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 시위 참가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부정선거 음모론자 유입이 반복되면서 소통의 장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만들어져 참여자가 2600여 명인 한 오픈채팅방은 지난 6월 7일부터 관리자를 제외한 참여자 발언이 제한되는 공지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원인은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몰이였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던 참여자들은 이를 제지당하자 오픈채팅방 관리자를 향해 “대진연 프락치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관리자가 “대진연이 뭔지도 모른다”고 답했지만 “운영 방식을 보면 대진연으로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다”며 낙인찍기를 이어갔다.
잠실 시위 참가자 2600여 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부정선거는 주된 담론이 아니었다. 오픈채팅방 대화에서 지난 6월 5일~7일 부정선거는 총 631회 언급됐다. 재선거(2511회), 참정권(1011회), 선관위(838회)보다 언급 횟수가 적었다.

2600여 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이 공지전용으로 전환한 뒤 이곳에서 파생한 오픈채팅방 ‘현장방’이 새로 생겼다. 시위 참가자 간 현장 소식을 공유할 통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현장방에서도 부정선거 등 주장이 이어지자 자유로운 토론을 위한 공간으로 또 다른 오픈채팅방 ‘소통방’이 생겼다. 6월 19일 기준 현장방 참여자는 580여 명, 소통방 참여자는 150여 명이다.
현장방과 소통방은 처음에는 채팅방 관리자가 같았다. 하지만 지난 6월 10일부터 분리 운영됐다. 소통방 운영 방식을 두고 관리자 간 의견이 갈린 탓이었다. 소통방 운영자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재선거해서 결과가 혹시 바뀌면 뒷배가 드러난다”고 지난 6월 9일 말했다. 6월 10일엔 “부정선거를 못 잡으면 나라는 다시 공산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 “참고로 저는 멸공파”라고 발언했다. 그는 “부정선거라고 생각을 안 해서 재선거만 외치자는 게 아니라 중도·좌파도 참여시키려면 우파 집회로 안 보이게 하는 게 전략적으로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통방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두둔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의혹과 증거가 이토록 많은데 여전히 음모론 취급, 부실선거라고 하는 사람은 노답” “부정선거 이야기하는 사람은 작년까지 내란세력이고 음모론자로 불렸다” 등 부정선거는 음모론이 아니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채팅방 닉네임을 ‘멸공’ ‘윤어게인’ ‘계엄은 옳았다’ 등으로 설정한 참여자도 여럿이었다.
현장방과 소통방이 분리된 후 현장방에서 자유토론을 위한 또 다른 오픈채팅방이 파생됐다. 참여자는 6월 19일 기준 280여 명이다. 이곳에서도 부정선거 주장이 이어졌다. 잠실 시위에서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이번 사태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았다.
280여 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지난 6월 12일부터 6월 18일까지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부정선거였다. 부정선거는 총 361회 언급됐다. 재선거는 221회, 선관위는 142회 언급됐다. 잠실 시위 명분으로 거론되는 참정권은 40회 언급에 그쳤다. 대진연 몰이는 여전했다. 대진연은 총 134회 언급됐다. 잠실 시위 구호로 사용되는 수개표(52회), 당일투표(26회)보다 언급량이 많았다.

바지에 성조기를 두른 한 여성이 지난 6월 16일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들의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막는 일이 벌어진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은 더 득세하는 분위기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공산주의 세력이 벌이는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미국과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지에 성조기를 두른 여성이 가로막았던 핸드볼경기장 출입문엔 성조기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도 여러 장 붙었다.
오픈채팅방에서는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의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업무를 위해 법인 인감,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이 필요하다는 체육회 측 요구에도 “다시 발급 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반박이 나왔다. “핸드볼경기장은 아직 개표소라 선거법상 아무도 출입하면 안 된다” “혼란을 조장해 폭력 시위를 유도한 뒤 해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등 근거 없는 주장도 제기됐다.
잠실 시위 참가자들이 만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중엔 “부정선거 척결”을 제목으로 하는 곳도 있다. 참여자는 6월 19일 기준 230여 명이다. 이곳은 채팅방 신규 참여자에게 “대한민국 주적 2개 국가는 어디인가”라고 묻고 있다. 이곳에선 멸공(337회)이 선관위(304회)보다 많이 언급됐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