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병이 끝나면 중국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회사가 탄생할 예정이다. 두 그룹의 연간 판매량을 합하면 500만 대가량으로, 이는 전세계 5위에 해당한다. 당국 관계자는 “단순히 규모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국 완성차 산업이 전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1968년 마우쩌둥이 설립한 둥펑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 디이자동차와 함께 3대 완성차 회사로 불려왔다. 2024년 매출은 1060억 위안(20조 7000억 원)가량으로 2023년 대비 6.86% 증가했다. 그동안 혼다, 닛산, 기아 등 합자 브랜드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2021년경부터 독자적인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신에너지 차량 배터리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창안자동차는 지금까지 3대 자동차 회사에 다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신에너지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눈부신 발전을 보였다. 2024년 매출 1597억 위안(31조 원)가량으로 2023년 대비 5.58% 늘어났다. 연간 268만 대를 팔았는데, 이 중 신에너지 차량은 27.5%를 차지한다. 신에너지 차량만 놓고 보면 2023년에 비해 52.8% 증가한 수치다.
딥블루, 아비타 등 자체 브랜드로 출시한 창안자동차의 신에너지 차량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스마트 주행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배터리 개발은 뒤처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 둥펑이 자랑하는 배터리 사업과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이다.
창안과 둥펑의 합병은 지역적인 요인도 고려됐다. 창안은 서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다. 둥펑은 중부 지역의 강자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중국 완성차 시장은 내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제 살 깎기 식 판매로 손해를 보고 있다.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면서 “이러한 현상이 줄어들 것이고 전국적인 생산망과 판매망이 통합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창안의 2024년도 해외 판매량은 53만 6000대였다. 전체 판매량 중 20% 비율이다. 둥펑은 30만 대 정도를 팔았는데 올해는 50만 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창안 측 관계자는 “둥펑과 합병하면 아세안, 중동, 유럽 등에 있는 양측의 공장도 통합할 예정이다. 이 경우 주요 거점에 17개 해외 공장이 포진하게 된다. 해외 진출을 더욱 용이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합병은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4월 초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부주임 구핑은 ‘완성차 중앙기업에 대한 전략적 재편성’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목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자주적인 핵심 기술을 보유하며 스마트 네트워크 변혁을 선도하는 세계 일류 자동차 그룹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 핵심이 창안과 둥펑의 합병이었다.
언론 보도 및 취재 등을 종합하면 창안과 둥펑은 브랜드 독립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구핑은 “양측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한 회사가 되지만 양측의 사업 모델은 당분간 가져간다”면서 “연구개발, 생산 및 공급망과 판매망, 해외 채널의 심층 통합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이번 합병 대가로 500억 위안(9조 7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위원회 산하 ‘중앙자동차연구원’도 기술력을 공유하게 된다. 중앙자동차연구원은 2027년까지 신에너지 차량 핵심 소재를 100%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핑은 “창안과 둥펑의 융합된 드라이빙 시스템이 2026년까진 자율주행 전 차량에 기본 장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당국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자본시장에선 합병 소식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실제 소식이 알려진 후 두 회사의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양측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자금 사정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 창안의 2024년 순이익은 2023년 동기 대비 35.37% 감소했다. 둥펑 역시 4.7%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창안 측은 “2025년 1분기에는 이익 회복이 예상되어 합병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둥펑 역시 “현금 보유액은 1000억 위안(19조 4000억 원)으로 강력한 리스크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합병 후 공급망 통합을 통해 비용이 최대 15% 줄어들 것으로 본다. 또한 연구개발 주기도 6개월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은 이번 통합을 두고 중국 자동차 산업이 제시한 ‘3중 도약’의 시작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 3중 도약 중 첫 번째는 2027년까지 글로벌 판매량 10위 안에 세 곳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2030년까지 ‘차량-도로-클라우드 일체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현재 이를 위해 주요 도로의 주행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마지막은 2035년 글로벌 스마트 자동차 표준 체계를 주도하는 것이다.
주화룽 회장은 “단순한 합병이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를 정의하는 혁명”이라면서 “두 기업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경쟁 규칙을 깊이 있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