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야가 요양원에 입주하게 된 것은 할머니 권유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옆방이 비었는데, 이곳을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다고 했다. 요양원 측이 할머니에게 친척이나 지인을 데리고 오면 방값을 할인해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왕야는 할머니를 돌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침 직장도 가까워 선뜻 입소를 결정했다.
왕야는 “할머니가 요양원에 혼자 있는 게 내심 불안했는데 가까이 지내게 돼 너무 다행이다. 그동안 살고 있는 아파트 월세보다 훨씬 싼 것도 큰 이점”이라면서 “혼자 지내면서는 밥을 제때 먹은 적이 없었는데 요양원에선 매일 영양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웃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왕야는 “이곳은 모든 생활이 규칙적이다. 운동, 식사, 휴식 등을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한다. 보통 저녁 8시에 문이 닫히는데 이보다 늦을 경우 경비원이나 당직자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서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을 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부분은 젊은 사람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요양원 측은 왕야 입소를 시작으로 건물 1층을 노인이 아닌 세대에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있었던 나이 제한은 철폐한다면서 20~30대의 적극적인 호응을 원한다고도 했다. 방 크기, 서비스 수준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노인들은 3000위안(59만 원)을 달마다 낸다. 요양원 측은 왕야처럼 기존 입소자와 관계가 있다면 1500위안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요양원 원장은 “노인과 젊은이들이 함께 거주하는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2명이 입소하기로 결정한 상태”라면서 “격차가 많이 나는 세대들이 한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임대료 1500위안은 당분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하이의 한 요양원은 자원봉사자 모집과 숙소를 연계한 상품을 선보였다. 18~45세 사이의 입소자들이 노인들에게 자원봉사 서비스를 제공하면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기본 1000위안(19만 8000원) 임대료에 매달 10시간 자원봉사를 하면 200위안(3만 9000원), 20시간은 500위안(9만 9000원)을 깎아준다. 30시간 자원봉사를 제공하면 면제다.
자원봉사 서비스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고정된 프로그램도 없다. 노인들과 함께 책을 읽거나, 바둑을 두거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일 등이다. 9월부터 이 요양원에서 살고 있다는 한 직장인은 “대도시에서 이 정도 가격을 내고 살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자원봉사가 부담스럽지도 않다. 어르신들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 했다.
저장성, 상하이뿐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이러한 거주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광둥성은 최근 완공된 노인 전용 아파트에 젊은이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모집 계획을 변경했다. 단, 조건은 젊은이들이 일정 시간 이상의 자원봉사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린시의 노인 아파트도 젊은이들이 노인과 함께 먹고 자며 ‘세대 간 사교’를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임대료 300위안(5만 9000원)짜리 1인실 방을 내놨다.
2001년생인 장진은 2024년 대학 졸업 후 장쑤성의 한 요양기관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장쑤성이 ‘세대 간 융합’ 프로젝트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관이었다. 약정에 따라 입소자들은 이웃 노인들에게 10~20시간씩 자원봉사를 제공한다. 임대료는 300위안에 불과하다. 장진은 “노인들과 퍼즐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한다. 노인들은 모두 친절하다. 마치 나를 손자처럼 대해준다. 그들로부터 많은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90세인 왕윈팅은 얼마 전 20년간 머물고 있던 요양원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 왕윈팅이 오랜 벗들을 뒤로하고 택한 요양원에선 손자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저우는 젊은이들과 함께 살고 싶어 요양원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노인들과 함께 있는 것보단 훨씬 유익하다. 분위기도 활발하다”면서 “옆집의 대학생으로부터 휴대용 컴퓨터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이걸로 손녀에게 편지를 써서 보낼 것”이라고 웃었다.
저우가 지내고 있는 요양원의 샤오란은 옆 방에 거주하는 여대생을 통해 새로운 화장법을 익혔다. 또 거리로 함께 나가 유행하는 네 컷 형태의 사진도 찍었다. 샤오란은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쓴 채 사진을 찍으니 젊어진 것 같았다”고 했다. 저우도 “젊은이들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이와 병을 잊게 된다. 또 젊었을 때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요양 방식은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해결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동시에 세대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젊은층으로선 임대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노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