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은 2024년 9월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컨테이너 사업에 12조 7000억 원, 벌크 사업에 5조 6000억 원, 터미널과 통합물류 사업에 4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선복량을 당시 92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에서 155만TEU로 늘리고 운용 선박도 84척에서 130척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HMM은 2026년 3월 주주총회에서도 이 목표를 재확인했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규모면에서 상위 선사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7월 15일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HMM은 선복량 103만 3593TEU로 세계 8위다. 5위 하팍로이드는 240만 1732TEU, 6위 ONE은 216만 6858TEU, 7위 에버그린은 200만 6343TEU를 운용하고 있다. HMM이 2030년 목표인 155만TEU를 확보해도 현재 에버그린보다 약 46만TEU 적다.
HMM이 선대 투자를 중단하기도 어렵다. 경쟁사보다 선복 증가 속도가 늦으면 대형 화주와 주요 항로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얼라이언스 안에서 영향력도 약해질 수 있다. 상위 선사들이 신조선을 계속 발주하는 상황에서 HMM만 투자를 줄이면 순위와 시장점유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최근 운임이 오른 것은 단기 이벤트지만 공급 과잉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문제다. 운에 기대서 경영할 수는 없는 문제고 HMM이 향후 수십조 원 투자해서 선대를 확대해도 정상적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경쟁사와 같은 방식으로 선박만 늘려서도 상위 선사와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고 말했다.
운임 상승세는 7월 들어서며 꺾이고 있다. SCFI는 7월 10일 3184.83으로 전주보다 4.3% 떨어지며 11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도 올 7월부터 수에즈 운하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예멘 후티 반군을 피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우회하기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글로벌 물류 대란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에즈 복귀가 확대되면 운임 역시 하락할 전망이다.
선복 공급 과잉과 해운업 다운사이클 우려가 이어지면서 HMM 주가도 여전히 횡보 중이다. 코로나19 물류대란이 한창이던 2021년 5월 28일 장중 5만 1100원까지 올랐지만 2026년 7월 14일에는 1만 9760원으로 마감해 당시 고점보다 61.3% 떨어졌다. 52주 최고가는 2만 6250원, 최저가는 1만 7910원으로 2022년 하반기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도 대부분 매수보다는 중립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이벤트로 운임이 단기 급등했을 뿐 선복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운임 하락 시점이 지연됐을 뿐 장기적으로는 공급과잉에 따른 다운사이클 진입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HMM이 선박 발주 경쟁과 해운 시황 의존에서 벗어나려면 본격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한 리스크 헤지가 필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HMM이 내놓은 벌크선 확대만으로는 사업 위험을 분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의 구교훈 회장은 그는 “컨테이너와 벌크는 모두 해운 시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진정한 사업 다각화로 보기 어렵다”며 “철도·육상운송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도 해운업에 집중한 상태에서 시황 악화와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했다”며 “DHL이나 DB쉥커를 인수한 덴마크 DSV처럼 해상·항공·도로·철도와 창고·계약물류를 함께 운영해야 특정 운송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아 과감한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23년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주주 간 계약과 잔여 영구채 처리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2024년 2월 협상을 종료했다. 해운업 다운사이클 우려와 높은 인수 가격, 자금 조달 부담까지 겹쳐 재매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HMM은 당분간 해운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저탄소 선박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새로 도입한 허브 앤드 스포크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대형선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피더선도 확보하고 있다”며 “현재는 해운업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