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날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핵심 혐의는 하이브 기업공개(IPO·상장) 당시 사모펀드(PEF)와 비공개 이면 계약을 통해 약 1900억 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경찰은 2024년부터 이 사안에 대해 내사를 진행해 오다 2025년 6월과 7월 각각 한국거래소와 하이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방 의장은 수사와 관련해 지난해 8월부터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영장 신청 전날인 20일 주한미국대사관 측이 방 의장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해 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외교적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업계에서는 방 의장의 실제 구속 여부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경찰이 장기간 수사에 나섰음에도 그간 구속영장 신청 등 진전이 없었던 탓에 검찰의 영장 청구 여부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영장 발부 여부와 무관하게 수사 장기화와 구속영장 신청이라는 소식이 기업 신뢰도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BTS의 완전체 컴백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던 하이브의 경영 전략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오너 리스크와 맞물려 시장 투자 심리도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4월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6% 하락한 24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BTS 컴백 직전인 2월 19일 기대감 선반영에 기록했던 최고가 40만 4500원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당초 증권가는 BTS 복귀가 하이브 실적을 폭발적으로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하이브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BTS의 경쟁력 둔화다. 컴백 초기 기대됐던 화력이 빠르게 식어가는 듯한 지표가 감지된다. 4월 21일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출시 4주차를 맞은 BTS 새 앨범 ‘아리랑(Arirang)’은 전주 1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Hot 100)’ 성적표는 더욱 아쉽다. 타이틀곡 ‘Swim’은 발매 1주 차 1위로 직행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듯했으나 이후 2위, 5위로 밀려나더니 4주 차인 현재 10위에 머물고 있다. 다른 수록곡들도 100위권 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Body To Body’가 최고 순위 25위에서 69위로 곤두박질쳤고 ‘2.0(88위)’, ‘Hooligan(90위)’ 등은 차트 밖으로 벗어날 위기다. 과거 발매하는 곡마다 빌보드 상위권을 장기 집권하던 기세를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의 평가도 예전같지 않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리뷰를 통해 “BTS가 전 세계 대중에게 구애하려다 보니 정작 그들의 뿌리인 K-팝의 정체성에서 너무 동떨어지고 있다”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한국적 색채와 글로벌 트렌드, 아티스트로서의 주관과 상업적 기대치, 그리고 멤버들의 창작 본능과 기획사의 거대한 전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음악적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내부적인 결속력 저하와 멤버 리스크도 우려 사항이다. 앨범 발매 직전 멤버 정국이 심야 시간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진행한 ‘음주 라이브’ 방송에서 소속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흡연하며 욕설을 내뱉는 사건이 있었다. 정국은 이후 팬 소통 플랫폼에서 “개인적으로 뭔가 크게 잘못을 했나 생각하면 사실 잘 모르겠다”며 “전 공인도 아니고 이쪽 업계 분들이 다 하는 말들”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됐다.

그는 “물론 타 기획사 아이돌 그룹들의 사건 사고와 비교하면 그룹 규모 대비 리스크가 적은 편에 속하지만 팬덤과 사회가 기대하는 허들이 높아 ‘건전 프레임’ 붕괴에 따른 후폭풍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합 악재 속 증권가는 하이브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치솟는 앨범 제작 원가와 수익성 악화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이브 산하 레이블들의 총 앨범 판매량 900만 장 중 절반 이상인 480만 장이 BTS의 몫이었다. 높은 앨범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비용 증가에 수익성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낮아지는 시장 눈높이
오프라인 모객력의 한계도 뚜렷하다.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후발 주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1분기 전체 공연 모객 수는 55만 명 선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눈높이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46만 4318원이던 증권사들의 하이브 평균 목표주가(컨센서스)는 현재 43만 원선까지 주저앉았다. 방 의장 구속영장 신청에 따라 추가적인 하향 조정 리포트가 잇따를 가능성도 농후하다.
업계는 오너 리스크 해결과 ‘포스트 BTS’ 확보 없이는 하이브에 추가적인 성장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하이브는 그동안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며 IP(지식재산권) 다각화에 사활을 걸어왔으나 당연하게도 BTS급 ‘메가 IP’를 대체하기는 힘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BTS 인기 사이클이 자연스럽게 우하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민희진, 뉴진스 파동과 구속영장 신청 등에서 알 수 있듯 오너이자 핵심 프로듀서인 방 의장 자체가 리스크로 부각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