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속 계절은 가을이다. 봄부터 경작한 농작물을 수확해야 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아 샤오자오는 그 어느 때보다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샤오자오는 “오랫동안 키워온 호박을 얼마 전에 땄다. 이걸로 요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내 손에 호박이 진짜 들어온 것처럼 뿌듯했다”고 웃었다.
샤오자오가 처음 이 앱을 설치한 이유는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샤오자오는 어릴 때 방학이 되면 할아버지 집에 가서 같이 농사를 돕곤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샤오자오는 “스타로 곡물을 시작한 후 나는 농민이 됐다. 게임을 할 때마다 할아버지의 시골 농장으로 날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샤오자오의 기숙사 룸메이트는 ‘도원’이라는 앱을 이용한다. 이곳에서 그는 ‘농촌 라이프’를 즐긴다. 집을 짓고, 낚시를 하고, 농사를 짓는다. 잔디를 깎고, 방충망을 수리하는 일도 자주 한다. 그는 “최근엔 가마를 지었다. 도자기를 굽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했다.
대학에서 강사로 근무하는 위안은 이러한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위안은 “그동안 과격하고 잔인한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많았다. 농사는 기본적으로 인내하는 일이다. 또 사회적 관계도 중요하다”면서 “학업과 취업에 내몰린 젊은이들이 ‘느림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고 잠시나마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많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임을 하는 많은 젊은이들도 ‘사이버 농사’가 힐링이 되고 있다며 경험기를 올리고 있다. 벼뿐 아니라 여러 작물의 경작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임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농촌과 관련된 명절엔 오프라인에서 만나 행사를 즐기기도 한다. 민속놀이 물품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학교를 다니는 왕샤오는 앱에서 게임을 통해 만난 친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농촌을 방문한다. 이들은 사이버상에서 함께 농사를 짓는 ‘동지’들이다. 이들은 농촌을 찾아가 농사 일을 도우며 경험을 쌓고 있다. 왕샤오는 “마을 주민들과 계속 연락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얼마 전엔 농촌 전통 축제에 참여해 특별한 추억을 쌓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는 앱 사용 통계에도 나타난다. 전체 다운로드 순위 10위 안에 농사 앱이 3개나 올라 있다. 한 게임은 발매 2년 만에 조회 수가 10억 건을 넘었다. 다른 게임은 2024년 한 해에만 1000만 개가 팔렸다. 대형 게임회사 관계자는 “올해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게임들 중에서 사이버 농사가 주력”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느닷없는 농사 열풍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다. 농사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사회과학원대학 박사 쉬유장위는 “진짜 농사를 짓는 일은 무척 고된 일이다. 실제 많은 농촌에선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사이버 농사는 그야말로 편한 농사다. 눕거나 앉아서 키보드만 두들기면 되는 것 아니냐. 도시가 제공하는 물질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농촌의 장점만 즐길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이버 농사가 현실 세계로 확장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주말 텃밭은 5년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루 농사 체험’ ‘농촌 봉사’ 등과 같은 타이틀을 내건 프로그램이 속속 생기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수확할 때 느꼈던 감동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물론 많은 실패를 겪기도 했다. 이 역시 나에게 큰 교훈을 줬다. 자연의 위대함도 새삼 알게 됐다”면서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직접 땅에서 농사를 짓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쉬유장위 박사는 “농촌과 농사는 한때 낙후, 단절, 촌스러움 등의 단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이제는 느림, 여유, 평화를 떠올리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물론 실제 농사는 힘든 일이다. 젊은이들이 앱을 통해 각박한 도시 생활로부터 잠시 떠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