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하이는 “장례식장에서 왜 이런 경력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라면서 “댓글을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취업 준비생들을 상대로 장난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채용 계획도 없으면서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을 타기 위한 것이란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난하이구가 발표한 장례식장 직원 채용 공고에 올라온 응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연극 및 영화학 △공연 △방송 및 진행 예술 △네트워크 및 뉴미디어 등의 분야를 전공했거나 경험이 있는 자. 여기에 유창한 광둥어 구사 능력이 있으면 가산점이 부여됐다. 합격자는 장례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며, 24시간 당직에 참여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이를 놓고 인터넷은 물론 언론에서도 문제점을 제기하자 장례식장 측은 “이번에 채용되는 직군 중엔 장례식 사회자가 있다. 최근 들어 장례식 사회자의 전문성이 높게 요구되는 추세다. 그동안 외부에서 사회자를 부르곤 했는데, 비용이나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직원으로 채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채용 공고에 따르면 영구차 운전사, 화장사 등 여러 직군 중 올해부터 사회자가 추가됐다. 사회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공통 직군이다. 직원을 뽑은 뒤 각자의 희망, 연수 평가 등을 거쳐 배치된다. 사회자만 따로 뽑는다는 의미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방송, 연기, 연극, 연화 등의 경력을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직원을 뽑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민영 장례식장에선 이미 전문 사회자를 채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베이징의 한 민영 장례식장은 2년 전 방송인 출신 사회자를 뽑았다. 이곳 관계자는 “장례식장은 단순히 장례 업계 관련 인원만 모집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장례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면서 “유족들이 전문 사회자의 장례 진행에 상당히 흡족해 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취업 준비생들은 장례 관련 업종에 취업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장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최근 2~3년간 채용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장례 업체들 역시 대거 직원들을 뽑으면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2024년 광저우시가 채용했던 한 직원의 ‘스펙’은 인터넷상에서 크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직원은 국내 최고 공대 중 한 곳에서 건축학 학사를 받은 뒤 홍콩에서 박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례식장은 굴지의 IT기업들보다 높은 ‘초봉’을 지급한다고 했고, 그러자 지원이 줄을 이었다.
인재들이 장례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두고 기성세대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한 TV 토론에서 패널로 나온 50대 변호인은 “젊은이들이 돈만 쫓아선 안 된다. 취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그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장례업체들의 상술과 이에 따른 막대한 수익도 되짚어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례 업체 관계자들, 그리고 20~30대 사이에선 이러한 지적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앞서의 베이징 장례식장 관계자는 “최근 장례 트렌드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장례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맞춤형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첨단 기술이 도입되고 있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우수한 인력들을 채용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상하이의 대학원생 장자천은 한 대형 상조회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이 처음엔 만류했다.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상조회사에 가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나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장례 업체에 취업하는 걸 원한다. 무엇보다 돈을 많이 준다. 전문직이라는 인식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우한에서 중소 상조회사를 운영하는 이백중 대표는 “장례 일에 대해 왠지 찜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30대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 장례 업체는 하나의 직장일 뿐”이라면서 “죽음을 접하는 유족들의 마인드가 달라진 것도 장례 문화를 변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했다.
이번에 이슈가 된 ‘장례식 사회자’는 단순히 장례식 진행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장례기간 내내 주요 일정을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유족 및 조문객들과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추도식 등을 원활하게 진행해야 하는 일도 맡는다. 공연, 방송 등의 경력을 요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백중 대표는 “사회자 논란은 장례 업종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젠 대학교에서도 장례와 관련된 학사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면서 “모든 사람이 품격 있게 작별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죽음은 우리 모두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