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건익은 “회의나 수업 등이 있을 때 전화가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문자를 남겨 두면 반드시 답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은 공건익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다. 취임식이 끝난 후 학교 자유게시판 등에는 공건익의 휴대전화 번호가 거짓이라는 말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공건익은 약속을 지켰다. 일정이 없을 때 수시로 걸려온 전화는 모두 받았고, 문자도 빠짐없이 답장을 보냈다. 지난 4년여 동안 공건익이 학생들로부터 받은 문자는 3만 개에 달한다. 학습 조언, 진로 고민, 학교 복지 문의, 이성교제 상담 등 내용도 다양했다. 공건익은 “고해성사를 받는 신부님이 될 때도 있었다”며 웃었다.
공건익은 학생들이 제기한 요구나 민원 등에 대해 직접 조율하거나 때론 관련 부서가 처리하도록 조치했다. 한 학생이 꼭 듣고 싶은 과목의 수강 신청을 실패했다고 문자를 보내자 공건익은 해당 과목의 정원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어떤 학생은 도서관에 대학원생 자습실을 추가해달라고 제안했는데, 그로부터 4일 후 도서관엔 자습실이 생겼다.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 등에는 공건익과 학생들이 주고받았던 메시지들이 공유되고 있다. “총장님,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요”라는 문자에 공건익은 “스스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기르면 평생 도움이 된다. 매일 아침 운동장에서 나와 조깅을 해 보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그 후 학교 운동장에선 아침마다 공건익과 학생들이 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2024년 8월 공건익은 “총장님, 다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닭 요리를 대접해줬다고 하는데 너무 부러웠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얼마 후 공건익은 학교 운동장에서 잔치를 열었다. 학생과 교수 약 8000명에게 새우 요리를 제공했다. 공건익은 일부 자신의 사비를 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공건익의 행보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긴 하다. 업무보다는 개인 홍보에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그중 하나다.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종종 나왔다. 그런데 얼마 전 열린 학교 졸업식에서 공건익은 자신이 휴대전화를 공개하게 된 사연을 털어놔, 학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건익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7년 10월 입시 제도가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수험생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공건익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건익이 다니던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 내에 특별한 조직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보충수업과 학업상담을 해줬다. 공건익은 “교장 선생님이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대학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교장은 학생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휴대전화 공개뿐 아니라 이른바 ‘총장 직통차’도 인기가 높다. 2022년 12월 학교는 모든 구성원들이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그리고 2023년 4월 총장 직통차가 출시됐다. ‘총장이 바로 달려간다’는 의미에서 직통차라는 이름이 붙었다. 교수와 학생들은 총장 직통차 메신저를 통해 다양한 민원을 제기했다. 접수된 민원은 자동으로 해당 부서에 전달된다. 민원 처리 진행 상황은 실시간 조회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담당자와 메신저로 대화할 수 있다.
‘총장 직통차 관리 방법’에 따르면 민원이나 요구 사항을 받은 부서는 4시간 안에 초기 답변을 해야 한다. 그리고 3일 안에 구체적인 조치를 하도록 했다. 시간을 초과할 경우 부서 책임자는 학교 측으로부터 감독 통지를 받게 된다. 공건익은 매주 플랫폼 운영 상황을 체크했다. 그리고 각 부서의 연말 평가 항목에 총장 직통차 부분을 포함시켜, 직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했다.
환경생물공학부 2025년 졸업생인 류하이타오는 2024년 여름 공부를 하다가 너무 더워 에어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총장 직통차 사이트에 접속, 이러한 내용을 남겼다. 다음 날 류하이타오는 학교 관리부로부터 ‘추가 설치가 가능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틀 뒤 류하이타오는 에어컨 설치로 시원해진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류하이타오는 “대학 시절 4년을 돌아보면 ‘늘 사랑받는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 주변 사람들은 우리 학교를 사랑의 학교라고 부른다”고 했다.
학교 관리부 부부장 쉬지안은 “총장 직통차가 생기면서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가 직접 관리부로 전달된다. 단계적 보고, 지도자의 승인, 부서 실행 등의 절차와 단계가 줄어들었다. 업무 효율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가 문제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더 좋고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총장 직통차는 출시 이후 총 5600건 이상의 민원을 접수했다. 평균 처리 시간은 15.1시간, 해결률은 98%였다. 학생들의 만족률은 96%였다. 쉬지안은 “총장 직통차는 교수와 학생들의 민원과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가 됐다”고 했다. 총장 직통차를 통해 기숙사 심야 소란, 비위생적 행위 등 기숙사 관리 방안이 개선됐고, 캠퍼스 내 전동차 사고 대책도 마련됐다고 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근 공건익이 받는 문자의 내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초반엔 불만, 민원 등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진로 고민, 이성 교제 등 개인 문제를 토로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공건익은 “바로 답도 주고, 후속 조치 등을 해주니 편안한 동네 아저씨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대학원을 졸업한 리위는 취업 후 가장 먼저 공건익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물류대학원 탕원징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 강의를 시작하기 전 “공건익 총장으로부터 사랑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휴대전화 공개가 거대한 신뢰로 이어졌다”고 했다. 문과대학원 양샤오톈은 졸업을 앞두고 공건익에게 “모교의 따뜻함과 사랑을 가지고 다음 새로운 여정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얼마 전 열린 졸업식에서 학생들은 ‘총장 직통차’가 새겨진 대형 차량 모형을 무대에 올리며 공건익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공건익은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그것이 내가 대학을 운영하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했다. 졸업생들을 바라보는 공건익의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