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를 중심으로 팔단금이 유행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2년여 전 팔단금을 수련하는 짧은 영상들이 SNS(소셜미디어) 등에서 화제를 모으면서였다. 팔단금을 알지 못했던 젊은이들은 과거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따라하기 시작했다.
1990년생인 장시의 개인 SNS 계정은 팔단금 영상으로 가득 차 있다. 팔단금을 수련하는 장소는 다양하다. 새벽시간 공항, 고요한 숲, 계곡 등이다. 음악도 장소에 따라 바뀐다. 장시는 “팔단금 영상을 팔로어들과 공유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수련법에 대해 조언을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장시의 사부는 팔단금 분야에선 제법 알려진 인물이다. 베이징체육대학 중국무술학원을 졸업한 강남이다. 처음 영상을 올린 것은 단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팔로어들은 장시를 ‘스승’으로 불렀다. 지금은 수십만 명의 팔로어들이 장시를 따라 팔단금을 배우고 있다.
장시는 팔단금의 장점에 대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우기가 쉬우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장시는 “팔단금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자아에 집중하고 성격을 키우는 생활 방식”이라면서 “팔단금 수련 덕분에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게 됐다.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했다.
팔단금 수련을 하는 젊은이들이 빠르게 늘어나자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이들을 겨냥한 정책을 선보였다. 우선, 쉽게 접근하기 위해 각 단계별 수련 방법을 인터넷과 SNS 등에 영상으로 올렸다. 유명인을 등장시켰고, 동작 역시 현대화했다. ‘사무실 5분 팔단금’ ‘교실 1분 팔단금’ 등의 영상은 수천만 조회를 기록했다.
팔단금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금우’라고 칭한다. 이들은 휴대전화 영상통화, 컴퓨터 화상채팅 등을 통해 함께 수련한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거리와 공원, 학교 운동장 등에서 팔단금을 수련하는 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이유다.
팔단금 못지않게 태극권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무술로 알려져 있지만, 생활 속에서 체조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세계 무술 선수권 대회 태극권 챔피언이자 베이징대학교 체육교육연구부 강사인 차이윈룽은 “수강 신청 경쟁이 엄청 치열하다. 재수강, 3수강도 많다”고 웃으면서 “태극권을 응용한 체조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차이윈룽은 건강 체조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호신 기술도 가르친다. 차이윈룽은 “무술의 간단한 동작, 방어 공격 등을 전수한다. 이러한 능력이 모두에게 평생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태극권은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안정과 감정 조절에 좋다”고 했다. 그는 “태극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의 움직임이다. ‘구름손’이라고도 한다. 마치 봄누에가 실을 토하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의 한 대학에 다니는 쑤위도 태극권 수강신청을 해서 강의를 듣고 있다. 그는 “태극권이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오래 전부터 내려온 무술답게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악수를 하는 수련이 있는데 여기에도 스냅과 턴 등을 해야 했다. 예의가 바르고 힘이 있는 무술”이라고 했다.
쑤위는 친구들과 함께 매일 아침 운동장에서 태극권 연습을 한다. 처음엔 둘이 했지만 갈수록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 지금은 100명을 넘겼다. 이들은 빨간색 운동복을 입고 연습을 하는데, 이 장면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전국에서 빨간색 옷을 입고 태극권을 하는 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우한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왕자항도 태극권 마니아다. 그는 2년 전 인터넷에서 태극권 영상을 우연히 접했고, 이후 학교와 학원에서 본격적으로 훈련했다. 왕자항은 태극권을 시작한 후 몸이 건강해진 것은 물론,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왕자항은 “태극권은 강함과 유연함이 동시에 있다. 여기에 선조들의 정신이 스며들어 있다”면서 “태극권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과 하나가 된 것 같다는 느낌에 빠질 때가 있다. 기가 충만해진다”면서 “정신없이 살고 있던 내게 태극권은 마음의 안식처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통 체조는 더 이상 노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동안 거리나 공원에서 태극권 등을 수련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선이 있었다. 이는 전통무술의 퇴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가세하면서 모처럼 전통무술 업계는 활력을 찾았다. 당국에서도 전통의 부활이라는 기조 아래 적극 지원에 나섰다.
우선, 전통 체조 과목을 개설하는 학교에 대해선 금전적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미 베이징대는 태극권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또한 많은 대학들이 팔단금, 태극권 교양을 신설했다. 여름방학 때 ‘캠프’를 운영하는 곳도 생겼다. 동아리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전통 체조와 관련된 문화제, 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이를 하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면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초중고에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들의 체력 증진과 건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우수한 전통 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