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호 러닝타임은 1분이 채 되지 않는다. 제작사는 이 드라마를 AI로 생성했다. 간혹 화면이 흔들리기도 하고, 배우들의 생김새가 바뀔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함이 구미호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제작사 관계자는 “많은 시청자들이 마치 블라인드 박스를 여는 것처럼 신기하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AI로 만든 단편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24년 6월경부터다. 주제는 주로 사극, SF, 멜로 등이다. 식상한 얘기지만 빠른 결말, AI 특유의 구성 등으로 주목을 받았고, 올해 들어서 본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하늘을 가리고’ ‘패총설나리’ 등 많은 작품들이 공개됐다.
AI 단막극 제작자 라탕은 “보통 제작사들 일정은 ‘날’에 맞춘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기준이다.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1명이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라탕은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사람들이 왜 이 드라마를 보느냐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서”라면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정말 쉽고, 동시에 자극적인 내용을 다룬다”고 전했다.
드라마 제작사 ‘매운사탕’은 강아지를 주제로 하는 단막극으로 재미를 봤다. 평균 조회수는 1500만 회가량이다. 3부작 단막극을 만들기 위한 AI 사용 비용은 50위안(9600원)에 불과하다. 매운사탕 측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아직 보완할 점은 많지만 전통적인 영화와 드라마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AI 단막극 시장은 매우 유망하다”고 했다. 매운사탕이 최근 선보이고 있는 '패총설나리'는 AI 단막극 순위 선두권을 다투는 중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였던 샤오주는 최근 AI 단막극만 만들고 있다. ‘종말 안전가옥 일기’ ‘장안 비밀기록’ 등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샤오주 관계자는 “1분짜리 드라마를 만드는데 2시간이 걸린다. AI가 생성한 작품을 편집만 하면 된다. 처음엔 여러 명이서 했지만 지금은 혼자서 하고 있다”면서 “처음엔 영상과 대본이 이상했지만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딥시크’ 효과도 많이 보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공개된 단막극 ‘파도를 가르다’는 아홉 명의 아기들이 바다에서 적들과 싸우는 판타지 작품이다. AI가 만든 전투 장면은 다소 허술했지만 호평을 받았다. 제작사 측은 “전통적인 특수효과를 사용했을 때보다 비용이 70% 절감됐다. 총 5회가 방송됐는데, 평균 조회수가 5000만 회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제작사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AI 단막극 만들기가 유행이다. 영상 전문가 세초는 한 플랫폼에서 그 과정을 공유해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세초는 “마우스 클릭만 할 줄 알면 된다. AI로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따라 영상을 만드는 게 첫 번째다. 그 후 AI와 대화를 나누며 디테일을 보완해 나간다. 화면, 빛 등을 수정하는 일이다. 보다 좋은 화면을 위해선 유료 AI가 좋긴 하지만 무료도 큰 상관은 없다”고 설명했다.
세초는 40초 분량의 드라마를 직접 만들어 보여줬다. 드라마는 아내를 죽인 조직폭력배 두목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세초는 AI에게 몇 가지 단어를 제시했고, 5분 후에 짧은 동영상이 나왔다. 여기에 세초는 음악과 자막을 더해 드라마를 완성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이었다.
앞서의 샤오주 관계자는 “AI 단막극은 진입 장벽이 낮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작품이 나온다는 뜻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처음엔 차마 보기 어려운 작품도 많았지만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영상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면서 “회사 측에서 특별한 개입 없이도 AI가 일관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드라마’라는 키워드를 제시할 뿐”이라고 했다.
샤오주가 단막극 한 편을 만드는 데 드는 돈은 AI 도구 사용비를 포함해 100위안(1만 9000원) 안팎이다. 샤오주 측은 “한 편으로 벌어들이는 평균 수익은 2만 위안(385만 원)이다. 투자 대비 엄청나게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최근 들어 배우들의 몸값이 크게 올랐는데 우리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샤오주 측은 광고와 트래픽 수익뿐 아니라 ‘AI 단막극 과정’을 개설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AI 단막극 시장이 빠르게 커지자 대형 제작사들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영화 제작사인 장웨테크는 그동안 축적한 시나리오들을 AI와 접목해 단편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장웨테크 측은 “사람들이 ‘이걸 왜 보지?’ 하면서도 빠져드는 게 AI 단막극이다. 2025년 하반기부터 AI 단막극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둘 것”이라면서 “AI 단막극을 어떻게 상업화와 연관 지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당국에서는 AI 단막극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준 이하의 작품은 거르겠다는 의도다. 미성년자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내용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조치에 나선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고 있다”면서 “중국의 문화 산업을 해치고, 미성년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필요한 규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