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중국 우체국의 화두는 ‘관광’이었다. 기존의 우체국 업무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였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우정 사업을 결합한 새로운 관광 상품이 속속 출시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우체국 여행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 중국 전역에 약 700개의 ‘테마 우체국’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룽 우체국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됐고, SNS(소셜미디어)에선 필수 인증샷 장소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다룽 우체국은 100년 전 세워진, 역사가 깊은 곳이다. 산둥성은 중국 근대 우정 발상지다. 우표의 최초 발행지이기도 하다. 갈수록 줄어드는 고객과 영업이익으로 인해 고민하던 다룽 우체국은 역사를 주제로 한 테마 우체국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테마 우체국을 찾는 발걸음이 많아지자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숙박, 커피, 전시 등이었다. 다룽 우체국 1층은 우편 업무를 볼 수 있는 구역 외에 중국 우정 산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또한 발신기 등 오래된 물품들도 볼 수 있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휴게실, 우정 업무 체험실 등도 있다.
다룽 우체국 2층은 숙박시설이다. 모든 방엔 각각 ‘교룡’ 등과 같은 이름이 붙어 있다. 다룽 우체국의 모든 객실은 ‘뷰 맛집’으로 유명하다. 창을 열면 아름답기로 유명한 옌타이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얼마 전 다룽 우체국에서 며칠간 머물다 온 쉬칭은 “100년이 넘은 창살을 통해 옌타이산 위로 솟구친 해를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고 했다. 치샤오위는 “100년도 더 된 우체국 건물에서 자고 일어난 후 1층으로 내려와 커피를 마시는 기분은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커피 향과 맛 모두 훌륭했다”고 했다.
관광객들은 카페나 숙박 외에도 다양한 체험을 하거나 관광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우표, 봉투, 엽서, 냉장고 자석 등이 판매되고 있다. 다룽 우체국 관계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지금은 보기 힘든 옛 우체국 업무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룽 우체국처럼 지역의 명소가 된 우체국들이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헤이룽장성은 중국 최초로 우체국이 세워진 곳이다. 헤이룽장성 우체국은 올해부터 동극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광둥성의 한 우체국은 아편전쟁을 테마로 내걸었다. 신장 우체국은 이 지역 특유의 건축물들로 건물을 꾸며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우정당국 한 관계자는 “각 지역 우체국들이 앞다퉈 참신한 관광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결합된 상품들이 인기가 높다”면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우체국에 활기가 돌고 있다. 우정 업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손편지 쓰기 열풍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20대 대학생 채옌쿤은 중국의 테마 우체국을 완주하는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여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려 많은 수익을 올렸다. 그는 “원래 우표 수집에 관심이 많았다. 테마 우체국들이 생긴 후 우표 수집, 여행, 창의적 문화 체험 등을 동시에 즐기게 됐다. 주변 친구들도 주말마다 테마 우체국을 다녀오곤 한다”고 했다.
인터넷과 SNS 등에서도 ‘테마 우체국’은 주요 키워드다. 검색어 상위권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전국의 많은 우체국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와 관광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플랫폼에선 ‘테마 우체국을 탐험하라’는 이벤트가 열렸는데, 여기엔 1만 명이 넘는 참가자가 도전했다.
우정당국이 주최한 ‘미래로 보내는 편지’ 행사도 큰 관심을 모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번에 보내는 편지는 1년 후 지정한 주소로 배달될 예정이다. 우한에 사는 왕 아무개 씨는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썼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대학생 왕신루이는 테마 우체국을 방문할 때마다 그곳에서 직접 편지를 쓴 후 가족들과 지인에게 보냈다. 왕신루이는 “우체국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엽서를 구매하는 일이다. 얼굴을 보고 하기 어려운 말들을 엽서에 적어서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보낸다. 우체국 역사만큼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