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 6월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연인 관계로 동거 중이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말다툼을 벌였고, 다툼이 B 씨의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후 B 씨는 “여자친구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고, 함께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 씨는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에서 B 씨는 “둔기로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6월 21일 B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다음 날 서울남부지법 김지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에게 스토킹 이력은 없었고 정신질환 병력이나 사건 당시 음주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이번 사건을 교제폭력의 연장선으로 보고 두 사람의 과거 교제 과정에서 폭력 신고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연인이나 배우자 등 가까운 관계에서 벌어지는 관계성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6월 21일 경남 양산에서는 금전 문제로 교제 중이던 여성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6월 1일에는 서울 강동구에서 연인 관계인 20대 여성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긴급체포됐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치사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024년 기준 219명으로 전년(205명)보다 6.8% 증가했다. 친밀한 관계는 전·현 배우자(사실혼 포함)와 전·현 애인 사이를 뜻하며, 살인·치사는 폭행이나 상해 등으로 상대를 숨지게 한 경우를 포함한다. 피해자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가 내려진 비율도 2024년 16.9%로 2017년보다 약 6.5배 증가했다.
문제는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초기 대응과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강력 범죄의 경우 물리적 폭력이나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공권력이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에서는 20대 여성 C 씨가 전 연인 김훈(44)에게 살해됐다. 김훈은 사건 약 10개월 전 C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 수사를 받던 상태였으며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잠정조치 대상자였다. 그러나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신청을 미뤘고, 그 사이 김훈은 C 씨를 살해했다.
현재 관계성 범죄는 별도의 처벌법도 없는 상태다. 21대 국회에서도 교제폭력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현 정부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을 통해 교제폭력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도 관계성 범죄는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의 스토킹 행위 중단과 일시적인 격리·제재에 초점을 맞춘 법률로, 친밀한 관계의 특수성 속에서 장기간 반복되는 교제폭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관계성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계성 범죄를 규정하는 독립적인 법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교제폭력처벌법과 피해자보호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교제관계와 교제폭력을 명확히 규정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응급조치와 잠정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영장 청구와 심사 과정에서도 재범 위험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 등 단순 보호장비를 지급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접근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