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처음 열린 지역 축구 리그는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경기 하이라이트와 짧은 영상들은 SNS(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도 크게 늘어났다.
대표팀과 프로리그의 수준 낮은 경기력 등으로 축구에 대한 열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지역 축구의 폭발적인 관심은 이례적이다. 장쑤성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을 줄 상상도 못했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중고 사이트에서 ‘쑤차오’ 티켓은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예매 오픈하자마자 매진되고 있어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입장권 가격은 10위안(1900원)으로 책정됐지만 중고시장에선 이보다 10배 이상 높은 돈을 줘야 간신히 살 수 있다. 장쑤성 측은 암표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쑤차오 열풍의 요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치열한 경기 내용이 꼽힌다. 쑤차오에서 뛰는 선수들은 매 경기 죽을힘을 다해 뛴다. 프로팀 시합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그러다 보니 접전이 펼쳐지고, 명승부가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지만 쑤차오 팬이라고 밝힌 한 블로거는 “프로팀이나 대표팀의 시합에선 볼 수 없는 감동이 있다. 선수들이 마지막 경기를 하는 것처럼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면서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선수들은 달린다. 이기는 팀이나 지는 팀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장쑤성의 몇몇 도시들 간 ‘더비(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에도 관중이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더비는 ‘초한 전쟁’이다. 장쑤성의 쉬저우는 한나라 유방의 고향이다. 쑤첸은 초나라 항우가 태어난 곳이다. 두 도시 시합 때 응원석엔 한나라와 초나라 깃발이 나부꼈다. 볶음밥을 놓고 자존심 경쟁을 벌여온 양저우와 창저우 시합은 ‘볶음밥 더비’로 통한다.
당국은 최근 시들한 축구 열기가 지역 리그를 발판으로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초 발간한 ‘중국 축구 산업 백서’에 따르면 당국은 2030년까지 축구 산업 규모를 5조 위안(957조 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중심에 지역 리그가 있고,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쑤차오’가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장쑤성은 쑤차오 관련 상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쑤차오 티켓을 갖고 있는 관광객들에 한해 관광지 무료입장 정책을 도입했다. 아이들을 위한 축구 교실을 개설하고, 판매용 굿즈 생산도 준비 중이다. 장쑤성이 6월 3일부터 8일까지의 주요 관광지 예약량을 조사한 결과 2024년 동기 대비 300%가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쑤차오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쑤성 지역 경제도 들썩이고 있다. 장쑤성에 기반을 둔 스포츠 산업 체인 기업 진링스포츠 주가는 쑤차오 개막 후 가파르게 올랐다. 6월 5일부터 3일 동안 연속 상한가를 기록, 주식시장을 놀라게 했다. 진링스포츠 주가는 2년 내 최고가다.
잔디를 만드는 쌍상기업, 축구 경기장 관리 업체인 캉리위안 등 ‘쑤차오 테마주’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시장뿐 아니라 관광, 요식업 등도 매출이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다. 장쑤성에 위치한 여행사도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장쑤성 측의 고민이자 과제는 대형 스폰서를 유치하는 일이다. 쑤차오는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충분한 화제성과 트래픽을 확보했지만 스폰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공식후원사, 협력사 등을 포함해 현재 쑤차오 스폰서는 총 9곳이다. 8곳이 지역 브랜드고, 나머지는 해외 중소 스포츠 브랜드다.
프로리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형 브랜드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은 지역리그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쑤차오’ 팬들 중 일부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그룹 창립자 류창동에게 후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류창동은 장쑤성 출신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는 “쑤차오는 지역 단위 행사다. 또 이제 막 시작한 신생 리그다. 영향력이나 인지도를 봤을 때 아직은 후원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뿐 아니라 다른 유명 브랜드도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중국에서의 지역 축구는 국제 브랜드들의 관심 범위에 포함돼 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쑤차오 자문가인 친양은 “몰려들고 있는 관중은 스폰서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장쑤성의 13개 시가 벌이는 축구 시합은 그동안 중국에서 보기 어려운 상황들을 연출하고 있다”면서 “시민들 역시 축구를 통해 장쑤성이 제2의 도약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광저우 체육학원 교수 정원리 박사는 “암표를 막는 게 중요하다. 쑤차오가 처음 인기를 끌었던 것은 턱없이 낮은 입장료 때문이었다”면서 “스페인 리그는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지역을 기반으로 발전했다. 쑤차오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형 스폰서를 유치해야 리그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