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로서는 조직 전반의 인권 의식을 높이고, 현장에서 적법 절차와 시민 권리 보호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일이 꾸준한 과제다. 일요신문은 경찰 인권정책 현주소와 변화, 시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찰관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어요. 자신들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이에요. 헌법상으로도 그 취지가 분명합니다."
지난 6월 16일 오후 경기 수원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만난 김보경 경위는 인터뷰 내내 '국민'을 강조했다. 그는 경찰인재개발원 교육 등을 거쳐 현재 경기남부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 소속으로 4년째 인권담당을 맡고 있다. 부서에서 유명한 '워커홀릭'이다.
인권 담당 경찰관은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국 최대 지방경찰청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경기남부청에도 김 경위 포함 단 2명이 배치됐다.
경기남부청의 인권 관련 사안 전반이 김 경위 몫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된 경찰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점검·대응은 한 예다. 경찰 입장을 대변해야 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경찰 잘못이 확인되면 재발 방지책 마련 등으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신임 경찰관이나 지역경찰, 수사관 대상 인권 교육까지 수행한다. 그는 앞서 경기남부청 경무계에서도 성 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조직 내 성희롱 예방과 양성평등 문화 조성 등에 주력해왔다.
인권위에 제기된 진정에서 경찰의 인권침해가 인정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경찰이 정당한 공무를 수행하다 시민의 오해를 사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겪는 현실 자체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김 경위가 현장 경찰관 대상 인권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김 경위에 따르면 이전에는 현장 출동 경찰관을 상대로 한 시민들의 인권침해 진정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최근에는 수사 부서에 대한 진정이 늘었다. 경찰의 인권 의식도 향상됐지만, 절차적 권리 등에 관한 시민들의 기준은 더 빠르게 민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김 경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매뉴얼과 제도 자체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인권 감수성이다. 형식적 절차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경찰관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취지다.
김 경위는 "경찰관들이 저마다 '경찰은 인권수호기관'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찰의 인권 의식이 이전보다는 훨씬 높아졌어요. 그렇지만 인권은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시대 흐름에 따라 확장되는 개념이거든요. '알 권리' '개인정보 보호' 같은 가치가 점점 강화되는 현실에서 경찰이 수사라는 이유로 각종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이제는 교육뿐 아니라 경찰관들이 인권 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일도 중요해졌습니다.

경기남부청은 경찰관들의 인권 활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023년부터 인권사진 공모전을, 2024년부터 인권슬로건 공모전을 열고 있다. 모두 경찰관들이 직접 참여하는 행사다. 지난해 2025년 인권사진 공모전에는 사진 100여 점, 올해 인권슬로건 공모전에는 2300여 점의 공모작이 접수됐다.
참여 자체가 교육이다. 경찰관들이 '인권'이라는 키워드를 반복해 떠올리고, 각자의 업무와 연결해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권을 추상적 구호로 남겨두지 않고, 현장 경찰관들이 일상적인 직무 감각으로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의미다. 올해 인권슬로건 공모전에서는 성남중원경찰서 김도연 순경의 '함께 지키는 안전, 모두가 누리는 인권'이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경기남부청은 이 같은 참여형 인권 시책과 현장 진단 활동 등의 성과를 인정받아 경찰청 평가에서 '전국 최다 수시 인권진단 우수 시·도청'에 선정됐다.
각각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 발달장애인 전담조사관 대상 교육 △인권위 유치장 방문조사 권고사항을 체크리스트로 자체 제작 △인권 교육자료 제작 및 기동대 지휘관 대상 인권특강 △개서 전 실시한 진단 미흡사례 개선 이행실태 점검 및 중간관리자 인권교육 등 사례가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
김 경위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경찰관이 꿈이었다고 한다. 결국 꿈을 이뤘지만 공교롭게도 청문감사 소속으로 때로는 조직 내부를 향한 쓴소리도 감내해야 하는 고역을 맡게 됐다. 그래도 크게 부담을 느끼는 듯한 인상은 아니었다. 일부 인권침해 사례를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경찰관들의 노고와 헌신이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 경위가 요즘 집중하는 분야는 외국인한테도 차별 없는 경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지난해에는 장애인 권리 보장 여부를 주로 살폈다.
피해자든 피의자든, 단순 민원인이든 경찰서를 찾은 외국인이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통역 지원, 피의자 절차 안내, 영상녹화 등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도 확인합니다. 시설 내 외국어 병기도 마찬가지고요. 작년에는 장애인 권리 보장 여부를 살폈었죠. 누구든 경찰 서비스를 받을 때 차별을 겪어서는 안 되니까요.

김 경위는 경찰이 인권 보호 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면 조직 구성원끼리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사랑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듯, 한 식구 사이 인권이 지켜져야 시민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다. 경찰은 약 14만 명이 몸담은 거대 조직이다. 계급에 따른 위계질서도 분명한 만큼 내부 인권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없지 않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소송에 휘말리거나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찰관도 있다. 경찰 내부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와 보험 등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를 알지 못해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김 경위는 동료 경찰관들에 "공무원책임보험과 경찰법률보험 등을 통해 도움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시민한테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김 경위는 경찰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겪었다고 느낀 시민이라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경찰서 민원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희 인권슬로건 공모전의 최종 선택을 지역 축제 현장에서 시민들이 해주세요. 최근 행사 때 한 시민께서 '요즘 경찰 많이 바뀌었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정말 보람찼습니다. 시민들께서 경찰에 무엇이든 편히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문제 제기더라도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경찰로서 공무수행이 시민 눈높이에 적정했는지 되돌아보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