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예는 “평소에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고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면서 “지금은 혼자서 달리는 걸로는 주문을 들어줄 수 없어 달리기 동호회 회원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다. 현재 우리 업체에 등록돼 있는 ‘대리 달리기’ 직원은 500명 정도”라고 전했다.
샤오예를 찾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우선 대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많은 학교에서 ‘달리기’를 이수과목으로 지정하거나 과제로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론 달리기 기록을 취업, 회사 제출용 등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론 달리기를 자신의 SNS에 인증하는 경우다.
최근 대학들 중에선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달리기 기록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곳이 많다. 베이징의 한 대학 교수는 “학생들의 기초 체력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학교가 지정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달리기 과제를 완료해야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취지로 달리기 능력을 입사 자격 중 하나로 내건 회사들도 적지 않다. 샤오예는 “얼마 전 한 고객이 찾아와 ‘뱀의 해를 맞아 뱀 모양대로 달리는 것을 남기고 싶다’고 요청해왔다. 알고 보니 그 고객은 취업준비생이었다. 달리기 기록과 인증샷을 입사 지원서에 냈다고 들었다”고 했다.
샤오예에 따르면 ‘대리 달리기’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맞춤형 상품을 선보이는 곳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앞서 취업 준비생이 ‘뱀 모양 코스’를 원하자 이에 맞춰 달리기를 하고 인증을 남기는 것처럼 말이다. 고객은 장소와 날짜, 시간 등을 지정해서 요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기념일 상품’을 집중 공략하는 업체도 있다. 특히 하트 모양 코스 주행이 인기라고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념일을 맞아 하트 모양으로 달리기를 한 뒤 이를 인증해 달라는 주문이 많다. 우리가 직접 개발한 기기를 차면 달린 코스가 그대로 나타난다”면서 “보통 요금은 1km당 부과되는데, 하트처럼 특별한 코스의 경우 추가로 30위안(6000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대리 달리기’가 유행처럼 번지자 부정적인 반응도 늘어나는 추세다. 달리기의 목적이 건강인데, 누군가 대신 달려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대학과 회사 측에선 대리 달리기가 ‘업무방해’ ‘사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베이징의 한 대학교에선 학생들이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리 달리기 업체를 사용하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학생 대표는 “많은 학생들이 대리 달리기를 통해 과제를 완수하고 있다. 이는 엄연히 부정행위이고, 학생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면서 “우리 스스로 성실한 달리기를 하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시안전자과기대학은 대리 달리기를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이를 어긴 27명의 학생에겐 부정행위를 이유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달리기 애플리케이션 계정에 대한 본인 인증 절차 강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법적인 문제점을 짚고 나섰다. 허난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푸젠은 “만약 학생이 대리 달리기를 요청했다가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성적 취소, 경고, 제적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학생부에 기록된다. 추후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푸젠 변호사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경고했다. 대리 달리기 업체에 개인 계정과 비밀번호를 제공해야 하는데, 자칫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몇몇 업체에선 개인정보로 온라인 대출 행위가 이뤄져 적발된 사례도 있다. 푸젠 변호사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많은 리스크가 동반된다. 개인 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엔 ‘대리 달리기’를 하던 직원이 사고가 났는데 이를 놓고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체 측에서 고객을 상대로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푸젠 변호사는 “아직 정확한 규정이나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면서 “대리 달리기 업체를 선택할 때 약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라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왕옌파는 회원들에게 ‘대리 달리기’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그는 “용돈을 벌기 위해 대리 달리기 업체에서 일하는 회원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리 달리기는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달리기는 본인 스스로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대리 달리기를 하다 적발되면 회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고 경고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