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집주인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3일 내에 집을 비워달라는 내용이었다. 왕 씨는 “정해진 날짜에 이사를 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짐을 강제로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모두 우리 책임이라고 했다”면서 “아이도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방을 구하란 말이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집주인 측은 계약을 하기 전 이미 합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서에 따르면 거주 인원은 2인을 넘어서는 안 되고, 거주자 나이는 18~40세 사이여야 한다. 신생아는 물론 미성년자는 이 아파트에 살 수 없다는 의미였다. 집주인 측 대리인은 “다른 임차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포함시킨 조항이다. 이 아파트는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플랫폼 측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플랫폼 관계자는 “계약서 작성 때는 물론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이런 조항을 임차인들에게 고지했다”면서 “퇴거 날짜 등을 협의할 수 있지만 왕 씨 부부가 이사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강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왕 씨 부부 사정이 언론과 SNS(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당국 관계자는 왕 씨 집을 직접 방문, 이사 비용 등 여러 해결책을 제안했다. 지역 단체들도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집주인과 플랫폼 측은 “계약한 대로 일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왕 씨 부부 역시 “이대로 나갈 수 없다”고 버티면서 쉽게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를 바라보는 견해는 엇갈린다. 우선, 계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쪽이다. 베이징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야밍 변호사는 “계약서에 분명히 미성년자는 살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를 지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면서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이를 봐주다 보면 계약은 의미가 없다. 야속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아이로 인해 다른 세입자와 집주인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변호사 양신은 “출산을 계약 위반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 법적 다툼과는 별개로 너무 비인간적이다. 아이를 낳았다고 집에서 쫓겨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출산, 의료 간호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땐 임대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법적 조항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더 큰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거주자 연령 제한을 둔 계약서 내용 때문이다. 최근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선 임차인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노년층과 임산부 세입자를 아예 받지 않거나, 이들에겐 추가로 비용을 요구하는 임대인들이 많다.
우한의 한 부동산 회사 직원인 류위링은 “자체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60세 이상 노인들이 지불하는 집값 비용 상승폭은 젊은층보다 훨씬 높았다. 평균 5% 안팎으로 올랐는데, 노인들은 무려 20%에 달했다. 이는 집주인들이 노인들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의로 가격을 올려 퇴출을 강요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고 전했다.
베이징 소재 부동산 중개 기관의 70%가 나이 제한을 계약 조건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왕 씨 부부처럼 미성년자나 60세 이상 노인들이 그 대상이다. 류위링은 “최근 브랜드 아파트 대부분이 임대 조건으로 18~60세를 명시하고 있다. 미성년자나 60세 이상은 다른 세입자들에게 불편을 줄 것이란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고령화,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이슈와도 연결되는 현상이다. 실제 대도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주택비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들은 집을 구매하거나 시골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출산 후 새롭게 집을 구해야 하는 부부들의 사례들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변호사 양신은 “고령화 사회 극복, 출산 친화 사회라는 두 가지 과제가 임대 시장의 냉랭함에 부딪혔다. 그렇다고 임대 계약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주인도 엄연히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라면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집 문제는 곧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법조계를 중심으로 임대 계약 시 연령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실제 항저우 법원은 집주인이 노인에게 임대를 거부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이를 시정하라고 판결했다. 베이징은 신혼부부와 노인들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연령제한을 둔 브랜드 아파트들에 대해서도 노인 친화 시설을 갖추라고 지침을 내렸다. 또한 임대기간의 유연성을 늘리고 자녀가 있는 부부와 노인에겐 공공임대주택을 우선적으로 할당하는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류위링은 “당국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대형 부동산 플랫폼들도 노인과 신혼부부를 위한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왕 씨 사건은 단순히 집주인과 세입자의 다툼이 아니다. 출산 친화적 사회 조성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염두에 두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