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리그에서 승격과 강등은 매년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유독 중국의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에선 오비에도의 승격에 수많은 관심이 쏠렸다. 며칠간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SNS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랴오닝에 살고 있는 장 씨가 갖고 있던 오비에도의 주식 증서였다.
2000년 라리가에서 강등됐던 오비에도는 2012년 해체될 뻔했다. 리그 보증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악화된 상태였다. 오비에도를 거쳐 갔던 유명 스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후원하면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
오비에도 구단은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2015년 ‘펀딩’을 시작했다.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한 개인에게 클럽의 지분뿐 아니라 경기 초대, 선수 사인회 등 여러 이벤트 참여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중국에선 이른바 ‘라리가 휴가’가 큰 이슈를 몰고 있었다. 라리가 한 클럽의 지분 소량을 갖고 있던 중국인이 “내가 투자한 팀과 레알 마드리드가 친선 경기를 할 예정인데, 구단주 초청을 받았다”며 직장에 휴가를 신청한 일이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역사상 가장 패기 넘치는 휴가 신청”이라며 열광적 반응이 쏟아졌다.
평소 라리가를 즐겨 보던 랴오닝의 장 씨 역시 이 직장인이 부럽기만 했다고 했다. 장 씨는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한 번이라도 보는 게 평생소원이었다”면서 “그러던 차에 오비에도의 펀딩 참여 뉴스를 보게 됐다”고 했다. 장 씨는 당시 1000위안(18만 9000원)을 주고 오비에도 주식 10주를 샀다.
오비에도 구단은 2016년 중국 상하이에서 주주 간담회를 열었다. 안후이의 아키는 오비에도 주식을 5주 샀고, 이 간담회에 초대를 받았다. 그는 “4주 이상의 주주가 참석할 수 있었다. 클럽 경영진, 라리가 축구협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중국을 찾았다”고 했다.

산둥의 자거도 2015년 오비에도 주식 6주를 샀다. 자거는 그 후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2015년 국경절 연휴 때 오비에도가 홈에서 시합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 구단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스페인 현지에서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구단 측은 흔쾌히 자거를 초대했다.
구단 관계자는 “오비에도는 인구 20만 명의 소도시다. 중국인들이 직접 축구를 보러 오는 일은 흔하지 않다. 주주가 이렇게 경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놀라웠다. 그래서 티켓을 보내줬다”고 했다.
구단은 자거를 위해 중국어가 새겨진 응원 스카프를 제작, 배포했다. 자거는 스카프를 흔들며 경기를 즐겼다. 자거는 구단 측에 “중국에서 오비에도 경기를 보기가 어렵다. 인터넷 등을 통해 경기를 중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구단 측은 중국인 주주들을 위해 수시로 경기 영상을 녹화해 제공했다. 또한 홈페이지엔 중국어로 된 클럽 소개 코너가 있다.
베이징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제제는 2015년 대학생이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투자해 오비에도 주식을 샀다. 제제는 “세계 최고 클럽의 주주가 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라면서 “처음엔 경기를 자주 찾아보고 그러다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했다. 제제는 “최근 오비에도의 승격 뉴스를 보고 오래 전 받은 주식 증서를 다시 꺼내봤다”고 웃었다.
중국 주주들 중 일부는 1부 리그 승격을 기념해 스페인 경기 관람을 추진하고 있다. 장 씨는 “오비에도 공식 사이트에 승격 축하 글을 올렸다. 나를 비롯한 주주들이 스페인을 방문, 오비에도의 첫 1부 리그 시합을 보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2026년은 팀 창단 100주년이다. 중국 주주들과 100년의 역사를 가진 팀 사이의 각별한 스토리는 모두에게 기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단 측은 1부 리그 승격을 기념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주주들은 배당이 아닌, 팀을 위해 써달라는 요청을 했다. 베이징의 제제는 “나뿐 아니라 많은 팬들이 배당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주주 중에선 세계적인 셀럽이나 재벌들도 있다. 그들과 함께 주주라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