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우이천은 급히 짐을 챙겨 고향인 우한으로 돌아왔다. 저우이천은 “집에 처음 왔을 때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소 살림을 도맡았던 할머니가 누워만 있었기 때문에 집안은 엉망이었다”면서 “며칠만 머물다 돌아가면 될 줄 알았는데 너무나 혼란스러웠지만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노인을 간호한 경험이 없었던 저우이천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할머니는 기본적인 생활방식조차 기억하지 못했고, 저우이천은 모든 걸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저우이천은 “할머니에게 계란을 어떻게 삶느냐고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수도꼭지를 켜는 방법도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정말 막막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저우이천은 책과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모았고, 정성스럽게 할머니를 돌봤다. 할머니가 깨기 전 미리 약과 따뜻한 물을 준비한 후 시장으로 장을 보러 갔다. 집으로 와 아침식사를 주고, 목욕을 시켜줬다. 보디로션을 꼼꼼히 바르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점심식사 후엔 할머니를 데리고 산책을 갔다.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집 인근 대학교 도서관이었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관리인으로 일한 적 있었는데, 퇴근할 때면 할아버지가 데리러 왔다고 했다. 또한 할머니는 어린 시절 일본과 전쟁을 할 때 피난을 갔던 얘기도 자주 들려줬다. 저우이천은 할머니 인생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고, 둘의 사이는 가까워졌다.
하지만 2024년 7월이 되자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저우이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심지어 손자를 몰라볼 때도 있었다. 건망증이 심해졌고, 헛것을 볼 때도 많았다. 시간 개념을 잃어버려서 밤과 낮이 바뀐 생활이 이어졌다. 저우이천은 “할머니 상태가 하루가 갈수록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할머니와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직감한 저우이천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할 일을 찾았다. 할머니의 편리한 동선을 위해 집안 배치를 바꿨고, 할머니가 잠들 때까지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할머니가 언제든 자신을 부를 수 있도록 종도 설치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할머니와의 시간을 남기기로 했고, 이는 게임 ‘할머니’의 시작이었다.
저우이천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뉴욕에선 게임과 예술 창작 등을 배우고 돌아왔다. 저우이천은 할머니와 관련된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목욕하기, 식사하기, 산책하기 등 자신과 할머니의 일상을 담았다. 저우이천은 “뭔가를 미화하거나 부풀리는 것을 경계했다. 있었던 일을 그대로 기록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2024년 9월 3일 세상을 떠났다. 저우이천은 할머니를 돌보며 남겼던 그림들로 게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저우이천은 예전에도 유학생활, 여자친구 연애 스토리 등을 그림으로 그린 후 이를 게임으로 만든 경험이 있었다. 그는 “그림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은 추억을 기록하는 나만의 방식”이라면서 “개인적인 기억이 많은 사람들의 감정적 출구가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저우이천이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은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아 집에 머물러야 했던 저우이천은 하루 종일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컴퓨터를 했다. 저우이천은 본인이 그린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고, 어렸을 때 자주 하던 ‘애완견 키우기’ 게임을 떠올렸다.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상생활을 게임으로 옮겨온 내용에 저우이천은 물론 많은 친구들이 즐겨했었다.
저우이천은 “게임은 중국 뉴미디어 분야의 핵심 창작 수단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저우이천은 평범한 생활을 모두 그림으로 그렸고, 이를 ‘게임 그래픽 카드’로 만들었다. 그는 “내가 그린 그림뿐 아니라 할머니의 과거 사진을 게임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게임은 한 여성이 거울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거울 아래엔 ‘31세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글이 적혀 있다. 저우이천은 “당시 내가 느꼈던 감정이었다. 모든 걸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했다. 게임은 할머니가 새 한 마리를 타고 떠나는 걸로 끝나는데, 이는 저우이천이 실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꾸었던 꿈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올해 2월 출시된 ‘할머니’는 저우이천 의도와는 무관하게 많은 이용자들이 즐기고 있다. 저우이천은 “처음엔 당황했다. 하지만 게임의 반응과 댓글을 보면서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내 경험과 감정은 사적인 것이지만 결국 게임에서 다루는 것은 보편적 사랑이다. 이용자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 언론 등을 통해 게임이 소개되면서 이용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친구를 잃었던 아픔을 게임으로 치유했다. 그런 감정들을 누군가와 공감하고 있다는 것에 힘을 얻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힘들었는데, 이 게임으로 감정의 탈출구를 찾았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