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자인은 헝다그룹을 이끌면서 당위원회 서기, 중국기업연합회 부회장, 중국부동산협회 부회장, 광둥성 자선총회 명예회장 등 굵직한 직함을 달았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꼽혔다.
쉬자인은 부동산으로 벌어들인 돈을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실패했고, 이는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시련은 계속됐다. 쉬자인은 각종 불법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2023년 회사를 떠났다. 2024년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쉬자인에게 4700만 위안(90억 원)의 벌금과 함께 증권시장 진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지난 6월 홍콩주택부가 이 별장들의 불법증축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별장 소유주가 쉬자인이라는 게 드러났다. 쉬자인뿐 아니라 아시아의 내로라하는 기업인들도 별장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별장을 마음대로 꾸몄고, 이 과정에서 불법이 이뤄졌다. 홍콩 당국은 불법적으로 지어진 시설들에 대해 철거 명령을 내렸다.
쉬자인의 초호화 별장엔 눈길을 끄는 장소가 있었다. ‘지하 감옥’이었다. 설계도엔 없는 곳으로 지상면적보다 더 큰 규모의 감옥이 있었다고 한다. 홍콩주택부 측은 “익명의 신고를 받은 후 별장들에 대한 기습점검에 나섰고, 전문 장비를 사용해 집을 면밀히 살펴보던 중 지하에 비정상적인 공간이 있음을 발견했다”면서 “감옥처럼 꾸며져 있었다”고 했다.
지하 감옥 용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SNS 등에선 수많은 추측들이 쏟아졌다. 한 블로거는 “이런 식의 감옥은 과거 명나라 시대에 부호들이 갖고 있다고 들었다. 사기를 치거나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을 가두기 위해서였다”면서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은 불가능한 것 아니겠느냐. 도대체 왜 감옥을 만들었는지는 쉬자인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규모 지하 공간을 무단으로 굴착하는 것은 심각한 안전 위험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군다나 쉬자인 별장은 산비탈에 자리 잡고 있다. 전문 평가를 받지 않은 지하 공사는 산사태 등을 야기할 수 있다. 홍콩주택부 측은 “(쉬자인 별장은) 경치는 뛰어나지만 지반이 불안정한 곳에 있다. 대규모 지하 공사는 지질적인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홍콩 건축법에 따르면 모든 건축 공사는 사전에 홍콩주택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개조하거나 추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를 어길 시 벌금과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홍콩주택부 측은 별장 소유주인 쉬자인을 상대로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한편, 벌금과 형사 기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초호화 부동산의 불법 건축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건 2018년부터다. 당시 한 고위 정치인 주택 옥상에 수영장이 설치된 게 폭로됐고, 그 후 홍콩 당국은 조사 및 처벌 강도를 높였다. 홍콩주택부 측은 “홍콩은 전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편에 속한다. 일반 시민들은 작은 아파트 하나 사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몇몇 부자들이 무분별하게 부동산을 불법 확장하고 있다. 돈만 많다고 법의 제약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홍콩주택부는 초호화 별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드론, 3D 스캔 등 신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벌금을 인상하고 ‘불법 건축물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쉬자인 별장 사건이 불법 건축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헝다그룹 부동산에 투자했다 낭패를 본 투자자들은 초호화 별장 소식에 분통을 터트렸다. 헝다 사태 이후 중국 법원은 쉬자인 일가에 대한 자산을 동결했다. 부동산, 요트, 비행기 등이 이미 팔렸다. 그러나 홍콩 별장은 그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쉬자인 일가의 숨겨진 자산이 해외 곳곳에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실제 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쉬자인의 부인과 자녀들은 최근까지도 거액의 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쉬자인의 초호화 별장은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매입가보다 60% 저렴한 가격의 ‘급매’다. 현지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홍콩과 중국의 부호들이 사려고 한다. 이런 가격에 사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쉬자인 때문에 다른 초호화 별장들의 가격도 내리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