적어두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 "A 시설장은 평균 4시면 집에 갔다"며 "조교제 대표와 둘이 아예 안 나오는 날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실버프리 측은 "업무의 일환으로 대주주 회사인 방림 공장에 방문하려 일찍 퇴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단이 A 시설장과 조 대표의 통신자료, 차량운행정보, 고속도로 통행카드 내역 등을 종합해 확인한 결과, 이런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결국 조 대표와 A 시설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공단에 자필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09시부터 18시까지 근무했다고 신고했으나 조기 퇴근했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인력 배치까지 허위로 꾸민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다. 세탁 전담 직원이 없는데도, 청소 직원을 세탁 직원인 것처럼 꾸며 공단에 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노인복지법상 요양시설에는 이불과 베개 등 세탁을 전담할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의 갑작스러운 배변이나 구토 등으로 오염된 세탁물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실버프리에서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무요원 등이 세탁 업무를 대신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역시 조 대표 판단이 일부 작용한 결과로 읽힌다. 실버프리 측은 "공단이 예전부터 위생원이 청소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조교제 대표에게 괜찮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그 말을 믿고 그대로 운영했을 뿐인데 2년이 지나서야 부당청구를 문제 삼고 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버프리는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환수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도 잇따라 패소했다. A 시설장 근태 문제와 관련해서는 2024년 10월 서울행정법원, 2025년 7월 서울고등법원, 2025년 11월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 판단이 내려졌다. 각급 법원은 공단이 확보한 실버프리 직원들의 진술을 증거로 인정했다. 반면 실버프리 측이 내세운 "A 시설장과 조 대표의 진술서는 공단 조사관들의 강요로 작성됐다" 등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탁 인력 미배치 문제 역시 지난 3월 기각 판결이 선고됐다. 실버프리 측은 "공단이 동일 사안을 두고 여러 차례 중복 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각기 다른 기간에 이뤄진 장기요양급여 부정수급 여부에 관한 조사였다"며 이를 배척했다.

일련의 사안을 둘러싼 책임론은 모회사 방림으로 향하고 있다. 2007년 설립된 실버프리는 원래 요양업계 관계자들이 경영을 맡아 왔다. 그런데 2019년 돌연 조 대표가 취임했다. 그는 서재희 방림 회장의 처남이라는 사실 외에 뚜렷한 전문 경력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실버프리 안팎에서는 인사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까지는 조 대표의 조카가 사무국장을 맡았고, 현재는 비등기이사로 급여를 받고 있다. 사무국장과 달리 비등기이사는 상근 의무가 없다.
실버프리가 앞으로 어떤 제재를 받게 될지도 변수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으로 요양급여 등을 지급받은 경우, 지정취소나 업무정지, 또는 추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추가 과징금은 부당청구액의 최대 5배에 달한다.
실버프리에는 현재 200명 가까운 입소자가 있어 지정취소나 영업정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만 부당청구액 약 12억 원의 5배인 60억 원이 과징금으로 책정되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하다. 실버프리의 지난해 총 매출이 60억 원, 순손실이 7억 70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방림이 자금을 투입해 뒤처리에 나설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주주들 입장에선 쉽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방림 한 투자자는 "실버프리 재무상태표에 과징금 부과 위험을 반영한 회계처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이 문제가 방림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면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이미 수사에 착수했다. 조 대표와 A 시설장을 배임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법에 명시된 상근 의무를 저버리고 실버프리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게 수사 골자다.
조 대표는 일요신문에 "A 시설장은 내가 업무 목적으로 심부름을 시켜 나갔을 뿐이고, 위생원 관련 사안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며 "국가가 여러 사정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환수 처분과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방림한테 피해가 갈 일은 결코 없다. 배임 등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